“119 불러줘” 할머니의 직감…수양딸은 임종 자격 없었다

  • 카드 발행 일시2024.05.23

눈물콧물 요양보호사 24시

삶의 끝에서 언젠가 만나게 되는 사람, 요양보호사의 눈물 콧물 가득한 24시를 들여다봅니다. 부모님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것이 자녀들에게 후회와 통한의 눈물로 남곤 하죠. 요양보호사에게도 돌보던 어르신이 돌아가시는 것만큼 슬픈 일이 없다고 하는데요. 존엄하게 생을 마감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어떻게 하면 부모님을 잘 보내드릴 수 있을까요. 이번 편은 이은주 요양보호사가 마주한 '가장 슬픈 임종'입니다.

안 될 것 같아, 119를 불러줘요.

밤 기저귀를 갈려는 나를 올려다보며 김소정(가명·74) 어르신이 말했다.

벌써 한 달째 기저귀를 갈 때마다 검은 변이 보였다. 어르신은 말기 암이었다. 더 이상 치료를 원치 않아 석 달 전 요양병원에서 요양원으로 옮긴 상태였다. 어르신은 오랜 투병 생활 끝에 자신이 떠날 순간을 예감하고 있었다.

그는 독거노인이었다.

찾는 사람이라곤 이전 병원에서 그를 돌봤던 요양보호사뿐이었다. 기댈 곳 없던 어르신은 그 보호사를 '딸'이라고 불렀다. '딸'은 종종 순대나 치킨을 사왔다.

일러스트=이유미 디자이너

일러스트=이유미 디자이너

전화를 걸기 전 나는 잠시 망설였다. 119를 불러야 할지, 피를 나눈 가족은 아닌데 그 보호사에게 새벽 전화를 넣어야 할지 고민이 됐다. 허둥지둥 요양원 센터장에게 전화를 넣었다. 센터장은 호적상 가족이 아니면 119에 연락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용한 주택가에 구급차가 도착했다. 옛날식으로 2층짜리 주택을 개조한 요양원이었다. 들것에 가벼운 몸이 가뿐히 들려, 집 현관을 빠져나갔다.

문단속을 하고 어르신 방으로 돌아와 창문을 열었다. 담장 넘어 골목을 빠져나가고 있는 구급차의 불빛을 바라봤다.

“안 될 것 같아. 119를 불러줘요.”
그것이 어르신과 마지막 대화였다.

텅 빈 침대 곁에서 귀뚜라미가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