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실금 팬티 죽어도 안 차” 치매 노모도 욕구 있었다

  • 카드 발행 일시2024.05.30

눈물콧물 요양보호사 24시

삶의 끝에서 언젠가 만나는 사람, 요양보호사의 눈물·콧물 가득한 24시를 들여다봅니다. 이 시리즈 필자인 이은주 요양보호사의 어머니(78)도 지난해 치매 진단을 받았는데요. 삶에 의욕을 잃어가는 어머니를 지켜보면서 고통스러운 순간이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머니가 갖고 있던 우울의 근원을 알게 되면서, 큰 깨달음을 얻게 되는데요. 행복을 향한 모녀의 감동적인 동행기를 만나보세요.

엄마는 우울증이었다.
평생 자식들 건사하고 가정에 헌신하다가
노년에 이르러 깊은 우울이 찾아왔다.

어느 날은 집에 불이 났다.
애연가였던 엄마가 라이터를 부주의하게 사용한 것이다.
8시간 동안 행방불명된 적도 있었다.
명석하고 총명하던 사람이 달라지고 있었다.

덜컥 겁이 났다.
엄마의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우울증이 치매로 넘어가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엄마는 스스로 이상행동을 할까 봐 불안해했고 점점 잃어가는 기억에 혼란스러워했다. 외출까지 거부하고 무기력한 상태가 이어졌다.

아, 이제 내가 엄마의 보호자가 되어야 하는구나.

엄마는 자주 약을 거부했다.
그래도 “먹어야 한다”고 설득하면
“곧 죽을 건데, 약은 먹어서 뭐 하냐”며 모진 말이 나왔다.

사회학자 우에노 지즈코는 ‘죽는 건 선택할 수 없으니 죽는 순간까지 열심히 살아가자’고 했다. 딸인 나도 엄마가 죽는 순간까지 즐겁게 살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그런데 엄마는 빨리 죽고만 싶어 한다. 이럴 때 나는 괴롭다. 달래서라도 약을 드시게 할까, 뜻대로 내버려 둘까.

소변이 조금씩 새어 나와 온종일 침대 시트며 옷을 빨았다. 그런데도 엄마는 “요실금 팬티는 죽어도 입기 싫다”며 버텼다. 의기소침해진 엄마, 진이 다 빠진 딸. 세상에 엄마와 나만 버려진 채 갇혀 있는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해야 엄마를 잘 돌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