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자는 3대 못 간다? 사라진 억만장자의 교훈 [빅터 하가니 인터뷰 ②]

  • 카드 발행 일시2024.05.27

📈글로벌 머니가 만난 전문가  

헤지펀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는 월가의 롤스로이스였다. 1980년대 채권의 명가인 살로먼브러더스 출신인 트레이더와 연방준비제도(Fed) 부의장,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가 1993년 설립해 그 시절 월가의 상장인 메릴린치와 페인웨버, 베어스턴스 대표 등 월가 실세들의 돈을 다 태웠기 때문이다.

LTCM은 현란한 수학으로 ‘주요 나라의 채권 가격과 수익률은 결국 역사적 평균에 수렴한다’는 모델을 구축했다. 미국뿐 아니라 이탈리아와 러시아 등의 국채에다 다양한 파생상품 기술을 섞어 머니게임을 펼쳤다.

한때 원금의 수배에 이르는 수익을 자랑했다. 하지만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와 98년 러시아 모라토리엄 사태 등 수학적 모델에 넣지 않은 예상치 못한 사건이 벌어졌다. 결국 1998년 위기에 빠졌다(LTCM 사태). 환란의 와중인 한국뿐 아니라 세계가 뒤흔들렸다.

첨단 기법과 월가의 수퍼스타 자금, 당시 앨런 그린스펀 Fed 의장이 배후에서 조종한 천문학적인 구제금융 등은 이후 훌륭한 금융 논픽션을 탄생시켰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책이 바로 『천재들의 실패』다. 영문판 54쪽엔 LTCM 내부자들의 위상이 묘사돼 있다.

미디어가 LTCM을 이야기할 때 빅터 하가니를 간과하곤 한다. 그가 의도적으로 노출을 꺼렸기 때문이다. 미디어는 존 메리웨더의 리더십과 로버트 숄즈의 “(금융)모델”을 과장했다. 하지만 실제론 하가니가 핵심 플레이어였다. JM(메리웨더)이 LTCM의 회장이었고, (하버드대 교수 출신인 에릭) 로젠펠드가 일상업무를 관장했지만, 하가니와 바로 윗 선임인 로런스 힐리브랜드가 트레이딩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비슷하게 머리좋고 수학에 능한 두 사람은 외부자들이 알아채기 어려운 암호로 대화했다(Newspaper accounts of Long-Term generally overlooked Haghani, who was intensely private. The press played up Meriwether’s leadership and Merton’s and Scholes’s “models.” But in fact Haghani was a critical player. While J. M. presided over the firm and Rosenfeld ran it from day to day, Haghani and the slightly senior Hilibrand had the most influence on trading. Similarly brilliant and mathematically adept, they spoke in a code that outsiders found impenetrable). 

빅터 하가니 전 LTCM 창업 파트너. 엘름웰스

빅터 하가니 전 LTCM 창업 파트너. 엘름웰스

이런 하가니를 국내 매체로선 처음으로 인터뷰했다. 그가 2023년 공동저자로 나선 『사라진 억만장자들(The Missing Billionaires)』에 대한 인터뷰였다.

그러나 기자의 속셈은 다른 데 있었다. 외신이나 해외 책을 통해서나 엿본 LTCM 비극의 핵심 캐릭터한테 직접 듣고 싶은 속셈이다. 글로벌 머니는 그의 인터뷰를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① “천재적 악마”
② LTCM 트라우마 

빅터 하가니는 통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창업과 몰락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LTCM이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한 1994년 이후 짧은 기간 안에 기록적인 수익을 자랑했다.

그러나 몰락도 빨랐다. 4년 뒤인 1998년 3월 이후 자산 가치가 곤두박질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그 시절 LTCM은 ‘과학적 투자’의 상징이었다. 하가니 등은 수십 년간 주요 나라 국채 가격의 움직임을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어떤 국채든 언젠가는 역사적 평균에 수렴한다고 봤다. 수학적으로 계산된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해 금리 선물과 옵션을 동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