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산 돼지고기인 줄 알았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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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 중에서도 ‘제주산’은 식당에서 손님들에게 유독 인기를 끈다.

육질이 차지고 씹히는 맛이 좋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경성대 문윤희(식품공학과) 교수는 “제주산 돼지고기는 고기 맛에 영향을 주는 올레이산 함량이 높고, 포화지방산 함량은 낮아 품질이 좋다”며 “청정 지하수를 먹이고,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공기 등 기후 조건이 좋은 곳에서 사육해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대도시에서 ‘제주 돼지고기’라고 쓰인 메뉴가 올라 있는 식당이 수두룩하다. 실제로 뭍에서 유통되는 제주산 돼지고기는 얼마나 될까.

21일 제주도에 따르면 이 지역 돼지고기는 대부분 생산성이 높은 요크셔·버크셔 품종이다. 지난해 제주산 돼지고기의 대도시 공판장 낙찰가격은 100㎏당 23만5000원. 다른 지방 돼지고기 평균 가격 22만1000원보다 6% 더 높은 값을 받았다. 올해도 6월 한달 평균 값은 37만1000원으로 다른 지방 의 33만9000원보다 9%나 더 비쌌다.


하지만 제주산 돼지고기 물량은 한정돼 있다. 제주에선 현재 347개 농가·영농조합법인이 43만6700여 마리의 돼지를 키우고 있다. 지난해 1년간 유통량은 3만1409t. 8805t을 제주도 내에서 소비하고, 나머지 2만2604t(72%)은 육지로 나갔다. 지난해 국내 돼지고기 유통량(97만t)과 비교하면 고작 2.3%에 불과하다. 국민 1인당 연간 평균 소비량(19.7㎏)으로 환산할 경우 전체 인구 4800여만 명 중 114만7400여 명만 즐길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제주 흑돼지’는 뭘까. ‘제주 돼지’라고 하면 보통 털이 길고 겉이 까만 ‘토종 흑돼지’를 생각하지만 이는 과거 제주의 재래 토종을 지칭하는 것이다. 토종 흑돼지는 체구가 작고 생산성이 떨어져 사육을 기피하는 바람에 교잡이 빈번히 이뤄져 현재 ‘토종’이란 개념조차 정립하기 힘든 실정이다.

그나마 제주축산진흥원이 토종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혈통 정립을 시도 중인 120여 마리가 토종에 가깝다.

제주도에 따르면 흑돼지 교잡종이라 할지라도 일반 돼지에 비해 육질이 좋다고 한다. 제주도의 흑돼지 교잡종은 2만여 마리에 불과하다. 한 해 제주도에서 생산하는 전체 돼지고기 유통량(2007년 3만1409t)의 8%인 2500t이 전부다. 1인당 평균 소비량으로 따지면 전체 국민 중 12만7000여 명만이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제주산’으로 위장하는 사례가 잦자 2005년 특허청에 FCG 상표를 등록했다. ‘Fresh, Clean, Green’의 머리글자를 딴 상표로 제주산 축산물의 품질을 보증한다는 뜻이다. 현재 서울의 59개 업소를 포함, 전국에 274개 업소가 이 상표를 쓰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에게 FCG 상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송중용 제주도 축정과장은 “현행 법으론 ‘제주산’으로 위장해 고기를 팔더라도 경찰이 나서 사기사건으로 처리하지 않는 이상 행정의 힘으로 단속이 어렵다”며 “제주도의 FCG 상표를 쓰는 업소를 이용하도록 적극 권한다”고 말했다. 

제주=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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