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수술 뒤 “황홀하다”…두 딸의 간, 그리고 칠레 기적

  • 카드 발행 일시2024.05.09

돌아가셨을 것입니다. 다른 선택이 없었어요. 우리는 그간의 노력에 매우 만족합니다. (데보라)

데보라는 칠레의 토목기사 알베르토(67)의 둘째 딸이다. 5년 전 알베르토는 사경을 헤매다 한국의 서울아산병원에서 첫째·셋째 딸의 간 일부를 이식받았다. 소위 ‘2대 1 생체 간이식’이었다. 데보라는 “아버지가 한국에서 간이식을 받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다.

말기 간경화와 간암으로 여명 석 달 판정을 받은 칠레의 60대 토목기사 알베르토(왼쪽 셋째)가 서울아산병원에서 5년 전 두 딸의 간을 이식받아 극적으로 환생했다. 알베르토와 그의 가족이 최근 칠레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알베르토에게 간을 제공한 이가 셋째 딸 아니타 이시도라, 큰딸 바바라 크리스티나(왼쪽 첫째, 둘째)다. 데보라(오른쪽 둘째)가 본지 인터뷰에 응했다. 사진제공 데보라(둘째 딸)

말기 간경화와 간암으로 여명 석 달 판정을 받은 칠레의 60대 토목기사 알베르토(왼쪽 셋째)가 서울아산병원에서 5년 전 두 딸의 간을 이식받아 극적으로 환생했다. 알베르토와 그의 가족이 최근 칠레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알베르토에게 간을 제공한 이가 셋째 딸 아니타 이시도라, 큰딸 바바라 크리스티나(왼쪽 첫째, 둘째)다. 데보라(오른쪽 둘째)가 본지 인터뷰에 응했다. 사진제공 데보라(둘째 딸)

‘2대 1 생체 간이식’은 화려한 예술작품 같다. 두 사람의 간을 일부 떼서 한 사람에게 이식한다. 이런 창의적인 수술을 하는 데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데보라는 최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칠레로 돌아간 후에도 건강하게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식 수술 후 5년1개월이 지났고, 큰 탈이 생기지 않았다고 한다. 취재진은 SNS와 전화로 수차례 설득해 인터뷰에 성공했다. 질문 영상을 데보라에게 보냈고, 그녀는 SNS로 답장을 보내왔다.

아산병원 간이식팀은 천재 

데보라는 서울아산병원의 간이식·간담도외과 이승규 석좌교수, 김기훈·송기원 교수가 이끄는 간이식팀에 대해 “어떻게 이렇게 위험한 수술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시행할 수 있을까요. 그 답은 바로 이 박사(이승규 교수)와 그의 최고 수준 팀원들의 천재성에 있다”고 평가했다.

알베르토의 생존기는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알베르토는 그해 9월 칠레에서 극심한 피로, 황달 증상으로 병원에 갔다가 말기 간경화와 간암 진단을 받았다. 혈전(피떡)이 간 문맥(입구)을 완전히 막았고, 담도에 암세포가 침범했다. 다음은 데보라의 회고.

“암 판정을 받았을 때 아버지는 극도의 피로를 호소했고, 밤낮으로 잠만 잤어요. 종양의 크기(너무 크다는 뜻)와 위치 때문에 칠레 의사들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했어요. 새 간이 필요했지만 수술이 너무 위험해서 실패 확률이 매우 높고, 그래서 (간이식) 대기자 명단에 올리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미국에서도 수술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