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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초배우 이숙] ② "파출부 역이나 하는 주제에"란 말에 다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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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중앙남편 얘기를 하며 어느새 눈가에 눈물이 맺힌 이숙. 슬픔은 잇따라 온다고 했던가. 남편이 떠나자 이번엔 어머니의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사위를 잃은 충격 때문인지 뇌졸중으로 쓰러진 어머니는 한쪽 몸이 점점 마비되기 시작했고 현재는 반신불수의 상태로 혼자서는 거동조차 힘들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 내내 저희 집에서 함께 살면서 살림을 도맡아 해주셨어요. 제가 밖에서 일을 하니까 아이들 뒷바라지도 당신이 다 하셨고, 또 정치하는 사위를 위해 지역구 관리까지 해주셨으니까요. 아직도 기억이 나는데, 남편 당원들이 야유회를 가는 날은 농산물 시장에 가서 한 차 가득 장을 봐 와 300~400명분의 도시락을 후다닥 만들어내셨죠.”

가족을 위해 이토록 헌신한 어머니가 아파 누워 있는데 어찌 나 몰라라 할 수 있을까. 지금은 바쁜 방송 스케줄 때문에 어머니를 언니집으로 모셨지만, 이숙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어머니를 손수 모시며 병간호에 온 정성을 기울였다. 지금도 방송이 없는 날은 팬들에게 받은 선물이며, 건강에 좋은 약을 챙겨 수시로 어머니에게로 달려간다.

“딸이 고생해서 번 돈을 당신의 병원비로 다 날리고 있다며 어머니가 얼마나 미안해 하시는지 몰라요. 근데 전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오 히려 더 서운한 마음이 들어요. 지금껏 저를 위해 고생만 하셨는데, 자식으로서 이 정도 하 는 건 당연한 도리죠. 예전에는 딸만 둘이라며 서운해도 하셨다는데, 요즘에는 딸들 덕분에 든든하다고 말씀하신대요. 그런 말 들을 때면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주변 사람들은 아픈 어머니를 정성껏 봉양하 는 그녀를 보고‘남편이 재산을 많이 남겨 놓 은 모양’이라고 지레짐작하기도 했지만, 두 아 이를 공부시키고 어머니 병간호를 걱정없이 할 수 있었던 건 그녀의 악착같은 생활력 때문이다.

“한번은 어떤 사람하고 싸움이 났는데, 그 사람이 마지막에‘파출부 역할이나 하는 주제에…’라는 말을 하는 거예요. 순간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았죠. 그 뒤로 상처 아닌 상처를 받고 이제 두 번 다시 파출부 역할은 안 한다고 다짐하고 있는데, 친한 감독한테 한 번만 출연해 달라는 전화가 왔어요. 역시 파출부 역할이었고요. 울며 겨자 먹기로‘이번이 마지막이다’며 출연했는데, 그때의 의리 때문인지 그 감독은 계속해서 일거리를 주더라고요. 자존심이요? 주인공이요? 그건 다 쓸데없는 오기예요. 그동안 제가 배역 따지고, 출연료 따지면서 연기했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겁니다. 전 예나 지금이나 작은 배우는 있어도 작은 배역은 없다고 믿고 있고요.”

가정의 실질적인 가장인 만큼 자신이 무너지 면 가정이 송두리째 흔들린다는 생각에 휴일 도 없이 일에 매진했다는 그녀는“다른 건 몰 라도 아이들이 엄마를 부끄러워한다는 걸 알 았을 때 가장 많이 속상했다”라고 한다.

“한번은 딸아이가 학교에 다녀오더니, ‘엄마! 이제 식모 역할 좀 그만하면 안 돼?’하고 묻는 거예요. 학교에서 친구들한테 놀림을 받은 모양이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잘 알아듣게 설 명은 했지만 나 때문에 딸이 스트레스 받는다 고 생각하니 괜히 서글퍼지더라고요. 그래도 때가 되면 엄마의 상황을 이해해 줄 거라 믿고 훌훌 털었답니다. 저도 본래는 꽤 분위기 있고, 고상한 여잔데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웃음).”

자신의 안 알려진 별명이‘볼갈매’라며 웃는 그녀는“보면 볼수록, 가면 갈수록 매력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에요. 호호호, 저랑 어울리지 않나요?”라며 한바탕 시원하게 웃었다. 기자 역시 그녀와 얘기를 나누는 내내 느낀 것이 이숙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여성스럽고, 섬세한 사람이라는 것.

취재_김미영 기자 사진_임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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