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밥 챙기고 떠난 남자, 동생엔 유서 한 장 안 남겼다

  • 카드 발행 일시2024.05.07

현장에서 나를 맞은 것은 고양이였다.
낯선 사람의 인기척에 몸을 한껏 웅크린 채 까만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한 마리가 아니었다.
집 안 곳곳에 네 마리의 고양이가 나를 경계하듯 지켜봤다.

집 안에선 매캐한 냄새가 풍겨왔다.
하루 만에 발견된 현장이라 시취는 없었다.

40대 초반의 남성이 혼자 살던 곳.
의뢰인은 고인 친동생의 부인.
충격이 심했던지 부인이 대신 전화를 걸어왔다.
상황을 전해 들으니 복합적인 생각들로 혼란스럽겠다 싶었다.

현장은 남자 혼자 살기엔 꽤 큰 30평형대의 빌라, 고인의 소유였다.
고인은 대학 때부터 회계·전산 쪽에 관심이 많았고, 꽤 두각도 보였다고 한다.
전국 단위 대회에서 여러 번 수상하기도 했다.

그리고 착했다. 마음이 여렸다고 한다.
버려진 길고양이 새끼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한 마리, 두 마리 데려와 키우다 보니 네 마리가 됐다고 한다.
아니, 외로웠던 것일 수도 있겠다.

집 안에 떠도는 매케한 냄새는 한 곳에서만 풍기는 게 아니었다.
장소는 두 군데.

화장실에 커다란 화로가 놓여 있었다.
타다 만 채 그을린 여러 장의 그것.
그리고 시신이 발견된 안방에도 작은 화로가 있었다.
여기엔 허연 재만 남았다.
화로 바닥까지 까맣게 태운 채 눌어붙었다.
장판까지 타버렸다.
큰 화재로 번지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처음엔 화장실에서 여러 장에 불을 붙인 뒤
몇 개를 작은 화로에 옮겨 담아 침대가 있는 안방으로 가져온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화장실에서 했던 시도는 실패한 것이다.
그러곤 안방에서 다시 시도했다.

고양이들을 전부 거실로 내보냈다.
밖에는 사료를 두 포대나 뜯어 여기저기 고양이 밥그릇을 채워뒀다.
얼마나 오랫동안…
자신을 찾아올 사람이 없을 거라고 짐작했던 것일까.
그렇게 고양이들을 챙긴 뒤에,
그는 안방문을 걸어잠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