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초배우 이숙] ③-<끝> '무릎팍도사'에 꼭 출연하고 싶다고 한 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여성중앙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연기만 해왔지만 아직 도 가슴속엔 연기에 대한 욕망이 꿈틀댄다는 그녀는 얼마 전 강호동이 진행하는‘무릎팍도사’(MBC)에 출연하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밝혀 관심을 끌기도 했다.

“아직도 내 가슴엔 휴화산이 자리하고 있나 봐요. 언젠가 한 번은 다시 터지는 휴화산처럼 폭발적인 열정을 쏟아내 세상을 놀라게 하고 싶어요.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몸살을 앓았던 젊었을 때처럼요.”

자신의 안방 침대 위에 걸려 있는 소싯적 사진 을 보며 하루에도 몇 번씩 흐트러진 마음을 다 잡는다는 그녀는“무릎팍도사에 출연하고 싶다고 한 건 딱 한 가지 이유예요. 평생 조연으로만 살아온 사람이지만 연기 열정은 어느 주인공 못지않다는 것, 또 이 나이에도 연기를 죽도록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어요”라고 한다.

요즘 대기실에서 만나는 젊은 후배 연기자들을 볼 때는 할 말이 참 많다는 그녀는 후배들이 잘못했다 싶을 때는 따끔하게 혼을 내기도 한다. 얼마 전‘이산’촬영장에서 연기자 한혜숙이 참다 못해 후배들에게 쓴소리를 하는 걸 보고는, 자신이 할 일을 선배가 한 것 같아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고.

“한혜숙 선배도 어지간해서는 큰소리를 내는 분이 아닌데, 그날은 아주 따끔하게 혼을 내더라고요. 요즘 젊은 연기자들은 특채다 뭐다 해서 뿌리부터 다져진 경우가 드물잖아요. 소속사가 만들어 냈다, 길거리에서 캐스팅됐다 하며 하루아침에 낙하산 타고 뚝 떨어지죠. 그렇다 보니 연기는 물론이고 선후배 관계에 위, 아래가 없어요. 또 이름 없고 덜 유명한 선배한테는 인사들도 잘 안하고요. 그래서 한번은 따로 불러서 확실하게 말했어요. 아무리 인기 없는 선배라도 10년 이상 연기한 선배면 무조건 존중하라고요. 새벽 찬이슬 맞아가며 이 바닥에서 그 시간 동안 머문 사람들은 그것만으 로도 충분히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이죠.”

긴 세월을 자식들 뒷바라지와 어머니 병간호에 몰두하다 보니, 주변에서는“이제라도 좋 은 사람 만나 재혼을 하라”는 얘기들을 심심 찮게 하지만 이숙은 늘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나이 쉰이 넘으면서 앞으로의 삶이 막 막해지고, 또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엄습해 오는 건 사실이지만 이제 와 재혼을 할 용기가 선뜻 생기지 않는다.

“혼자 사니 당연히 외롭죠. 자식들이라도 가까이 있으면 좋은데 한 명은 결혼해 잘 살고 있고, 또 한 명은 외국에 나가 있으니 말이에 요. 정말 나중에 더 나이 들어 몸서리치도록 외로우면 어쩌나, 지금은 그래도 돈이라도 벌고 일이라도 하는데, 나중에 힘없고 병들면 누 가 날 보호해 주나 하는 생각은 들어요. 그래도요, 재혼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드는 게 제가 남편을 어지간히 사랑했나 봐요. 지금도 가끔씩 하늘을 보면서‘어이, 남편! 하늘나라에서 정치 잘하고 있어?’이러니까요.”

남편에 대한 의리 때문인지, 사랑 때문인지 그 가 세상을 뜬 순간부터 지금껏 한 번도 마음 속에서 그이를 잊은 적이 없다는 이숙은“나중 에, 이 다음에, 그때까지도 내가 열심히 연기해 연말 시상식에서 상이라도 받게 된다면 남편한테 제일 먼저 찾아갈 생각이다”라고 한다. 남편 영정 앞에 상장을 바치고서는‘나 결국 이렇게 해냈다’며 술한잔 따라주고 싶다고.

“제가 나이를 먹긴 먹은 모양이네요. 남편 얘기는 어디 가서도 잘 안 하는데, 이렇게 주책 바가지처럼 줄줄 말하고 있으니 말이에요. ‘내 팔자는 왜 이럴까’하며 눈물 흘린 날도 많았어요. 평생 이렇게 일만 하다 죽는 건 아 닌지 두려운 날도 많았고요. 근데, 살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부정적인 것투성이예요. 작은 것에도 감사해야겠다고 생각하니, 눈물 나게 감사한 것들뿐이더라고요.”

병으로 고생한 남편과 어머니를 보면서 건강 의 중요성을 새삼 더 깨달았다는 그녀는 요즘 도 틈만 나면 하루 한 시간은 무조건 운동을 하고, 된장찌개와 유기농 채소를 위주로 한 식 사를 꼬박꼬박 챙겨 먹는단다. 그토록 좋아하 는 연기를 오래오래 하려면 체력이 받쳐 줘야 하기 때문.

“지금껏 서민적인 역할을 주로 했으니까, 이 제는 못된 악역이나 부잣집 사모님 역할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감독님들~! 이숙도 있는 집 아줌마 연기할 수 있다니까요~(웃음).”

취재_김미영 기자 사진_임효진

이숙의 인생 고백 ① "정치인 남편과 사별, 반신불수 엄마 10년 간병"

이숙의 인생 고백 ② "파출부 역이나 하는 주제에"란 말에 다신…

팟찌기사 더 보기

[J-HOT]

▶ 9명 숨진 '보령 괴파도' "사고 전날 예상했다"
▶ "15년만에 엄마 만나…검사님 감사합니다"
▶ 조용하던 어촌 마을…80억 돈벼락에 흔들
▶ "盧정부말 미쇠고기 월령 제한없이 수입 결론"
▶ YS, 늑막에 혈액 고이는 혈흉으로 입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