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어설픈 정책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빌드 업’ 없는 ‘뻥 축구’ 정책 … 동의 구하는 정성이 부족합니다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주 69시간 근로 허용, 연구ㆍ개발(R&D) 예산 삭감, 수능 ‘킬러 문항’ 금지, 의대 입학 정원 2000명 증원, 해외 직구 물품 KC 인증 의무화 …. 윤석열 정부가 내놓았다가 시민의 반발을 사 철회되거나 축소된 정책들입니다. 그런데 하나씩 보면 입안 의도가 이해됩니다.

5세 입학은 네덜란드, 영국 등 유럽 국가에서 실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국가가 만 5세(일부에선 만 4세)부터 국가가 책임지는 공교육 대상에 포함한 것입니다. 박순애 교육부 장관의 발표 때 제기된 반대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죠. 5세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면 오후에는 누가 아이들을 돌보느냐는 것, 그리고 5세부터 지식 교육을 하는 것은 아동 발달 상황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늦게까지 돌보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5세 수업은 초등 교육과정이 아니라 유아 교육과정에 따라서 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필요한 준비 없이 덜컥 정책부터 발표하니 온 교육계가 들고 일어섰습니다.

69시간 근로 허용도 특수한 경우에 허용하자는 취지였습니다. 그런데 이를 악용할 회사에 대한 방지 대책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노동계에선 ‘사람 죽이는 법’이라고 선전전을 펼쳤죠. R&D 예산 삭감도 예산 누수를 막고 연구비를 합리적으로 쓰자는 뜻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R&D 예산 집행 점검은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군사 작전하듯 밀어붙일 일은 아니었습니다. 킬러 문항 금지도 옳은 방향입니다. 다만, 그것이 카르텔의 문제가 아니라 수능 변별력을 위한 고육지책이었다는 이해가 선행됐어야 합니다. 의대 정원 문제도 국민 대다수가 증원에 찬성하지만 ‘느닷없이 2000명’에는 의아함을 표시했습니다. 직구 규제도 필요하다면 보다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