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채 상병 특검법안 관련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정권 위기를 부르는 죽음의 문제 … 숱하게 봐 오지 않았나요?

최근 한국 역사를 돌아보면 정권의 위기는 ‘죽음의 문제’와 연관돼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국민의 마음에서 멀어지기 시작한 것은 세월호 참사 때부터였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의 슬픔과 전 사회적 충격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줬습니다. 정권에 대한 국민 신뢰가 이때 금이 갔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대처가 달랐다면 탄핵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많은 사람이 말합니다.

조금 멀리 가면 제5공화국 몰락은 박종철, 이한열 두 당시 대학생의 죽음에서 비롯됐습니다. 젊은 생명의 희생, 그리고 은폐, 파장 축소 시도가 정권에 대한 대중의 저항을 불렀습니다. 김영삼 정부 뒤에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것에는 ‘IMF 사태’라고 불리는 경제적 추락이 결정적이었는데, 가장들의 자살이 줄을 잇던 때였습니다.

반면 이명박 정부가 집권 후반기에 안정적 지지 환경을 가졌던 것은 천안함 참사에 대한 적극적 대응 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운도 따랐습니다. 민간 어선이 북한 어뢰 추진체를 건져 올렸습니다. 야권은 북한의 소행이라는 정부 발표를 믿을 수 없다며 갖가지 주장을 제기했지만,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희생된 군인에 대한 예의를 최대한 표시했습니다(그는 지금도 순국 장병 묘소에 참배합니다). 이 전 대통령은 보수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해수부 공무원 이대준씨의 죽음에 아무런 대응을 못 하고, 자진 월북으로 단정해 발표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잃었습니다. ‘친북적’ 사상과 신념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겼다고 보는 국민이 많았고, 이는 당시 여권 재집권 실패의 요인 중 하나가 됐습니다. 노무현 정부 말기에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살(북한군 총격에 의한) 사건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 대처가 약해진 정권 지지 기반을 더욱 흔들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이태원 참사로 다수의 국민 마음에서 멀어졌습니다. 참사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대하는 태도 때문입니다. 대통령이 고교 후배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감싸는 데 급급하다는 인상을 줬습니다. 여권 인사들이 “놀다가 죽은 게 정부 책임이냐”는 말로 청년들이 정권에 등을 돌리게 했고요. 이때부터 대통령 지지율이 30%대에 갇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