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방엔 립스틱 하나 없었다, 아들 잃은 엄마의 ‘30년 밥집’

  • 카드 발행 일시2024.05.21

화장품이 없었다.
바닥이 다 드러난 로션 한 병이 전부였다.
괜한 멋부림이 아니더라도 연한 립스틱 하나 없었다.

서랍 속엔 머리끈 몇 개뿐.
화장대 서랍엔 소화제·반창고만 들어있었다.

고인은 63세 여성.
젊은 나이는 아니지만 여인의 텅빈 화장대.
화장대 거울을 들여다 봤을 그녀의 팍팍한 얼굴이 떠올랐다.

의뢰인은 교회 지인이었다.
한국에서 ‘교회’라고 할 때 먼저 생각 나는 끈끈한 공동체.
그 일원이라고 하기엔 교인들과 거의 친분이 없었다고 한다.
의뢰인도 교회에서 처음 만나 4년 동안은 데면데면한 사이였다.
고인이 운영하는 작은 식당에 우연히 밥 먹으러 갔던 일을 계기로 두 사람이 친해졌다.

이후 의뢰인이 식당 일을 도우며 친자매 같은 관계가 됐다고 한다.

하지만 그 만남과 인연도 둘만의 것이었을 뿐,
고인은 타고난 성품 탓인지 그렇게 열심히 다닌 교회였지만
그 안에서 더 이상의 친교를 바라진 않았다.

그래서 의뢰인만이 아는 고인의 과거.
그녀는 20대에 일찍 결혼해 아들까지 낳고 살았지만 이혼했다.
7살 된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고 나서다.
부부는 그 고통을 함께 이겨내지 못했던 모양이다.

이런저런 사연 끝에 작은 식당을 차려 혼자 살았다.
공장들이 밀집된 동네였다.
집도 거기였다. 식당에 딸린 작은 방에서 잤다.
그렇게 한 30년을 한 곳에서 혼자 살았다.

그게 혼자 살다 홀로 떠난 60대 여인의 삶이었다.
새벽 5시면 식당 구석방에서 일어나 장사 준비를 한다.
저녁 8시면 식당 문을 닫는다.
일요일 하루만 쉰다. 그날은 교회를 나간다.
하지만 예배만 드리고 나올 뿐 교인들과 아무런 교류가 없다.

그야말로 하나님과의 대화만 했던 것일까.
그의 하나님께 무슨 소원을 빌었던 걸까.

그 밋밋한 삶에 유일한 일탈이 있었다.
가끔씩 식당에 남은 소주를 거둬 반 병쯤 마시는 것.
그리고 감정의 굴곡이 없는 반복된 일상.
그것이 고인의 삶이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