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 누가 의회민주주의를 파괴하는가

국회의장을 추미애 당선인이 아니라 우원식 의원을 뽑았다고 ‘개딸’들이 반발한다. 일부는 민주당 탈당을 위협한다. 그러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당원권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시·도당 위원장 선출에 권리당원 영향력을 확대하고, 당의 정책도 의총이 아니라 대의원회의에서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국회의장 선출에도 당원의 입김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이 대표는 “대중정당, 국민정당으로 가는 길, 직접 민주주의 확장의 길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 뿐만 아니다. ‘개딸’은 정청래 의원을 법사위원장으로 임명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 법사위원장 후보에 포함된 박주민 의원에게는 포기하라고 대자보까지 붙였다. 이들은 이전의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들도 비난한다. 적극적으로 민주당 편을 들지 않고, 중립을 지키려 했다는 이유다. 우마차에 사람을 실어 우의(牛意)·마의(馬意)를 동원하고, 백골단·땃벌떼 등 폭력조직과 원외자유당으로 국회의원들을 무력화해 헌법을 바꾼 자유당 시절이 생각난다.

김진표 의장은 퇴임 기자회견에서 “강성 당원들이 정당정치를 휘두르는 최근 상황이 자칫 의회 민주주의 자체를 퇴조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21대 국회는 진영정치, 팬덤 정치의 폐해가 더욱 커졌다”라며 “당원이 국회의원 당선에 기여한 것은 5%도 안 되고, 90~95%는 당원도 팬덤도 아닌 일반 국민”이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사모’만 해도 ‘노짱 감독’이 되겠다며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며, 당명을 따르지 않으면 역적, 수박으로 몰아세우는 세태를 걱정했다.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와 대통령 5년 단임제에 문제가 있다는 그의 지적도 적절하다. 그러나 국회의장인 그도 임기를 끝내며 개탄한다. 모두가 뻔히 알면서도 우리 민주주의는 점점 무너져 간다. 누가 나서서 바로 세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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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