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 ‘직구 금지’로 드러난 정권의 실력, 이대로 괜찮습니까

“대한민국, 이대로 괜찮은 겁니까?” 이달 초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던진 한마디가 시대의 화두(話頭)로 떠올랐다. 이 질문에 딱 들어맞는 사례가 정부의 직구 금지 철회 소동이다. 정책 발표 사흘만의 번복 결정에 정부의 신뢰와 명예는 큰 타격을 입었다. 급기야 대통령실까지 나서서 사과했지만, 파문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오늘도 주요 매체들은 정부 실패를 비판하고 있다. 정책 결정과정의 결함과 혼란에 초점을 맞춘 (동아일보), (서울신문)같은 기사들이 1면 머릿기사로 올랐다. 3월부터 국무총리실 주관으로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정책을 만들어내는 동안 여론 수렴도, 당정협의도 없는, 전형적인 ‘탁상 행정’의 실체가 드러났다. 19일의 직구 금지 번복 발표를 ‘정책 참사’로 규정하는 중앙일보 칼럼은 이번 소동으로 “우리 정부의 실력이 여전히 ‘안방 호랑이’ 수준이라는 뼈아픈 현실을 확인시켰다”고 지적한다.

정부 실력만이 문제일까.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실의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해 여당과의 당정협의 강화를 지시했다. 여당도 추경호 원내대표가 나서서 정책 감시와 비판을 강화하겠다고 다짐했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과 오세훈 서울시장, 유승민 전의원 등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러나 현재의 여당이 직구 대책 결정과정에 당접협의 등으로 참여했다면 이런 참사를 피할 수 있었을까? 조선일보 사설은 고개를 젓는다. “모두 엘리트 출신이지만, 민심 감수성이 떨어지고 대통령 눈치 살피는 것이 체질화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그렇게 해왔고, 그래서 총선에서 대패하지 않았던가. 이번 직구 금지 소동은 단지 정부의 실패가 아니다. 집권당까지 포함한 정권의 문제다. 최태원 회장의 질문을 빌리면, “이 정권의 실력은 이대로 괜찮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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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칼럼 | 조민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