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 성급한 정책 발표와 잦은 뒤집기, 이유가 뭔가

사흘을 못 넘겼다. 장난감·전자제품 등 80개 품목에 대해 국가통합인증마크(KC)가 없으면 해외 직구를 금지하겠다는 정책이다. 지난 16일 발표한 정책을 오죽 다급하면 휴일인 19일 긴급브리핑을 했다. 인터넷 카페 등을 중심으로 소비자들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고물가 시대에 조금이라도 지출을 줄이려는 직구를 왜 막느냐는 불만이 기본이다. 직구 제품의 가격이 평균 20%이상 싸다고 한다. 또 일부 매니아 층은 직구를 막으면 구매가 어려워져 불만이 특히 컸다. 도하 모든 신문이 정부를 비판했다.

잘못된 정책이라고 판단되면 가능한 한 빨리 바로잡는 게 옳은 방법이다. 그렇지만 불쑥 던지고, 뒤집는 일이 반복되면 정부 정책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그동안 정부가 이런 식으로 번복한 정책들이 한둘이 아니다.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5세로 낮추는 정책도 논란 끝에 흐지부지 됐다. 외고 폐지안, 52시간 근로를 유연하게 최대 69시간까지 할 수 있게 늘리는 정책도 백지화했다. 그뿐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불쑥 던진 대학수능 킬러문항 배제 방침도 ‘준킬러문항’ 논란까지 일으키며 혼선을 일으켰고, 의대 증원도 준비 안 된 졸속 추진으로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

정부 정책이 늘 처음 발표대로만 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사전 논의와 준비는 철저해야 하지 않나. 더구나 실패한 정책들이 대개는 상의하달(上意下達)식의 졸속 정책들이란 점이 걱정된다. 모든 문제를 자기가 가장 잘 알고 있다고 확신하는 권력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오류의 전형이다. 권력자가 지시하면 행정관료는 대개 이의 없이 거기에 맞춘다. 근본적인 반성이 필요하다.

-Pick! 오늘의 시선

중앙일보 기사 | 정진호·최은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