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 김정은은 자신에 대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증언을 믿을까

다른 사람을 잘 믿는 것은 대개 좋은 사람이라는 증거다. “부처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라는 무학대사의 말과 같다. 그렇지만 국가 지도자는 좋게만 평가할 수 없다. 방심하면 전체 국민을 환란에 몰아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회고록을 내놨다. 『변방에서 중심으로』(외교안보편)다. 여기서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매우 예의 발랐다”, “비핵화 약속은 진심이었다”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이 “나도 딸이 있는데, 딸 세대까지 핵을 이고 살게 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책이 나온 17일 북한은 동해로 탄도미사일을 여러 발 발사했다. 김 위원장은 “남조선 전영토를 평정할 대사변 준비에 박차를 가하라”고 지시한 일이 있고, 그 동생 김여정은 미사일이 러시아 수출용이 아니라 남한을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은은 자신에 대한 문 전 대통령의 평가를 믿을까.

문 전 대통령은 비핵화가 안 된 책임을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참모들에게 돌렸다. 그러면서 “미국의 아량이 부족했다”, “미국의 일방적 행태에 분노가 컸다”고 말했다. 그의 평가를 보면 북한은 피해자, 미국과 일본은 악당처럼 비친다. 우리의 안보는 김정은의 선의에 맡겨도 되는 걸까.

문 전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나에게 (비핵화협상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주기를 여러 번 당부했다”고 썼다. 트럼프 측근들의 증언과는 다르다. 김정은은 트럼프에게 “(문 전 대통령의) 과도한 관심은 불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은 “김정은은 문 전 대통령을 위한 시간도 존경도 없었다”라고 말했고,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문 전 대통령이 (북·미 회담장) 근처에 없기를 바랐지만 완강하게 참석했다”라고 말했다. 김정은은 지방 시찰 중이라며 문 전 대통령의 직통전화를 받지 않았고, 이메일로 연락하자고 하고는 보안시스템을 준비중이라며 피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일본에 대해 ‘속 좁은 모습’, ‘도량이 없는 나라’, ‘추락하는 나라’라고 혹평했다. 김정은에 대한 무한 신뢰, 동맹국인 미·일에 대한 강한 불신, 이것을 ‘균형 외교’라는 말로 미화하는 데는 도저히 동의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