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실망 3개월] ① 국정운영 잘못 67.3% 대선 지지자 과반 등 돌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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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이명박 대통령(MB) 취임 석 달. 헌정 사상 최대 표차로 당선된 MB는 취임 3개월 만에 최저 지지도를 기록하고 있다. 왜일까? <월간중앙>이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민심 이반에는 한나라당 지지자들도 가담했다. 지난 석 달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MB 지지도 폭락의 비밀을 벗긴다.


취임 두 달 열흘 만에 국정운영 지지도 22.6%. 이명박 대통령(MB)이 받아든 성적표다. <월간중앙>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5월12~13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묻고 ‘매우 잘하고 있다’ ‘조금 잘하고 있다’ ‘조금 잘못하고 있다’ ‘매우 잘못하고 있다’의 네 가지 보기(4점 척도)를 제시했다. 이 물음에 응답자의 22.6%가 매우 또는 조금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길리서치는 이 조사와 별개로 같은 날 <내일신문>과 함께 여론조사를 했는데, 이 조사에서는 일부 응답자에게 ‘그저 그렇다’는 보기를 넣어 5점 척도로 물었다. 그러자 긍정적 평가의 응답률이 17.8%로 내려갔다.

구조화한 설문지를 써서 강요하는 식으로 물을 수밖에 없는 여론조사에서 유보적 입장의 응답자들에게 빠져나갈 길을 열어주자 긍정적 평가가 4.8%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이번 조사를 실시한 한길리서치 홍형식 소장은 “이렇게 중립적 혹은 유보적 태도와 대응하는 보기를 넣어 물으면 긍정적 응답률이 5% 가량 빠진다”고 말했다.

‘장관 및 청와대비서관 인사’ 그나마 45점

어떻게 조사했나?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800명에게 물어

이번 MB 국정운영 평가 여론조사는 2008년 5월12~13일 이틀 동안 전화조사로 실시됐다. 모집단은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표본 수는 800명이었다. 표본은 지역별·성별·연령별로 할당표집했고, 그에 따른 표본오차는 신뢰도 95% 수준에서 최대 ±3.7%포인트다.

즉, 특정 질문에 대한 응답률 간에 7.4%포인트를 초과해 차이가 날 때만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여론조사는 한길리서치연구소(소장 홍형식)가 대행했다.

이번 조사의 응답자들은 남성이 49.1%, 여성이 50.9%였다. 연령별로는 19세와 20대가 21.1%, 30대가 23.1%, 40대가 22.5%, 50대 이상이 33.3%다. 거주 지역별로는 서울이 21.4%, 인천·경기 27.3%, 강원 3.0%, 대전·충청 10.3%, 대구·경북 10.4%, 부산·울산·경남이 16.1%, 광주·호남 10.5%, 제주 1.1%다.

직업별로는 화이트칼라 19.6%, 블루칼라 12.1%, 자영업자 14.5%, 농·임·어업 종사자 2.4%, 주부 28.4%, 학생 10.7%, 기타 직업 종사자와 무직자가 12.3%다. 학력별로는 중졸 이하가 15.6%, 고졸이 31.9%, 전문대졸이 9.3%, 대졸 이상이 43.3%다.

1주일 전인 지난 5월5일 한나라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MB 의 지지도는 28.5%를 기록했다. 한 달 전 한길리서치 여론조사에서는 50%였다. 한 달 만에 대통령 지지도가 반 토막난 것이다.

김헌태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은 “취임한 지 석 달이 안 돼 지지도가 20%대로 급락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초유의 일”이라고 말했다. 홍형식 소장은 “지금 MB의 지지도는 5년 임기 대통령의 5년차 지지도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 3개월 전후 지지도와 비교하더라도 현격하게 낮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95.0%(1992년 6월4일 <한국일보> 조사), 김대중 전 대통령은 58.0%(1997년 5월11일 <한겨레> 조사), 노무현 전 대통령은 57.3%(2002년 5월26일 <한겨레> 조사)였다.

MB는 취임 시점의 지지도(3월2일 <경향신문> 조사)도 전임자들에 비해 현저하게 낮았다(김영삼 82.2% <동아일보>, 김대중 89.9% <한겨레>, 노무현 84.3% <동아일보>).

홍 소장은 “국정운영 지지도 수준만 놓고 보면 임기 초에 레임덕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집권 측은 이런 현상을 일시적 하락이라고 할 것이 아니라 위험 시그널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국정운영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 살리기 성적도 초라해

MB의 지지도는 왜 이렇게 낮을까? MB의 인기는 대체 왜 사라진 것일까? 우리는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기획했다.

MB의 지지도가 이토록 낮은 데는 원인이 있다. 이런 원인 가운데는 그와 그의 정부가 제공한 것들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개방(협상)이다. 이번 조사의 응답자들은 MB정부의 대미 쇠고기협상(결과)에 대해 10점 만점에 2.6점을 줬다. 100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26점이다. 과락에 해당하는 점수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급등하는 물가대책으로 50개의 생필품 가격을 정부가 집중 관리하라”고 지시했지만 물가안정 성적도 34점으로 과락이다. ‘부동산부자내각’이라고 언론의 질타를 받은 ‘장관 및 청와대비서관 인사’가 그나마 45점으로 가장 점수가 좋다.

경제 살리기를 포함해 나머지 세 과목 점수도 겨우 과락을 면한 수준이다. 점수 순으로 제시하면 이렇다. 18대 총선 한나라당 공천(43점), 경제 살리기(42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관계 설정(41점).

경제를 살리겠다고 공약했고, 두 달여 전 취임사에서도 “경제 살리기가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주장한 대통령의 경제 살리기 성적도 초라하기는 마찬가지다.

‘장관 및 청와대비서관 인사’ 점수도 절대적으로는 좋은 것이 아니다. 이런 평가에는 ‘이 정부의 인사가 특정 지역·학교·종교 출신에 편중돼 있다’는 인식(58.6%, 그렇지 않다 24.4%)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영남·고려대·소망교회 출신’을 대거 기용한 인사에 대한 반작용이랄까?
앞으로 MB정부가 경제를 살릴 것으로 예상하는 응답자도 전체의 절반 수준(49.9%)에 불과했다.

이필재 월간중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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