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실망 3개월] ② MB리더십 속성? 감성적·조급함·과업지향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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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무엇보다 정부의 신뢰도가 크게 낮아졌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과반수는 MB정부가 신뢰할 만하지 않다(54.2%)고 답했다(신뢰할 만하다 38.8%).

이런 신뢰의 위기를 가중시킨 것이 대미 쇠고기협상이다.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으로 앞으로 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지만, 이런 발언에 수긍하는 사람은 네 명에 한 명꼴(24.3%)에 지나지 않는다. 71.2%는 이런 주장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또 정부 당국자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우리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조사 대상자의 과반수(57.7%)가 ‘아니다’라고 반응했다(그렇다 39.0%).

정부의 대미 쇠고기협상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MB정부가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의 조기 발효를 도모하느라 미국에 크게 양보했다고 주장한다. MB의 방미 선물용 협상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의견들은 국민에게 어느 정도 공감을 얻고 있을까? 한마디로 정부의 공식 입장보다 훨씬 공감대가 넓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3분의 2(66.9%)는 ‘우리 정부가 미국 정부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에 합의한 것은 한·미 FTA가 빨리 발효되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데 동의했다(동의하지 않는다 22.7%). 열 명 중 여섯 명(62.2%)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은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 선물이었다”는 주장에 수긍했다(수긍하지 않는다 27.7%).

<대통령리더십총론>을 쓴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MB 리더십의 속성으로 감성적·조급함·과업지향형(Task Oriented) 등을 꼽는다. 조급한 성격의 소유자는 의사결정과 일 처리가 신속한데, 이 속도감이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MB정부에 대해 지금 사람들이 느끼는 크고 작은 불안감이야말로 MB의 아킬레스건이라고 최 소장은 주장한다.

이번 조사에서도 이런 불안감을 엿볼 수 있었다. 응답자 10명 중 7명이 ‘ MB정부가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한다’(72.9%)고 답한 것(그렇지 않다 19.6%). MB정부 출범 직전인 지난 2월12일 KSOI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이 가장 우려한 것이 바로 ‘충분한 여론수렴 없는 무리한 정책 추진’이었다. 응답자의 37.0%가 가장 우려되는 점으로 이것을 지적했다.

한반도대운하 추진에 대한 국민의 인식도 이런 불안심리를 반영한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달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한반도대운하는 민간업체의 사업계획서가 접수되면 전문가와 국민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 여론 수렴의 방법과 절차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수렴 의지는 천명한 셈이다.

이번 조사의 응답자들은 그러나 10명 중 6명꼴로 ‘MB정부가 한반도대운하를 추진할 것’(60.8%, 그렇지 않다 27.3%)이라고 예단했다. “폭넓게 수렴한다”는 정부 발표의 진정성을 신뢰하지 않는 것이다.

MB의 지지도가 이렇게 급락한 배경에는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그가 서민친화적이지는 않다는 인식도 도사리고 있는 듯하다.

취임사에서 “가난해도 희망이 있는 나라, 땀 흘려 노력한 국민이면 누구에게나 성공의 기회가 보장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지만, 이번 조사의 응답자들은 MB정부에 대해 ‘지나치게 친기업적이고(68.6%) 소외계층 등 서민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73.0%)할뿐더러 임기 중 빈부격차가 줄어들지 않을 것(71.2%)’으로 받아들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관계 설정을 잘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인식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각각 20% 안팎에 불과했다(지나치게 친기업적이지 않다 21.0%, 서민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지 않다 18.3%, MB 정부 임기 중 빈부격차가 줄어들 것이다 18.4%).

MB 지지도의 낙폭이 이토록 큰 것은 그가 국민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KSOI가 지난 1월1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당선인 시절 MB는 대부분(72.8%)의 국민의 기대에 미치는 활동을 했다(전국 19세 이상 700명 대상 전화조사).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취임 전 품었던 기대 이상으로 MB가 국정운영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16.8%에 불과했다(기대한 것보다 잘하고 있다 1.8%, 기대한 만큼 하고 있다 15.0%). 전체 응답자의 4분의 3 이상은 그의 국정운영이 ‘기대에 못 미친다’(78.6%)고 답했다.

그렇다고 국민이 그에 대한 기대를 아예 접은 것은 아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남짓은 그가 ‘앞으로 국정을 잘 운영할 것’(51.1%)이라고 내다봤다(매우 잘할 것이다 8.9%, 조금 잘할 것이다 42.2%). 그러나 3분의 1 이상은 앞으로도 잘 못할 것(37.7%)으로 전망했다.

이필재 월간중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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