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딱 망했어…나 좀 사랑해줘” 치매 노모 왜 하필 그날로 갔나

  • 카드 발행 일시2024.06.13

삶의 끝에서 언젠가 만나는 사람, 요양보호사의 눈물·콧물 가득한 24시를 들여다봅니다. 이 시리즈 필자인 이은주 요양보호사 어머니(78)도 지난해 치매 진단을 받았는데요. 치매 노인을 돌볼 때 어려운 점 중 하나는 ‘대화’입니다. 모진 말을 하거나 대화를 거부해 의도치 않게 자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죠. 오늘 이야기는 기억을 잃어가는 엄마와 나눈 '눈물의 대화'입니다.

엄마의 혼란스러운 밤이 시작되고 있었다.

“쫄딱 망했어….”
갑자기 깊은 탄식이 이어졌다.
“아, 다 졌다고요. 다 졌어.”
엄마는 IMF 때 망한 것이 평생의 아픔이었다.

치매 진단을 받고 엄마는 자주 다른 세계로 갔다.
오늘 밤은 1997년, 그 엄혹한 시절이었다.
그녀는 모든 걸 잃었다.
쌓아 온 경력, 재산, 신용, 친구들, 형제들.

가엾은 사람.
쓸쓸하지 않도록 엄마의 무의식에 개입해 본다.
엄마를 안고 귓가에 속삭였다.
“아니야, 쫄딱 망한 거. 내가 다시 찾아왔어.”
“안 망했어? 쫄딱 망한 줄 알았더니, 안 망했다고? 아하하하!”
엄마는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나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엄마가 돼 본다.
엄마는 무엇을 보고 있을까.
무엇을 듣고 있을까.

“은주야, 은주야!”

일러스트=이유미 디자이너

일러스트=이유미 디자이너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다 엄마의 다급한 소리에
안방에 들어가 보니 사색이 되어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다.

엄마를 꼭 안아 드리며 귓가에 대고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