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은 전쟁 끝낼 생각 없다…'평화협상' 말나왔던 러 무슨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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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가 최근 반격으로 성과를 거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여전히 전쟁을 끝낼 생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방 지도자들의 잇단 휴전 촉구에도 요지부동이다. 우크라이나도 평화협상 재개 대신 전쟁 이후에도 서방이 장기적으로 자신들을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안전보장안을 제시했다.

협상 재개 거부당한 푸틴, 전쟁 계속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4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국가위생역학회 100주년 기념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4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국가위생역학회 100주년 기념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AP 통신·CNN 등 외신에 따르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푸틴 대통령과 통화한 후 "아직 전쟁 종식까지 갈 길이 먼 것 같다"며 "휴전은 눈앞에 보이지 않는 상황으로, 평화협정이 곧 이뤄질 것이라고 말한다면 거짓말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3일 푸틴 대통령과 90분간 통화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애석하게도 (푸틴 대통령이) 침공 감행이 실수였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것 같다"며 "태도가 바뀔 기미가 없다"고 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에 휴전과 러시아군의 완전한 철수,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존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의미 있는 대답을 듣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러시아는 평화협상 재개 움직임이 있었다. 올가 스테파니쉬나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지난 13일 프랑스24 방송과 인터뷰에서 "최근 며칠간 러시아 관리들이 협상을 위해 우리 측에 손을 뻗었다"고 전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지난 11일 국영 TV 채널 로시야1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와 협상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우크라이나가 거부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1일 CNN과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모든 협상은 점령된 우크라이나 영토가 완전히 해방된 후에만 가능하다"고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올가 스테파니쉬나 부총리는 "러시아가 매일 저지르고 있는 범죄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협상 조건은 개전 초기와는 매우 다르다"고 했다. 양측의 평화협상은 지난 5월 이후 끊겼다.

기세 오른 우크라, 나토급 보장안 제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14일 러시아군이 철수해 되찾은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주 이지움시를 방문해 우크라이나 국가를 부르고 있다. A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14일 러시아군이 철수해 되찾은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주 이지움시를 방문해 우크라이나 국가를 부르고 있다. AP=연합뉴스

평화협상을 거절한 우크라이나는 지난 13일 새로운 안전보장안을 제시했다. 전후 서방으로부터 장기적으로 군사지원을 보증받는 내용이 골자다. 또 우크라이나가 중립화 의무를 지지 않고, 안전보장 지역은 러시아가 점령한 크림반도와 친러시아 반군이 있는 동부 돈바스 지역까지 포함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지난 3월 평화협상 때 우크라이나가 제시한 내용보다 더 강경해졌다. 당시 초안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포기와 중립화 의무에 따라 안전을 보장받는 내용 등이 담길 예정이었다.

새 안전보장안 작성에 참여한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전 나토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의) 안전보장안은 나토 가입이 이뤄질 때까지 보장하는 수단"이라며 "이는 나토 가입을 향한 우크라이나의 열망을 대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dpa 통신은 "우크라이나는 개전 초기 휴전을 위해서라면 나토 가입 추진을 포기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으나, 이제는 느슨한 안전보장 체제보다 나토에 정회원으로 가입하는 방안에 더 끌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도 "나토에 가입하려는 우크라이나의 결의와 러시아 접경 지역에 더 많은 서구 무기를 배치하려는 움직임"이라고 전했다.

러시아는 반발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14일 "이 제안은 나토 헌장 5조를 적용하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이 안전보장안은 세계 3차 대전의 서막을 탄생시켰다"고 경고했다. 나토 헌장 5조는 동맹국이 침공받으면 공동 방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는 15일 "우크라이나가 중립 상태로 돌아간 후에야 진정한 안보 보장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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