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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잡는 미세먼지…대기오염 사망 450만명, 2배 늘었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12월 23일 서울 종로 거리가 연무로 덮여 온통 희뿌옇게 보인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3일 서울 종로 거리가 연무로 덮여 온통 희뿌옇게 보인다. 연합뉴스

1990년에서 2019년 사이에 전 세계에서 대기오염으로 인해 매년 조기 사망하는 사람의 숫자가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때문에 도시 대기오염이 일시적으로 감소해 조기 사망자 증가 추세에도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유엔 공식기념일인 제2회 '푸른 하늘의 날(9월 7일)'에 맞춰 발행한 '대기 질과 기후 회보'에서 2019년 전 세계에서 지역 대기오염으로 인해 조기 사망한 사람이 450만 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미세먼지로 인한 사망이 414만 명(92%), 오존 오염으로 인한 사망이 36만 명(8%)으로, 지난 1990년 230만 명보다는 거의 두 배로 늘어난 셈이다.
다만, 인구 10만 명당 조기 사망자의 비율, 즉 대기 미세먼지로 인한 사망률은 2010년 이후 4% 감소했다.

WMO '대기 질과 기후 회보' 첫 발행

지난 3월 15일 중국 베이징 시내 자금성이 황사 먼지로 뒤덮였다. EPA=연합뉴스

지난 3월 15일 중국 베이징 시내 자금성이 황사 먼지로 뒤덮였다. EPA=연합뉴스

이런 수치는 '세계 질병 부담 조사단(Global Burden of Disease Initiative)'의 분석 내용에 바탕을 둔 것이다.
WMO가 '대기 질과 기후 회보'를 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WMO는 지역 대기오염 외에 요리·난방을 위해 고체·액체 연료를 태우면서 실내공기가 오염된 탓에 2019년 기준으로 230만 명의 조기 사망이 추가로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2019년에만 지역·가정 대기오염으로 인해 전 세계에서 680만 명이 조기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WMO는 "지역 대기오염 조기 사망은 동남아시아와 동아시아, 오세아니아 지역에서 180만 명으로 가장 많았고, 남아시아 지역이 140만명으로 뒤를 이었다"며 "가정 대기오염 사망은 대부분 남아시아와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에서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 19로 오염 일시적 감소

인도 뉴델리의 '인도의 문'에서 바라본 대기오염 변화. 위의 사진은 2019년 10월 17일에 촬영한 것이고, 아래 사진은 코로나19로 봉쇄가 됐던 2020년 4월 8일에 촬영한 것이다. 로이터=WMO

인도 뉴델리의 '인도의 문'에서 바라본 대기오염 변화. 위의 사진은 2019년 10월 17일에 촬영한 것이고, 아래 사진은 코로나19로 봉쇄가 됐던 2020년 4월 8일에 촬영한 것이다. 로이터=WMO

2020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도시가 봉쇄됐을 때와 과거(2015~2019년 평균)와 비교했을 때 국가별 대기오염 변화 비율(%). 2020년 오염도와 한국은 붉은 사각형으로 표시돼 있다. 한국은 초미세먼지(PM2.5)와 미세먼지(PM10), 큰먼지(PMC), 이산화질소(NO2), 이산화황(SO2) 등은 개선됐지만, 오존(O3)은 미세하게 악화했다. 자료=세계기상기구(WMO)

2020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도시가 봉쇄됐을 때와 과거(2015~2019년 평균)와 비교했을 때 국가별 대기오염 변화 비율(%). 2020년 오염도와 한국은 붉은 사각형으로 표시돼 있다. 한국은 초미세먼지(PM2.5)와 미세먼지(PM10), 큰먼지(PMC), 이산화질소(NO2), 이산화황(SO2) 등은 개선됐지만, 오존(O3)은 미세하게 악화했다. 자료=세계기상기구(WMO)

WMO는 전 세계 대기 질과 관련해서는 코로나 19의 영향을 강조했다.

코로나 19와 관련된 경기 침체로 인해 지난해 차량 이동과 항공기 운송과 같은 특정 인간 활동이 전례 없이 감소했고, 중국과 유럽·북미 등지에서는 이전 연도보다 초미세먼지 농도(PM2.5)가 뚜렷하게 낮아졌다는 것이다.

분석 결과, 2015~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20년 완전 봉쇄 기간에는 이산화질소(NO2) 평균 농도는 약 70%까지,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30~40%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중국 도시에서는 폐쇄 기간 초미세먼지가 증가하기도 했는데, 새로운 경로로 2차 미세먼지가 형성된 탓으로 보인다고 WMO는 설명했다.

산불 탓에 오염 배출 늘기도

2020년 9월 12월 미 해양대기국(NOAA GOES-West) 인공위성이 촬영한 미국 서부의 산불 연기. 세계기상기구(WMO).

2020년 9월 12월 미 해양대기국(NOAA GOES-West) 인공위성이 촬영한 미국 서부의 산불 연기. 세계기상기구(WMO).

반면 격렬한 산불로 인해 세계 여러 지역에서 비정상적으로 높은 초미세먼지 농도가 관측됐다.
남반구 호주와 북반구의 시베리아와 미국 서부 등지에서도 산불이 빈발했다.

미국 서부와 시베리아 산불 때에는 우주에서도 볼 수 있는 극도로 조밀한 연기 기둥이 나타나기도 했다.
미국 서부에서는 산불로 대기오염이 심해져 지난해 9월에 일주일 이상 2000만~5000만 명은 건강 위험이 "높음" 또는 "매우 높음" 수준으로 분류됐다.

중남미와 중앙아프리카에서도 과거보다 산불이 증가했다.
사하라 사막의 먼지 폭풍으로 인해 북대서양에서도 초미세먼지가 증가했다.

WMO는 "아한대 지역인 시베리아에서 산불이 빈발한 것은 고위도 지역 폭염과 건조한 날씨 탓도 있었는데, 인간의 영향이 없었다면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란 연구 결과도 있다"고 밝혔다.

"기후변화와 대기오염 상호 연결돼"

2020 전세계 초미세먼지 농도 분포. 위의 지도는 2020년 농도와 2003~2019년 농도 평균값과 비교했을 때 차이를 나타낸 것이고, 아래 지도는 2020년 평균값을 나타낸 것이다. 자료=세계기상기구(WMO)

2020 전세계 초미세먼지 농도 분포. 위의 지도는 2020년 농도와 2003~2019년 농도 평균값과 비교했을 때 차이를 나타낸 것이고, 아래 지도는 2020년 평균값을 나타낸 것이다. 자료=세계기상기구(WMO)

이번 회보에서 WMO는 "(수명이 상대적으로 긴) 온실가스를 대기로 방출하는 인간활동은 또한 대기 중 수명이 짧은 오존과 입자상 물질의 농도를 높인다"며 "대기 질과 기후변화가 강하게 상호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화학물질 상당수가 대기 질과 기후 모두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한쪽에서 일어난 변화가 필연적으로 다른 쪽의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에 상호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화석 연료의 연소는 질소산화물을 대기로 방출하고, 광화학 반응을 통해 오존과 미세먼지(질산염 에어로졸)의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농업활동에서는 온실가스인 메탄 외에도 암모니아를 방출, 미세먼지(암모늄 에어로졸) 형성에 기여하게 된다.

WMO는 "폭염이 빈발하면 오존과 같은 대기오염 물질이 지표면 가까이에 쌓이고, 산불이 빈발하면 미세먼지 배출이 늘어나는 등 기후변화가 오염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WMO는 또 "대기 질을 개선하려는 정책 변화는 기후 변화를 제한하려는 정책에 영향을 미치지만,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정책은 오히려 황산염 에어로졸의 냉각 효과를 제거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WMO는 대기 질 상태와 기후변화와의 연관성을 짚는 '대기 질과 기후 회보'를 앞으로 매년 발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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