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봉쇄때 치솟은 미세먼지…베이징 미스터리 풀렸다

중앙일보

입력 2020.06.20 10:00

업데이트 2020.06.20 13:03

코로나19 봉쇄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 1월 18일 중국 베이징의 자금성. 대기오염으로 뿌옇다. 코로나19로 중국 전체가 멈춰선 후에도 베이징의 대기오염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AP=연합뉴스

코로나19 봉쇄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 1월 18일 중국 베이징의 자금성. 대기오염으로 뿌옇다. 코로나19로 중국 전체가 멈춰선 후에도 베이징의 대기오염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AP=연합뉴스

지난 1월 2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퍼진 중국 우한에서는 도시가 봉쇄됐다.

이후 전국이 봉쇄되고 음력 설인 춘제(春節)까지 겹치면서 중국 각 지역에서 최소한 3주 이상 자동차 통행이 줄고 공장이 멈췄다.
이에 따라 중국의 대기오염이 크게 개선됐다.

이산화질소 배출량 차이. 왼쪽 A는 올 봉쇄기간의 배출량, 중간 B는 지난해 춘제 기간의 배출량. 오른쪽 C는 지난해와 올해 배출량 변화. 우한의 경우 90% 이상 줄었음을 알 수 있다.

이산화질소 배출량 차이. 왼쪽 A는 올 봉쇄기간의 배출량, 중간 B는 지난해 춘제 기간의 배출량. 오른쪽 C는 지난해와 올해 배출량 변화. 우한의 경우 90% 이상 줄었음을 알 수 있다.

수도 베이징 등 중국 북부지역에서도 공장과 자동차가 멈췄다.

하지만,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오염은 예년보다 더 심해졌다.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이 상황의 원인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봉쇄기간에 초미세먼지 오염이 상승한 베이징. 가운데 그림에서 붉게 표시된 베이징 등 중국 북부지방은 초미세먼지 농도가 상승했고, 우한과 상하이, 광저우 등 중부와 남부는 파랗게 표시된 것처럼 미세먼지가 감소했다.

봉쇄기간에 초미세먼지 오염이 상승한 베이징. 가운데 그림에서 붉게 표시된 베이징 등 중국 북부지방은 초미세먼지 농도가 상승했고, 우한과 상하이, 광저우 등 중부와 남부는 파랗게 표시된 것처럼 미세먼지가 감소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과 중국 과학아카데미 시안 지구환경연구소 등에 소속된 연구진들은 지난 17일(현지 시각) 과학저널 사이언스 온라인판에 기고한 논문에서 이러한 미스터리에 대한 답을 제시했다.

자동차와 공장이 멈추면서 대기오염 물질인 이산화질소(NO2) 농도가 다 같이 줄었으나, 기상 요인과 대기 중의 복잡한 화학 반응 탓에 중부의 우한과 북부의 베이징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베이징 초미세먼지 23~55% 증가 

중국 생태환경부 발표 수치를 근거로 중앙일보가 그린 그래프. 베이징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오염이 심해졌지만, 우한은 지난해보다 개선된 것을 볼 수 있다.

중국 생태환경부 발표 수치를 근거로 중앙일보가 그린 그래프. 베이징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오염이 심해졌지만, 우한은 지난해보다 개선된 것을 볼 수 있다.

연구팀이 인공위성 관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 우한은 물론 베이징에서도 이산화질소가 많이 감소했다.

중국 동부지역의 경우 지난해 춘제를 전후한 3주 동안과 비교했을 때 올해 봉쇄 시기에 이산화질소가 71.9% 감소했고, 우한의 경우는 93%까지 줄었다.

베이징 역시 우한 수준은 아니더라도 지난 6년 사이 이산화질소 농도가 가장 낮았다.

이에 따라 우한의 경우 2015~2019년 춘제를 포함한 3주간의 초미세먼지(PM2.5) 평균 오염도보다 올해 봉쇄 기간에는 ㎥당 23.2㎍(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 32.4%가 감소했다.
또, 올해 봉쇄 기간과 2015~2019년 같은 시기, 즉 양력 날짜로 동일한 3주 동안과 비교했을 때 올해 초미세먼지 농도가 37.4㎍/㎥(43.5%) 낮았다.

베이징의 경우는 춘제 기간 기준으로는 올해가 과거 5년보다 16.3㎍/㎥(23.4%), 동일한 양력 날짜 기준으로는 올해 봉쇄 기간이 과거 5년보다 30.6㎍/㎥(55.1%) 더 높았다.
봉쇄 기간 베이징에서는 일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273.8㎍/㎥까지 치솟기도 했다.

습도 높아져 오존·미세먼지 상승

미세먼지로 뿌옇게 변한 지난 1월 18일의 중국 베이징 도심. AFP=연합

미세먼지로 뿌옇게 변한 지난 1월 18일의 중국 베이징 도심. AFP=연합

이처럼 초미세먼지 농도가 치솟은 데는 이산화질소 등 질소산화물(NOx) 농도가 낮아지면서 오존(O3)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보통 겨울철 중국의 도시에서는 질소산화물이 오존과 반응하면서 오존 농도를 떨어뜨리는데, 봉쇄 조치로 질소산화물 농도가 낮아지면서 오존 농도가 상승했다는 것이다.

또, 오존 농도가 높게 유지되면서 대기 중에서 화학반응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치솟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겨울철 초미세먼지 오염 상황에 따른 오존(붉은색)과 이산화질소(파란색)의 농도 변화. 왼쪽 그래프에서 보듯이 이산화질소가 많이 배출되면 오존과 반응, 오존 농도는 낮아지고, 초미세먼지 농도는 높아진다. 반면 올해 봉쇄기간에는 이산화질소 농도가 낮았고, 오존도 감소하지 않았다.

겨울철 초미세먼지 오염 상황에 따른 오존(붉은색)과 이산화질소(파란색)의 농도 변화. 왼쪽 그래프에서 보듯이 이산화질소가 많이 배출되면 오존과 반응, 오존 농도는 낮아지고, 초미세먼지 농도는 높아진다. 반면 올해 봉쇄기간에는 이산화질소 농도가 낮았고, 오존도 감소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질소산화물을 80% 줄이면, 오존이 42.9% 증가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또, 오존 증가로 대기 중의 산화력이 높아지면서 화학반응으로 생겨나는 2차 유기 에어로졸(미세먼지)은 13%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팀은 오존과 미세먼지의 증가를 대기의 상대습도와 대기 경계층의 높이, 지표면 근처의 풍향과 풍속, 강수량 등 기상 요인과 연결했다.

중국 북부에서는 일반적으로 겨울철에는 건조한 날씨가 나타나지만, 봉쇄 기간에는 평소보다 지표면 근처 상대습도가 55.2%로 평소보다 30~50% 높았고, 이로 인해 미세먼지를 생성하는 화학반응이 많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반면 베이징 지역의 풍속은 평소보다 20% 줄었고, 오염된 남쪽에서 바람이 불어온 탓에 스모그가 발생하기 쉬운 조건을 갖췄다.

중국 북부의 경우 상대습도는 평소보다 높았고, 풍속과 강수량, 경계면 높이는 평소보다 낮았다.(왼쪽 위에서 시계방향으로). 이같은 기상 조건의 영향으로 오염 배출량은 줄었지만, 베이징의 미세먼지 농도는 더 높아졌다.

중국 북부의 경우 상대습도는 평소보다 높았고, 풍속과 강수량, 경계면 높이는 평소보다 낮았다.(왼쪽 위에서 시계방향으로). 이같은 기상 조건의 영향으로 오염 배출량은 줄었지만, 베이징의 미세먼지 농도는 더 높아졌다.

여기에 중국 북부에서는 대기 경계층(대기층에서 지면의 영향을 받는 부분) 높이도 평소보다 낮아져 대기 순환이 덜 되고 정체도 심해졌다.

남쪽과는 달리 북부에서는 강수량도 적어 비에 의한 세정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중국 북부지역에서 다양한 기상 요인들이 도시지역에서 오염물질을 붙잡아 스모그를 일으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복잡한 화학반응을 통해 미세먼지가 잘 만들어지도록 했다"고 밝혔다.

반면 우한 등 중부지역에서는 습도도 높지 않고 대기도 정체되지 않아 봉쇄 기간 초미세먼지 농도가 낮았다는 것이다.

자동차·공장 규제만으론 부족

중국 산둥성 철강공장. 중앙포토

중국 산둥성 철강공장. 중앙포토

코로나19로 인한 중국의 봉쇄는 유례없는 대규모 실험이었고, 오염 배출과 대기 화학, 기상 등의 상호작용을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연구팀은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원인물질을 제거했지만, 대기 환경은 (단순하게 반응하지 않고) 다단계 화학반응을 통해 타협을 모색한다"고 지적했다.
미세먼지로 골치를 앓고 있는 한국도 유심히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

연구팀은 또 "현재는 자동차와 공장에서 배출하는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을 규제하는 정책이 위주이지만, 발전소나 석유화학 공장의 배출을 함께 줄이지 않는다면 규제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봉쇄로 자동차와 공장은 멈췄지만, 추운 날씨 탓에 발전소 공장 가동은 계속된 것이 베이징 오염의 원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모든 배출원에서 휘발성 유기화합물(VOC)을 30%씩 줄인다면 오존은 20%, 초미세먼지는 5%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는 사실을 제시하기도 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