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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은 제1회 '푸른 하늘의 날'…미세먼지 줄여야 코로나도 막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2월 말부터 3월 초 사이 전국이 초미세먼지로 뒤덮였다. 지난해 3월 6일 초미세먼지가 걷힌 뒤 제주시 연동 제주도청 옥상에서 바라본 하늘이 눈부시게 파랗다. 연합뉴스

지난해 2월 말부터 3월 초 사이 전국이 초미세먼지로 뒤덮였다. 지난해 3월 6일 초미세먼지가 걷힌 뒤 제주시 연동 제주도청 옥상에서 바라본 하늘이 눈부시게 파랗다. 연합뉴스

"미세먼지 걷힌 파란 하늘을 되찾자."
7일은 유엔이 정한 제1회 '푸른 하늘의 날'이다.

3월 전국 초미세먼지 지난해보다 45% 줄어 #인도 뉴델리는 1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져 #미국 내 초미세먼지 1㎍/㎥ 늘어나면 #코로나 사망 15% 증가한다는 연구도

지난해 한국 정부가 제안해서 공식 채택됐는데, 한국의 제안으로 유엔 공식기념일이 제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정부도 지난달 18일 국가기념일로 지정했다.

유엔 환경계획(UNEP)에서 정한 올해 푸른 하늘의 날 주제는 '모두를 위한 맑은 공기(Clean Air for All)'다.
전 세계에서 연간 880만 명이 미세먼지 오염으로 초과 사망하는 상황(세계보건기구 추계, 2015년 기준)에서 맑은 하늘은 인류의 소망이 됐다.

푸른 하늘의 날 로고

푸른 하늘의 날 로고

환경부와 외교부는 국가기후환경회의, 지방자치단체 등과 함께 7일을 전후해 '푸른 하늘 주간(4~11일)'을 운영하고,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의 심각성과 그 영향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다양한 행사를 개최한다고 6일 밝혔다.

특히, 7일 오후 서울 웨스틴조선 호텔에서는 기후환경회의와 외교부, 충남도 주관으로 기념행사가 열린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오는 11일 인천 서구에 위치한 환경위성센터에서 베트남 등 13개국 주한 공관장 초청 행사도 진행한다.

푸른 하늘의 날 포스터

푸른 하늘의 날 포스터

이번 행사가 첫 기념일인 만큼 정부는 야외에서 비교적 큰 규모의 행사로 치를 계획이었으나, 수도권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제10호 태풍 '하이선'의 북상 등으로 규모를 대폭 줄였다.
코로나의 어두운 그림자가 이 행사에도 드리운 것이다.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은 "대기오염으로 코로나19 감염과 사망이 늘어나기도 한다"며 "코로나19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도 대기오염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선우영 건국대 사회환경공학부 교수(국제 대기환경 단체연합 사무총장)는 "코로나19 시대에는 대기 질이 단순 대기 질이 아니라 직접 인간 생명과 직결된 문제로 사람들에게 인식되는 상황"이라며 "코로나 봉쇄 후 공기 질이 개선되면서 인간 활동이 미세먼지의 주범이라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라고 말했다.

제1회 푸른 하늘을 맞아, 코로나로 고통을 받는 상황에서 대기오염과 코로나19가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 살펴본다.

코로나 19로 깨끗해진 공기

지난해 3월 7일 오전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일대 하늘이 미세먼지가 걷히며 푸른빛을 띄고 있다.(사진 왼쪽) 전날 오후 바라본 서울 도심의 잿빛 하늘(사진 오른쪽)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3월 7일 오전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일대 하늘이 미세먼지가 걷히며 푸른빛을 띄고 있다.(사진 왼쪽) 전날 오후 바라본 서울 도심의 잿빛 하늘(사진 오른쪽)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했던 지난 3월 전국의 초미세먼지(PM2.5) 평균 농도는 ㎥당 20.39㎍(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으로 지난해 3월의 37.37㎍/㎥보다 45%가 줄었다.

가천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최윤형 교수팀이 지난달 국제학술지 '종합환경과학(Science of Total Environment)'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지난해 3월보다 미세먼지(PM10)는 35.6%, 이산화질소는 20.41%, 일산화탄소는 17.3% 줄었다.

지난해 3월 초에는 전국 초미세먼지 농도가 100㎍/㎥를 오르내리는 등 유독 높았던 탓도 있지만, 코로나19로 교통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 같은 감소는 코로나19로 한국 내 오염 발생이 줄어든 것도 있지만,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월경성 오염물질이 줄어든 데도 원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경우 코로나19에 따라 국가 차원의 대규모 봉쇄를 진행했다.
코로나19의 진원인 우한에서는 과거 3년과 비교했을 때 초미세먼지는 42%, 이산화질소는 53%가 감소했다.

지난해 가을 극심한 대기오염으로 '가스실'이란 오명을 뒤집어썼던 인도 델리는 지난 3월 25일부터 4월 14일까지 이어진 도시 봉쇄로 초미세먼지 농도가 10분의 1 수준인 40㎍/㎥ 수준으로 개선됐다.

유럽에서도 도시 봉쇄로 미세먼지는 8%, 이산화질소는 52% 줄어든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봉쇄 해제 이후 대규모 산업활동이 재개되면 에너지 소비도 다시 늘고, 대기오염도 다시 악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봉쇄가 풀리면서 대기오염이 다시 심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봉쇄됐던 중국 우한 지역의 4월 20일~5월 12일 이산화질소 농도를 2월 10일~25일 농도와 비교해 색으로 표시한 사진. 푸른색으로 표시된 지역은 2월보다 5월에 농도가 낮아진 곳이고, 주황색 계열로 표시된 지역은 2월보다 5월 농도가 높아진 곳이다. 주황색이 짙을수록 이산화질소 농도 상승 폭이 크다. 자료: 미항공우주국(NASA)

코로나19 봉쇄가 풀리면서 대기오염이 다시 심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봉쇄됐던 중국 우한 지역의 4월 20일~5월 12일 이산화질소 농도를 2월 10일~25일 농도와 비교해 색으로 표시한 사진. 푸른색으로 표시된 지역은 2월보다 5월에 농도가 낮아진 곳이고, 주황색 계열로 표시된 지역은 2월보다 5월 농도가 높아진 곳이다. 주황색이 짙을수록 이산화질소 농도 상승 폭이 크다. 자료: 미항공우주국(NASA)

오염된 공기가 코로나19 피해 늘린다

미국 초미세먼지 농도와 코로나19 사망률. 위의 지도는 200~2016년 사이 17년 동안 초미세먼지 오염도를 나타낸 것이고, 아래 지도는 지난 4월 초까지 인구 100만명 당 코로나19 사망자를 나타낸 지도다. 미세먼지 오염이 심한 지역에서 코로나19 사망자도 많음을 보여준다. 자료:미 하버드 공중보건대학

미국 초미세먼지 농도와 코로나19 사망률. 위의 지도는 200~2016년 사이 17년 동안 초미세먼지 오염도를 나타낸 것이고, 아래 지도는 지난 4월 초까지 인구 100만명 당 코로나19 사망자를 나타낸 지도다. 미세먼지 오염이 심한 지역에서 코로나19 사망자도 많음을 보여준다. 자료:미 하버드 공중보건대학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한 이후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이 심한 곳에서는 감염자, 사망자 더 많다는 조사 결과가 쏟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초미세먼지가 호흡기 중에서도 상기도에서 바이러스를 막는 첫 번째 방어선인 섬모를 손상하기 때문이다.
또, 초미세먼지는 인체 면역 반응을 약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미국 하버드 T.H.찬 공중보건대학 연구팀이 공개한 논문에 따르면, 초미세먼지가 ㎥당 1㎍ 상승하면 코로나19 사망이 15% 증가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과거 17년 동안 미국 내 지역별 초미세먼지 농도와 코로나19 사망률을 비교 분석한 결과다.

중국 120개 도시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초미세먼지가 10㎍/㎥ 증가하면 코로나19 사례가 2%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미세먼지와 코로나19 치명률. 미세먼지 노출이 많을수록 코로나19 사망률이 높음을 보여준다.

중국 미세먼지와 코로나19 치명률. 미세먼지 노출이 많을수록 코로나19 사망률이 높음을 보여준다.

미세먼지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인체 세포 내 침투 경로인 앤지오텐신 전환 효소2(ACE2) 유전자의 발현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쥐를 초미세먼지에 노출한 결과, 2~5일 후 폐에서 ACE2가 유의미하게 증가했다는 게 근거다.

또, 코로나19 피해가 심했던 이탈리아 등지의 미세먼지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과 관련, 일부에서는 미세먼지가 바이러스의 '전달자' 역할을 한다는 주장도 내놓았으나 아직은 정설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은 상태다.

홍윤철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코로나 이후 어부지리(漁父之利) 건강 효과도 있다"며 "마스크를 썼기 때문에 코로나도 막았지만, 미세먼지가 노출되는 양도 줄었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늘어나는 겨울이 걱정

지난해 10월 2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동자동 따스한 채움터에서 인근 노숙인과 쪽방촌 주민들이 사노피 파스퇴르 등의 지원으로 무료 독감 예방접종을 받고 있다.연합뉴스

지난해 10월 2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동자동 따스한 채움터에서 인근 노숙인과 쪽방촌 주민들이 사노피 파스퇴르 등의 지원으로 무료 독감 예방접종을 받고 있다.연합뉴스

기온이 낮고, 습도가 낮으면 코로나19 전파가 늘어난다는 게 세계 각국에서 보고되는 대체적인 연구 결과지만, 현실은 다르다.

8월 들어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크게 늘어난 국내 상황을 보더라도 기온·습도가 절대적인 전파 요인은 아니다.
밀폐된 실내에서, 에어컨을 틀고 밀접 접촉할 경우 여름철에도 확산이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겨울이 닥치면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코로나19와 계절 독감이 함께 유행할 경우 환자를 구분하기 어렵고, 환자가 폭증할 경우 격리·치료가 한층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난방에너지 소비가 늘면서 미세먼지까지 늘어날 경우 코로나19 피해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독감 백신 접종을 확대하고, '계절관리제' 등을 강화해 미세먼지 배출량을 줄이는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해 도입한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는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석탄 화력발전소 가동을 줄이고, 노후 경유차 도심 통행을 막아 미세먼지 배출량을 줄이는 제도다.

한편, 독감 주사는 독감 예방뿐만 아니라 코로나19 환자의 증상을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지난 6월 브라질과 스위스 연구팀이 공개한 논문에 따르면, 브라질에서 독감 백신 접종을 받은 코로나19 환자의 경우 집중 치료를 받을 확률이 8% 낮았고,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을 확률은 18%, 사망 확률은 17% 낮았다.

홍 교수는 "코로나19로 대기오염을 줄이자는 국제적 연대가 어려워진 상황이지만, 푸른 하늘의 날은 우리나라가 주도해서 만든 날인 만큼 국경을 넘는 미세먼지, 국내 발생 먼지 등을 다함께 노력해 줄이자는 이 날의 의미를 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김정연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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