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 매달릴 오바마 북핵은 우선순위 밀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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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21세기 첫 10년(Decade)의 마지막 해, 2009년이 밝았다. 자본주의적 풍요의 상징이던 뉴욕의 무역센터에 대한 종말론적 9·11 테러로 막이 오른 21세기의 마지막 10년이, 같은 뉴욕의 월스트리트발 금융위기로 그 마지막 해를 맞은 것은 참으로 상징적이다. 세계 유일한 초강대국의 심장부에서 일어나는 사건이 지구촌 사람들의 행복과 불행, 안정과 불안을 좌우하는 것은 세계화의 필연적 결과요 어두운 뒷면이다.

2001년 취임 10개월 만에 9·11을 당한 미국 대통령 조지 W 부시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침공으로 테러리스트들의 도발에 응수했다. 그것은 미국이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하드웨어 위주의 대응이었다. 부시의 전쟁은 실패했다.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깊은 수렁에 빠져 있다. 미국은 일방적으로 2개의 전쟁을 치르면서 우방·동맹국들을 소외시켜 외교적 고립을 자초했다. 금융위기로 촉발된 경제불황은 부시 집권 10년의 실패를 참담하게 만들었다.

버락 후세인 오바마. 그는 변화(Change)를 간판공약으로 당선됐다. 변화는 일차적으로는 미국의 유권자들에게 한 공약이다. 그러나 그것은 오만하지 않은 미국, 우방·동맹국들과 대화하고 협의하는 다자주의적 미국, 북한과 이란과 쿠바 같은 적대국가들과도 대화하는 유연한 미국을 기대하는 세계인들 모두에게 한 공약이기도 하다. 미국 대통령의 영향력으로 볼 때 만국의 인민들이 모두 투표권 없는 미국의 유권자들 아닌가. 그래서 세계인들의 이목은 오바마 대통령이 실천에 옮길 변화라는 것이 그들의 삶에 어떻게 투영될 것인가에 쏠린다.

지난 연말 팔레스타인에서 작은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는 오바마 정부 대외정책의 최우선 과제는 이라크·아프가니스탄·팔레스타인 문제의 순서였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난폭한 팔레스타인 공습은 중동문제를 우선순위의 윗자리로 밀어 올렸다. 오바마의 이름은 버락 후세인 오바마다. 이슬람계의 가운데 이름을 가진 그에게 이슬람권 국가들은 호감을 가진다. 그래서 그는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의 적임자로 기대된다. 그러나 문제의 성격상 오바마 정부 아래서도 중동에는 평화 프로세스는 있어도 평화는 없을 것이다.

오바마는 미군의 이라크 철수를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끝내고 아프가니스탄에 미군과 동맹국들의 병력을 증파하려고 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군이 철수한 이라크가 종족 간·종파 간 내전으로 빠져들 위험은 나중의 문제다. 포스트모던의 얼굴을 한 오바마다운 입장이다. 그는 유럽과의 관계복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강대국 복귀를 노리는 러시아를 견제하고 이란과 핵협상을 하는 데 유럽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더 급한 것은 세계경제를 장기불황에서 구해 내기 위한 협력이다.

일본은 오바마의 동북아시아 정책을 느슨한 미·중·일 콘도미니엄(Condominium)으로 유도하려고 한다. 일본은 확고한 미·일 동맹을 전제로 중국의 경제·정치·군사적 도전을 세 나라 공동 관리의 틀 안에 수렴하고 싶은 것이다. 그것을 외곽에서 떠받치는 것이 미국·일본·호주·인도를 연결하는 태평양·인도양 안보·번영 벨트 구상이다. 그러나 오바마의 입장에서는 지금의 미·중·일 관계의 틀을 바꿀 인센티브가 없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경제불황 해결에 중국을 이해당사자로 참여시키는 것이다.

오바마 정부의 대외정책 우선순위에서 한반도 문제는 하위로 밀릴 것이다. 오바마 정부의 대외정책은 경제회복 중심의 국내 정책에 밀리고, 그렇게 밀린 대외 정책에서 한반도 문제는 다시 중동과 미·중 관계의 뒤에 온다. 우리는 그 의미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북핵이 촌각을 다투는 문제라는 것은 환상이다. 우리는 북한이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해 비핵화에 역행하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비핵화의 지루한 프로세스는 있어도 비핵화는 상당 기간 없을 것이라는 답답한 현실에 맞는 한·미 관계와 남북관계를 새로 가다듬어야 한다. 오바마는 머리 좋고 넓고 입체적인 비전을 가진 지도자다. 그것이 이명박 정부가 철저한 오바마 연구를 바탕으로 앞으로 4년, 아마도 8년 동안 미국의 동북아 정책에 대응할, 핵을 넘어선, 핵보다 큰 틀의 전략을 만들어야 할 이유다.

김영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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