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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멜레온 같은 연아는 모든 안무가의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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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연아(左) 선수와 포즈를 취한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 2006년부터 김연아 선수의 안무를 맡았다. 윌슨은 김연아 선수에게 손가락의 움직임과 표정 연기로 관객을 움직일 것을 주문했다. [데이비드 윌슨 제공]

은반 위의 김연아는 눈빛과 손짓으로 관객에게 말을 건다. ‘세헤라자데’의 고혹적 손짓부터 ‘죽음의 무도’의 싸늘한 미소, ‘골드’의 우아한 눈빛까지 김연아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관객을 녹인다. 그 눈빛과 손짓을 만들어낸 숨은 공신이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42)이다. 2006년부터 안무와 연기력 지도를 도맡아 김연아가 세계적 선수로 발돋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음악을 고르고 편곡하는 것도 그의 일이다.

김연아의 매혹적인 손가락 움직임과 강렬한 눈빛을 본 뒤 이를 안무한 윌슨을 찾지 않을 수 없었다.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그를 전화와 e-메일로 인터뷰했다.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는 처음이라는 그도 많은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연아는 타고난 기품이 있으며 카멜레온처럼 다양한 면면을 소화하는 훌륭한 선수”라며 “피겨스케이팅 역사에 자신만의 발자국을 남길 것”이라고 칭찬했다.

김연아도 얼마 전 캐나다 스포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데이비드와 함께하는 건 행운”이라며 “데이비드와 연습하기 전만 해도 나는 수줍음을 많이 탔지만, 그는 내가 나 자신을 잘 표현하도록 해 줬다”라고 밝혔다.

윌슨은 김연아의 라이벌 중 한 명인 일본의 안도 미키, 올해 피겨 월드 챔피언을 딴 후 은퇴한 캐나다 남자 싱글 선수 제프리 버틀을 비롯한 세계적 선수 수십 명의 은반 위 움직임을 디자인했다. 김연아의 코치인 브라이언 오서가 프로 선수였을 당시 안무를 담당한 적도 있다. 한국의 피겨 꿈나무 윤예지 선수도 윌슨의 제자다. 윌슨 본인도 피겨 선수로 시작했으나 무릎 관절에 이상이 오는 오스굿-슐래터 병에 걸린 뒤 안무가로 방향을 틀었다. 새해로 안무만 17년째다. 다음은 일문일답.

-김연아 선수의 눈빛이며 손가락 움직임 하나하나가 예사롭지가 않다. ‘죽음의 무도’ ‘세헤라자데’ ‘골드’의 선곡에서 안무까지 큰 역할을 했는데.

“연아에게 항상 얘기한다. 눈과 몸의 움직임으로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말이 아닌 몸의 표현으로 관객을 감동시켜야 한다고. 이런 면에서 림스키코르사코프 작곡의 ‘세헤라자데’는 의미가 큰 선택이었다. 천일야화로 왕의 마음을 사로잡은 세헤라자데처럼 연아도 관객을 매료시켰다. 연아가 먼저 이 곡에 관심을 표했을 때 매우 반가웠다. 세헤라자데는 용기 있고 두려움을 모르며 카리스마가 넘치는 캐릭터다. 지금 연아에게 잘 어울린다. 어린 소녀에서 여성으로 변화하는 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이 곡을 원한 걸 보면 연아도 자기가 뭘 원하는지, 뭘 해야 하는지 잘 이해하고 있다. 생상스 작곡의 ‘죽음의 무도’는 연아에게 좀 더 강렬하고 긴장감 있는 이미지를 주기 위해 골랐고, 연아가 잘 소화해냈다. 린다 에더가 부른 ‘골드’는 원래 제프리 버틀이 나에게 들고 온 곡이었는데, 연아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해 추천했다. 연아는 팬은 물론 내게도 끊임없이 영감을 준다. 연아는 모든 안무가의 꿈이다.”

-첫 인상은 어땠나.

“치아 교정기를 낀 수줍고 키 크고 마른 소녀였다. 처음엔 너무 진지한 표정뿐이어서 첫 2주 동안은 연아를 많이 웃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렇게 수줍었던 소녀가 아름답고, 세련된 여성으로 멋지게 피어났다. 지금의 연아는 스타 영화배우와 같은 카리스마를 보여주며 전 세계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자신의 경력 관리도 훌륭히 하고 있고, 위트가 넘친다. 인간성도 따뜻하다.”

-어떻게 김연아와 일하게 됐나.

“연아의 어머니와 김세열 전 코치가 먼저 찾아와 함께 일하게 됐다. 2005년 첫 제의를 받았는데 그땐 다른 일로 너무 바빴다. 2006년쯤인가, 주변 친구들이 연아가 재능이 뛰어난 선수라고 알려줘 안무 작업을 시작했다. 연아는 우아함과 유려한 동작과 부드러운 곡선을 타고 났다. 게다가 놀라울 정도로 진지한 노력파다. 음악을 완벽히 이해하며, 아름답고 탁월하게 표현해 낸다. 앞으로 더 발전할 일만 남았다. 연아에게 한계란 없다.”

-연아를 어떻게 평가하나.

“다재다능과 성실함이란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진지하면서도 유머감각이 넘치고, 잘 웃는다. 이래서 카멜레온과 같은 연기자다. 연아를 보면 다양한 스타일의 스케이팅이 떠오른다. 피겨 스케이트 역사에 자신만의 발자국을 남길 게 분명하다. 정직한 건 또 어떻고. 연아의 감정 연기를 보라. 꾸밈이나 거짓이 없고 순수하다. 음악에 자신을 투영하고 아름답고 섬세하게 표현해 낸다. ”

-안도 미키를 비롯한 일본 선수들과 비교하면 어떤가.

“선수들을 비교하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모두가 나름의 아름다움과 분위기를 갖고 있다. ”

-앞으로 계획은?

“2010년 밴쿠버 겨울 올림픽 메달이 목표다. 연아는 지금까지 잘해 왔지만 앞으로는 더 잘할 수 있다. 내가 든든한 발판이 되어 주겠다.”

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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