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싶은 이야기들-올림픽 30年·태권도 40年] 89. 남북 정상회담 수행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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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찬장에서 ‘공화국 영웅’인 마라톤 선수 정성옥(왼쪽에서 둘째)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국회가 개원한 지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은 2000년 6월 13일, 남북 정상회담의 특별수행원으로 평양에 갔다. 내가 제안했던 시드니올림픽 남북 동시입장에 관한 내용은 이미 설명한 바 있다.

만찬장에서 1999년 스페인 세비야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마라톤에서 우승한 정성옥을 만났다. 정성옥은 ‘인민 영웅’도 아니고 북한에서 최고영예인 ‘공화국 영웅’이었다. 정성옥의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에 송이버섯을 전달하러 왔던 한철해, 조경석 군사위원, 평양 인민위원장, 청소년위원장, 김일성대 총장도 같은 테이블에 있었는데 술을 주고 받으며 많은 이야기를 했다. “박정희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했더니 의외로 “독재는 했지만 경제개발로 근대화한 것을 재평가하고 있습니다”하고 말해 깜짝 놀랐다. 전두환·노태우 두 군인 출신 대통령에 대해서는 “군대를 동원해서 정권을 잡은 사람들”이라며 깎아 내렸고, 김종필씨는 “KCIA”라고 했다.

김일성 주석 사망 때 조문사절이 오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매우 섭섭해 했다. 그때 잘 했으면 남북이 더 일찍 문을 열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 일행이 평양에 도착했을 때 연도에서 꽃을 흔들며 환영한 인파가 몇 명인지 의견이 분분했다. 100만이니 50만이니 추측이 무성했는데 김정일 위원장이 “60만 명”이라고 확인해줬다. 가장 큰 규모의 환영 인파는 바로 정성옥이 세계육상선수권 마라톤에서 우승하고 귀국했을 때로 100만 명이 몰렸다고 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정성옥보다 인기가 없나 싶었는데 동구권 국가원수가 올 때는 10만이나 20만 정도라 해서 의구심이 풀렸다.

3일간의 정상회담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온 날, 수행원들은 3개조로 나눠 3개 방송에 출연해 대담을 했다. 나는 이헌재 부총리, 장상 이화여대 총장, 그리고 청와대 안보특보와 함께 SBS에 출연했다. 이때 김정일 위원장이 비행장에 마중 나올지 알았느냐 몰랐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박재규 통일부 장관은 “몰랐다. 통지 받지 못했다”고 대답했는데 청와대 안보특보가 “나는 알고 있었다”고 대답하는 바람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켰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배속된 나는 주로 대미외교와 체육에 관심을 보였다. 그래서 정치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여당 내 야당 비슷한 노선을 가진 사람으로 보인 것 같다. 외교부·통일부·통상본부·국제협력단 등이 국정감사 대상이었는데 국감은 매년 한 번 있고, 파병 문제라든가 북핵 문제, 남북협력 문제 등 현안이 있을 때 상임위원회가 소집됐다.

나는 지역구 의원도 아니고, 계속 국회의원을 할 생각도 없었다. 이미 이름도 다 알려져 있는 터라 특별히 언론에 이름을 내기 위해 시끄럽게 할 필요가 없었다. 주로 정부 입장을 이해하면서 유도하는 식의 발언을 했다. 7월에는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전면개정촉구 결의안도 공동 발의했다.

김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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