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의 창] 국가고시 女風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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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행정고시에서도 여성 합격자 비율이 절반을 넘어섰다. 2008년 행정고시 합격자 242명 중 여성이 124명으로 51.2%를 차지했다.

“외무고시 이어 행정고시 합격자 50% 넘어섰다… 우먼파워 경제 회생

외무고시 여성 합격자는 이미 2005년 50%를 돌파한 데 이어 2008년에는 65.7%로 전체의 3분의 2에 가깝다. 사상 처음 자매 합격자가 나타난 사법시험에서도 여성이 38.0%로 40%에 육박했다. 한국은행 신입직원 또한 거의 절반(47.2%)이 여성이다.

이러니 공무원시험에서 남성이 설 자리가 없다며 ‘남성 할당제’를 두자는 말이 나올 만하다.‘알파걸’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우먼파워는 각계에서 급신장하고 있다.

18대 국회에 입성한 여성의원은 41명으로 전체의 13.7%다. 15대 국회만 해도 5.9%였는데, 16·17대 13.0%에 이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마지막 ‘금녀(禁女)의 공간’이던 각 군 사관학교가 여성에게 교문을 열었고, 여성 장성이 배출된 지 오래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부문’에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임순례 감독) <미쓰 홍당무>(이경미 감독) 등 여성감독의 작품 6편이 초청됐다.

여성의 비중이 70%를 넘어 여초(女超) 현상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교직은 물론 그 동안 남성 지원자가 주류를 이루던 검찰·경찰·공안 분야에서도 여성의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 관습적으로 남성우월주의가 지배해온 한국사회에서 여성이 각 분야에서 이처럼 약진하는 데는 교육의 힘이 크다.

우리나라 여고생의 대학 진학률은 8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다. 경제계의 우먼파워도 막강하다. 벤처기업 여성대표와 대기업 여성임원은 더 이상 화제가 아니며, 최고경영자(CEO)가 속속 등장한다. 할인점과 백화점 매장은 주부 파트타이머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다. 아줌마 기술자가 없으면 문을 닫아야 하는 공장이 한두 곳이 아니다.

전 직원이 여성기사인 대리운전업체도 있다. 하지만 고개를 돌려보면 여전히 그늘이 많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2007년 54.8%)은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여성 근로자의 67.6%가 비정규직이고, 이들의 임금은 남성 정규직의 40%에 불과하다(2007년 기준). 경기가 나빠지면 여성의 취업은 더욱 힘들어진다.

그래서 결국 취업 대신 시집간다는 ‘취집’이라는 말이 대학가에 나돈다. 우리가 외환위기라는 앞이 보이지 않는 컴컴한 터널을 지나던 1998년 7월, 박세리는 마지막 18번 홀에서 맨발로 연못에 들어갔다. 침착하게 연못 턱에 걸린 공을 탈출시켜 US여자오픈 정상에 올랐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사상 최연소 우승으로, 힘들어하던 국민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었다.

그리고 지금 그 뒤를 신지애 등 낭자군이 이끌며 코리언 돌풍을 일으킨다. 그랑프리 파이널 2연패에 이어 소중한 은메달을 딴 피겨선수 김연아도 힘을 보탠다. 지금 다시 어려워진 한국경제를 되살리는 원동력도 상당부분 여성, 특히 기혼여성의 힘에서 찾아야 한다. 여성을 단순근로 재취업 시장으로 내몰지 말고 문화·관광·환경·보건·의료 등 교육받은 여성인력이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서비스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

아울러 여성을 육아와 자녀 양육 부담에서 덜어주는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 인구의 절반인 여성인력의 활용도를 더욱 높여야 우리 사회가 도약할 수 있다.

글■양재찬 월간중앙 편집위원 [jay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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