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좋네” 최민식 놀란 명당…그 호텔 묵을 땐 ‘52호’ 외쳐라 <下>

  • 카드 발행 일시2024.05.08

특급호텔 완전정복② 호텔과 사람

# 사례 1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을 달궜던 그때, 대통령의 취향 하나가 도마 위에 올랐었다. 2013년 영국 순방에 나섰던 대통령이 현지 호텔에 침대와 욕실 샤워 꼭지를 바꾸고 조명등과 전자레인지를 설치하도록 요청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비난 여론이 들끓었지만, 호텔리어에게 물어 보니 유별난 일은 아니었다. VIP가 투숙할 경우, 호텔에선 별별 일이 다 벌어진다. 비밀 유지 원칙을 지키느라 세상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았을 뿐이다. 익명을 요구한 호텔리어의 귀엣말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침구나 샤워 꼭지 바꾸는 건 예사다. 입식 문화가 낯선 VIP를 위해 모든 소파와 의자를 뺀 적도 있다.”

# 사례 2 
방한한 미국 대통령 덕분에 개발된 호텔 메뉴도 있다. 2005년 부산에서 APEC 정상회담이 열렸을 때 일이다.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부산 해운대의 웨스틴 조선 부산에 투숙했는데, 예정에 없던 버거를 요청했다. 어찌 보면 관례를 무시한 주문이었으나 웨스틴 조선 부산은 신속하게 움직였다. 호텔의 펍 레스토랑 ‘오킴스’가 한우 패티에 텍사스식 바비큐 소스를 더한 버거를 뚝딱 만들어 미국 대통령의 변덕에 응대했다. 그때 개발한 메뉴가 오킴스의 시그니처 메뉴 ‘프레지던트 버거’다(지금은 미국산 소고기를 쓴다).

봉건시대 호텔이 귀족의 공간이었으면, 오늘날의 호텔은 VIP의 영역이다. 최근 들어 문턱이 많이 낮아졌다지만, 호텔에는 여전히 그들만의 세상이 존재한다. 하여 VIP가 머물렀던 호텔에는, 일반인은 이해하기 힘든 문법과 규칙이 작동한다. 그들이 호텔에 남긴 흔적이 이윽고 역사로 남으며, 일반인에게는 호텔을 찾아가는 이유가 된다.

국내여행 일타강사의 ‘특급호텔 완전정복’ 두 번째 주제는 ‘호텔 그리고 사람’이다. VIP에 관한 에피소드는 언제나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그들이 호텔에 남긴 일화를 정리하니 한국 호텔사 100년이 그려졌고, 한국 호텔사 100년을 구성하니 한국 현대사 100년이 다시 쓰였다.

💬 특급호텔 완전정복 ② 호텔과 사람

그들이 사는 세상 
반짝 TIP : 별이 뭐길래 
그래픽 : 호텔 등급 평가 기준
벌거벗은 한국 호텔사
박스 : 인간과 AI가 맞붙었던 그곳
영화가 탐낸 호텔, TV가 사랑한 호텔
반짝 TIP : 인생사진 명당 호텔

특급호텔 완전정복① 놀고 먹고 자기

그들이 사는 세상

롯데호텔 서울의 최상위 객실 '로열 스위트'. 하루 2200만원짜리 객실이다. 2022년 사우디 왕세자 빈 살만이 이 숙소를 이용했다. 사진 롯데호텔

롯데호텔 서울의 최상위 객실 '로열 스위트'. 하루 2200만원짜리 객실이다. 2022년 사우디 왕세자 빈 살만이 이 숙소를 이용했다. 사진 롯데호텔

2022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방한했을 때 일이다. 빈 살만이 선택한 숙소는 1박 2200만원인 롯데호텔 서울의 최상위 객실 ‘로열 스위트’였다. 롯데호텔 서울의 로열 스위트는 면적 460.8㎡(약 140평)로 서울에서 가장 큰 스위트룸이다. 2018년 41억원을 들여 개보수까지 마친 상태였다. 호텔은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을 모시기에 손색이 없다고 자신했으나 그는 지구에서 가장 돈이 많은, 아니 가장 까다로운 고객이었다. 침대를 비롯해 식기·운동기구·TV까지, 손이 닿는 물체 일습을 다 새것으로 교체했다(물론 모든 건 왕세자 측에서 마련했다). 그 다음 날 국내 언론은 일제히 ‘20시간 방한 위해 숙소에만 20억원을 썼다’고 일제히 보도했다(미스터 에브리싱이 실제로 객실에 머문 시간은 10시간 남짓이다).

롯데호텔 서울은 중동 지역 국빈이 선호하는 호텔이다. 1999년 하마드 빈 할리파 알사니 카타르 국왕도 이곳에서 머물렀다. 이유가 뭘까. VIP는 홀로 다니지 않는다. 떼를 지어 온다. 특히 중동 지역 국빈은 대규모 수행단을 끌고 다닌다. 수행원만 100명이 넘을 때도 있다. 롯데호텔 서울이 이 조건에 부합한다. 서울에서 1000개 이상의 객실을 보유한 호텔은 롯데호텔 서울뿐이다(서울신라호텔, 웨스틴 조선 서울 모두 객실이 500개가 넘지 않는다). 빈 살만은 요리사 10여 명을 포함해 100명 이상의 인력을 대동했고, 약 열흘간 400개가 넘는 객실을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