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노조 90% 파업 참여에도 방송진행 별 차질 없는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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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조가 26일 총파업에 들어감에 따라 일부 방송사 프로그램에서 진행자가 교체되는 등 방송에 차질을 빚었다. ‘근로 조건’ 등과 관련 없는 사안으로 벌인 ‘불법 파업’이라는 지적과 함께 공공재인 전파를 사유화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MBC 뉴스데스크 박혜진 앵커는 25일 방송을 통해 “파업에 동참해 당분간 뉴스에서 뵐 수 없게 됐다”며 “(이번 파업이) 자사 이기주의로 비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재교(인하대 법대) 교수는 “5공 시절에 정부가 언론 장악을 위해 만든 시스템을 고수하면서 방송 진입장벽을 높여 기득권을 유지하겠다는 것은 전형적인 자사 이기주의가 맞다”고 지적했다.

◆당분간 방송 차질 없을 듯=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MBC의 경우, 이날 오전 6시 ‘뉴스투데이’에서 노조원인 기존 진행자 대신 비노조원인 김상운 기자, 김수정 아나운서가 진행을 맡았다. ‘뉴스데스크’도 박혜진 앵커 없이 신경민 앵커가 단독 진행했다.

생방송 프로그램 외의 프로그램은 대부분 정상 방송됐다. 노조원 2200여 명 중 2000명이 업무를 중단했지만 미리 제작한 프로그램이 많고 회사 측이 비노조원으로 구성된 대체 인력을 투입해서다. 외주제작이 많은 드라마는 당분간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녹화분이 1, 2주 정도밖에 없는 ‘무한도전’ 등 예능 프로그램은 파업이 길어지면 결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파업 참여 노조들은 원칙적으로 모두 제작 현장에서 나오되 미디어 관련법을 비판하는 프로그램 제작에는 참여한다는 지침을 세웠다.

SBS 노조도 이날 파업에 들어갔지만 방송 제작에 직접 연관되지 않은 인력만 참여해 방송 자체에는 별 영향이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날 오전 6시 방송한 ‘출발! 모닝와이드’에서 진행자인 김석재·최혜림 앵커가 검은 정장을 입고 등장했다. 이른바 ‘상복 투쟁’이다.

올해 언론노조를 탈퇴한 KBS 노조는 파업에 불참했다. 내년 1월 출범하는 새 노조는 사원행동과 공조, 미디어 관련법 대응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파업, 합법인가=SBS 노조는 “거대 재벌 기업이 방송에 뛰어들면 핏빛 ‘레드 오션’에 빠져들 것이 자명하다”며 방송 제작 환경이 악화될 것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런 주장의 논리적 정당성이다. 노동부 이채필 노동부 노사협력정책국장은 브리핑을 통해 “언론관계법 개정안에 반대해 벌이는 언론노조의 이번 파업은 근로조건과 관련된 사안이 아니다”며 ‘불법 파업’임을 강조했다. 이 국장은 “따라서 이번 파업은 노동관계법상 보호를 받을 수 없다”며 “노조와 참가자에게 민·형사상 책임과 징계가 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송이 성역처럼 있는 느낌이 있지 않은가. 법(집행)에는 성역이 없다”고 덧붙였다.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파업이 끝난 뒤라도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노동부는 파업 참여자에 대한 민사상 책임과 징계 여부는 일단 회사에 맡겨 둘 계획이지만 파업이 장기화되는 등 불법 행위가 계속되면 관련자에게 책임을 묻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중앙노동위원회는 9월 3일 언론노조가 낸 조정신청에 대해 “근로조건과 관련 없는 사안은 조정 대상이 아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기찬·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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