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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혁신의 10년’… 100년 기업 향한 내공을 쌓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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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LG가 100년 기업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100년 기업’은 기업 평균수명이 13년인 현실에서 모든 기업이 지향하는 이상향이다. 컨설턴트로도 유명한 미국 댈러스대학 경영학과 짐 언더우드 교수는 저서 『100년 기업을 디자인하라』에서 100년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대표적인 스테디셀러 제품을 만들거나 기업의 핵심가치와 조직을 항상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2003년 지주사 전환 이후 탄력 … 스테디 문화로 스테디셀러 만들어 #불황의 시대 돋보인 구본무 리더십

언더우드 교수는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의 평균 수명도 40년에 불과하다고 설명하며 100년 기업이 될 만한 곳으로 코스트코, 델, MS 등을 꼽고 있다. LG그룹이 올해로 61주년을 맞으면서 삼성전자, 현대·기아차에 이어 국내에서 세 번째로 올해 매출 100조원을 넘어섰다. LG는 나이로는 회갑을 맞았지만 청년의 몸을 지니고 있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경영의 질도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지난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7조1000억원을 기록했고 부채비율은 IMF 당시 500%에서 80% 이하로 떨어졌다. LG디스플레이는 이미 현금 4조원 이상을 축적해 뒀고 다른 계열사들의 유동성도 풍족한 편이라는 게 애널리스트들의 진단이다. 3개 사업 부문별 매출도 안정적이다.

올 3분기까지 전자 부문이 50조원, 화학 부문 15조원, 통신·서비스 부문 15조원 매출을 올렸다. 시가총액도 1997년 5조원에서 12월 16일 현재 45조원으로 9배 커졌다. LG그룹의 100년 대기업을 향한 의지는 ▶2003년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 ▶기업 핵심가치 확립 ▶초콜릿폰과 같은 스테디셀러 확보를 통해 다져졌다. 10년 사이 그룹 계열사의 기업구조는 오히려 슬림화됐고 포트폴리오도 다양해졌다.

반도체 빅딜 때 위기 맞아

LG는 한때 100년 기업으로 가는 동력을 잃을 뻔한 일도 있었다. IMF를 맞아 99년 반도체 부문을 빅딜로 잃었고,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세계 시장에서 저가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떨치지 못했다. 창업 동지였던 허씨 가문과의 결별로 유통 등 캐시카우를 떠나 보내야 했고, 2006년에는 주력기업인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면서 한때 유동성 위기설까지 돌았다.

그러나 LG그룹은 시련의 시기에 정면 도전했고 성공했다. 반도체 사업을 접기 직전에는 다른 사업으로 눈을 돌리는 대신 내부 단속에 나섰다. 계열사 간 상호의존적 결합 방식을 버리고 법인 단위의 책임경영체제를 도입한 게 1997년이다. 2003년에는 LS그룹을 계열 분리시키면서 매출 감소가 예상되자 재계에서 처음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과감히 전환했다.

2006년 실적 악화로 유동성 위기설을 맞았을 때는 전년도부터 세계 시장을 휩쓴 초콜릿폰으로 프리미엄 브랜드에 한 걸음 다가갔다. 세계 경기가 동반 침체한 올해는 노트북 LCD 패널 등 1위 상품 만들기에 나서 결국 최고 실적을 냈다. LG그룹의 10년은 격변의 시기였다. LG가 어려움을 뚫고 대한민국 GDP의 9분의 1을 책임질 수 있게 된 것은 비전을 확보하고, 선제적 구조조정에 나섰으며, 지주회사로 전환하며 시장에 ‘혁신’의 신호를 주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LG그룹은 2005년 말 초콜릿폰의 성공이 분기점이었다”며 “기존에는 생산성을 올리고 제품을 잘 만들면 된다는 스타일이었지만 초콜릿폰 이후에는 그룹 비전에 대한 감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나의 빅히트 제품이 나오면서 고객이 원하는 물건을 만들어야겠다는 고객가치 우선의 기업철학이 완성된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이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LG의 성공 요인은 기존 사업을 적극적으로 구조조정했다는 것”이라며 “이로 인해 질적인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대표기업인 LG전자는 10년 아니 5년 전만 해도 항상 2~3위군 브랜드였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경쟁사에 비해 가격이 싼 브랜드로 통했다.

하지만 2005년 초콜릿폰의 빅히트와 최근의 오즈폰으로 ‘LG’는 휴대전화 시장의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것을 확고히 했다는 게 이훈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화학 부문은 제품 경쟁력과 함께 2년 전 합병을 통해 재무구조도 안정시켰고 통신 부문의 LG텔레콤도 드디어 안정적인 3위 사업자로 니치마켓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훈 연구위원은 “가장 큰 성공 원인은 브랜드 인지도와 LG그룹에 대한 인식을 바꾼 것”이라며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부분인 휴대전화의 약진이 효자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LG전자 마케팅 부문이 광고계에서 주로 쓰이는 ‘인사이트(고객 통찰) 마케팅’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것도 작지만 큰 의미다.

고객가치를 존중한다는 기업철학을 반영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구본무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LG ‘10년의 혁신’에는 M&A를 최대한 자제하고 생산라인을 수익성 위주로 재편한 것도 포함돼 있다. 중복투자를 방지하고 조직을 슬림화해 경영 속도를 높이려는 의도다. LG는 20대 기업이 3년여간 계열사 수를 평균 38% 이상 늘리는 동안 계열사를 오히려 2곳 줄여 36곳 체제로 변경했다.

LG가 M&A를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꼭 필요한 기술이나 시너지 효과가 확실한 기업을 인수하는 데는 인색하지 않았다. 코카콜라음료와 코오롱SAP 등이 이에 해당한다. 올 들어 LG전자의 경북 구미공장 라인과 LG화학의 대산공장 라인이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재배치된 것도 그만큼 조직의 유연성이 커졌다는 방증이다.

재계는 LG그룹이 2003년 지주회사 체제로 가장 먼저 변신한 점을 높게 사고 있다. 지주회사로의 변화는 계열사 간 중복투자를 줄여 조직을 날렵하게 만들어주고 각 계열사가 출자 등 복잡한 문제를 지주회사에 맡길 수 있게 돼 생산성과 집중력을 높여준다.

수익성 위주로 생산라인 재편

한국 대기업의 복잡한 지배구조는 간혹 주주의 의사와 상관없는 결정으로 주주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했는데 지주회사 체제는 구조적으로 이런 선단식 경영에서 오는 폐해를 방지하는 자정기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애널리스트들의 진단이다. 곽병열 대신증권 연구원은 “LG는 기업 지배구조를 선제적으로 개선하면서 지주회사 아래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며 “구조적으로 주주 가치를 우선하는 경영이 가능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곽 연구원은 “특히 재계에서 가장 먼저 했다는 것이 시장에서는 프리미엄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그는 “2004년 이후 LG 계열사 주식의 수익률이 경쟁사들 가운데 가장 좋았다”며 “물론 경쟁사 주가가 이미 오를 대로 올라있었다는 분석도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로 그룹 지배구조를 혁신적으로 정비해 지주회사 체제로의 선제적 전환이 시장에서 그만큼 큰 역할을 해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정연 기자 jay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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