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 선진국’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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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가 오랜 숙원을 풀었다. 세계 양대 투자지표 중 하나인 ‘파이낸셜 타임스 스톡 익스체인지(FTSE)’의 선진국지수에 편입된다. 유럽계 자금이 투자의 기준으로 삼는 FTSE의 선진시장에 포함되면 3조 달러(약 3300조원)로 추산되는 글로벌 투자자금의 일부가 국내 증시로 들어올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증권은 약 40억 달러의 신규 자금 유입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그동안 한국 증시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유럽 자금이나 연기금 등 장기 투자자들이 한국시장에 새롭게 들어올 수 있다”며 “특히 대형 우량주에 호재”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17일 “FTSE 지수조정위원회가 한국을 FTSE 선진국지수에 편입하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FTSE 마이크 메이크피스 회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의 시장 지위 변경 내용을 발표한다. 한국 증시는 1년간 준비 기간을 거쳐 2009년 9월부터 FTSE 선진국지수에 들어가게 된다. 한국은 2005년 이후 세 차례 선진시장 편입에 도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FTSE 지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와 더불어 세계 2대 투자지표로 꼽힌다. 8월 말 기준 한국 증시의 시가총액은 FTSE 선진시장에서 12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FTSE 선진국지수를 좇는 글로벌 펀드는 상당량의 한국 주식을 사들일 것으로 보인다. FTSE가 한국을 선진시장에 편입함에 따라 경쟁 관계인 MSCI도 한국시장을 선진시장으로 승격할 가능성이 커졌다. MSCI를 기준 삼아 투자하는 글로벌 펀드는 최소 5조 달러로 알려져 있다. MSCI의 지수 조정은 내년 상반기 중 결정된다.

대우증권 한치환 애널리스트는 “한국 증시는 신흥시장에 속한다는 이유로 주가가 저평가돼 왔다”며 “FTSE 선진시장에 포함되면 장기적으로 주가도 한 단계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종목별로는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현재 FTSE 선진신흥시장지수에는 한국 주식 110개가 들어가 있으나 선진시장으로 옮기면 시가총액 비중이 작은 종목 상당수가 지수에서 빠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외부 악재가 있을 때면 선진 증시에 비해 크게 출렁거렸던 한국 증시의 취약성은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FTSE 선진시장은 신흥시장보다 외부 충격 등에 의한 출렁거림이 적었다. 특히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터진 2007년 이후 신흥시장의 변동성은 선진시장의 약 4배에 달했다. 2007년 증시의 낙폭 역시 신흥시장이 선진시장보다 10% 이상 크게 나타났다.

정경민·김준현 기자

◆FTSE 지수=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FT)와 런던 증권거래소가 공동 소유한 ‘FTSE 인터내셔널’이 만든 세계 주가지수. 48개국 8000여 개 주식이 포함되며, 주로 유럽계 자금이 투자의 기준으로 삼는다. 세계 증시에서의 위상에 따라 다시 선진·선진신흥·신흥·프런티어(신개척)시장으로 나뉜다. 모건스탠리의 자회사가 만든 MSCI 지수와 함께 세계 양대 주가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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