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나테 홍 ‘47년 만의 포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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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나테 홍 할머니가 지난달 26일 평양 중구역 인근 천리마 거리에 있는 창광산 여관에서 꿈에도 그리던 남편 홍옥근씨와 생이별 47년 만에 재회해 손을 꼭 잡고 얼굴을 맞댄 채 포옹하고 있다. [레나테 홍 제공]

독일인 레나테 홍(71) 할머니가 마침내 반세기에 걸친 오랜 기다림에 마침표를 찍었다.

11박 12일의 북한 평양 방문 일정을 마치고 5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한 레나테 할머니는 “지난달 25일 평양에 도착한 첫날 순안공항 입국장에서 두 아들 페터 현철(48), 우베(47)와 함께 마중 나온 남편 홍옥근(74)씨를 만났다”고 말했다. 1961년 4월 북한 유학생이었던 남편 홍씨와 동독 예나 역에서 눈물의 생이별을 한 지 47년 만이다.

레나테 할머니는 “공항에 남편이 마중을 나올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며 “너무 흥분되고 가슴이 떨려 상봉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털어놓았다. 맏아들 페터 현철은 “입국장에 서 있는 아버지를 본 순간 너무 충격적이라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마음이 흔들리고 혼란스러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둘째 아들 우베는 “아버지도 처음에는 오랜 기간의 시간적 공백 때문인지 아무런 말도 못 하고 다가와선 우리를 하나하나 껴안기만 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분위기가 많이 부드러워졌다”며 “아버지가 유머가 풍부하고 성격이 쾌활해 처음에 어색하던 순간들이 금세 사라졌다”고 소개했다. 이날 상봉 자리에 홍옥근씨는 북한에서 재혼해 낳은 딸 광희(40)씨와 함께 나왔다. 홍씨는 현재 북한에서 결혼한 부인과의 사이에 2남 1녀의 자녀를 두고 있다.

레나테 할머니는 “북한 체류 기간인 12일간 내내 홍옥근씨를 자유롭게 만나 충분히 얘기할 수 있었다”며 “평양을 포함해 묘향산 등 인근 관광지를 가족이 1박2일 일정으로 함께 여행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레나테 할머니는 “우리 일행을 초청한 북한 적십자사의 한 직원은 ‘평양에 외부인을 불러 가족상봉을 마련해 주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하며 ‘이번 상봉이 남북 이산가족 상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홍 할머니는 “가족이 함께 보낸 지난 12일이 너무 빨리 지나가 아쉽다”며 “헤어질 때 마음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팠지만 공항에 출영 나온 남편, 이복 딸과 후일을 기약하면서 작별인사를 했다”고 말했다.

예나(독일)=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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