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령벤처’ 주식 수십 억대 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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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에 사는 곽모(44)씨는 2006년 한 일간지의 광고란을 보다 눈이 번쩍 띄었다. ‘중국 주식 투자로 대박 꿈 놓치지 마세요’라는 내용이었다. 중국 주식 거래 대행 서비스 업체인 C사가 낸 광고였다. 평소 중국 주식에 관심이 있었던 곽씨는 당장 C사에 전화했다. C사는 “양질의 주식만을 권유하고 있어 믿고 투자하시면 된다”고 응대했다. C사는 중국 쪽에 사무실을 차려 한국 직원들이 실시간으로 현지의 좋은 주식을 알아보고 엄격한 실사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 거래에 대해 전혀 몰라도 문제없다. 거래 수수료의 5%만 내시면 중국 주식 거래의 처음부터 끝까지 관리해 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C사는 곽씨에게 뜨는 주식으로 중국 비상장 제약회사인 용단생물(龍丹生物)을 권했다. C사는 “코스닥 상장을 위한 컨설팅 계약을 이미 체결했고 최근 국내 증권사들과 주간사 계약을 위한 미팅을 가졌다”며 유혹했다. 곽씨는 2005년 뉴욕 나스닥에 상장해 대박을 터뜨렸던 중국 인터넷 검색업체 ‘바이두’의 신화를 떠올렸다. 곽씨는 그날 바로 주당 4위안씩을 주고 총 7500여만원어치의 주식을 샀다.

비상장 주식이다 보니 곽씨는 상장될 때까지 ‘묵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용단생물에 관한 희소식이 연일 날라왔다. ‘신약 2종을 개발해 제품 판매에 들어가 매출액 증가가 예상된다’는 말이 들렸다. ‘영업이익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늘었다’는 소문도 났다. 곽씨는 2007년 주당 7위안씩 주고 총 7500여만원어치의 주식을 또 사들였다.

올해 5월 용단생물은 중국 현지에서 주주총회를 통해 주주들에게 10주당 1위안의 현금 배당을 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한국 투자자들에겐 배당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국내 투자자들은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다. 투자자들은 C사를 통해 용단생물 측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C사의 대표이사 김모(38)씨는 이미 잠적한 상태였다. 투자자들은 C사 대표 김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2일 C사 대표이사 김모씨를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 기업과 관련한 주식 범죄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까지 7명의 피해자가 김씨를 상대로 고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투자자수는 파악하지 못했지만 100여 명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피해액이 수십억대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C사는 “용단생물의 코스닥 상장이 어렵게 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으로 직접 가서 확인해본 결과 용단생물이 회사에 제공했던 재무제표, 사업자등록증 등의 자료가 가짜로 판명됐다”는 것이다.

현재 C사의 온라인 게시판에는 ‘용단생물이 유령회사임을 알고도 우리를 속인 게 아니냐’는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온라인에 대책 마련을 위한 카페도 개설됐다.

이에 C사는 “용단생물이 중개회사와 짜고 이중 장부로 조작한 정보를 우리에게 주는 식으로 우리를 속였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 회사 사장과 지인들이 100만 주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 우리야말로 최대 피해자다. 중국에서 소송을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 조사1국 박찬수 국장은 “비상장 주식이 상장될 것처럼 속여 투자자를 모집한 사례는 있지만 외국 주식의 코스닥 상장과 관련한 사건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C사는 증권회사가 아니므로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주식을 거래할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은화·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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