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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빼곤 21년째 매년 파업 … 현대차 ‘파업 중독’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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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조 내 권력투쟁=정갑득 금속노조 위원장은 현대차 내 노동운동 계파인 ‘실천하는 노동자회(실노회)’ 소속이다. 그는 96~97년과 99~2000년 현대차 노조위원장을 맡았다. 현대차 안에는 이런 노동조직이 10여 개나 된다. 이들 계파는 선거 때마다 이합집산을 하며 권력투쟁을 벌인다. 현대차의 한 조합원은 “선거 때만 되면 상대 조직을 누르기 위해 온갖 음해가 난무한다”며 “이러다 보니 계파별로 선명성 경쟁을 벌이게 되고, 파업은 그 부산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노조에 요구하면 뭐든 된다”=현대차 노조의 한 대의원은 “작업화 하나를 바꿔도 회사에 요청하는 것보다 노조에 얘기하는 게 더 빠르다”고 말했다. 작업반장에게 부탁하면 절차를 밟아 교체하게 된다. 대의원에게 얘기하면 곧장 새 작업화가 나온다. 회사가 즉시 지급하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생산라인을 세워 버려 노조가 요청하면 어쩔 수 없이 거의 수용한다”고 말했다.

◇“챙길 수 있을 때 챙기자”=지난달 12~13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묻는 총파업 투표. 현대차 노조원들은 48.5%만 찬성표를 던졌다. 처음으로 파업을 거부한 것이다. 하지만 같은 달 27일 실시한 ‘임금협상’ 관련 파업 찬반투표에서는 67%가 파업을 하자고 했다.

김정한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현대차는 98년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정리해고를 단행하고 6개월 만에 기아자동차를 인수했다”며 “이때 회사에 배신감을 느낀 조합원들이 ‘벌 수 있을 때 벌어야 한다’며 눈앞의 경제적 이해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관리 능력 없는 사측=2006년 현대차는 한국경영자총협회 회비 납부를 거부했다. 경총이 한국노총과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에 합의하면서 복수노조 시행을 유예한 데 대한 항의표시였다. 현대차는 “복수노조만 되면 현재의 노조 성향을 확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 회사 입맛에 맞는 노조를 지원해 강성 노조를 무력화시키겠다는 계산이었다. 노무관리를 강화하는 조치는 뒷전이었다. 김영문 전북대 교수는 “현대차는 노조의 변화만 바라는 ‘기도형 노무관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찬 기자
◇산별노조=자동차·금속·조선처럼 비슷한 산업에 속한 각 기업 노조가 뭉쳐서 만든 거대 단일 노조다. 산별노조가 되면 개별 기업 노조에는 사측과의 교섭 권한이 없고, 그 권한은 중앙노조가 갖는다. 현대차노조는 금속노조에 가입해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가 됐다. 따라서 금속노조가 파업을 결정하면 현대차 지부는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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