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박 7시간 100쪽 고쳐쓴 尹…“밥 먹자” 버너로 찌개 끓였다

  • 카드 발행 일시2024.05.13

법 인(in) 여의도, 여의도 법인(人)③ - 홀로 살아남은 ‘친윤 검사’ 

참담했다. 흔히 말하는 재경(在京)지검, 그중에서도 선임인 서울동부지검의 부장검사였던 그다. 다음 보직은 법무부, 대검, 중앙지검이거나 서울과 가까운 곳의 대형 지청장이라야 순리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은 경기, 충청, 강원을 뛰어넘어 조령 너머에 있는 경북 안동으로 그를 보냈다. 2019년 7월의 그 인사에서 정권이 던진 메시지는 분명했다.

‘이번 정권에서는 절대 당신을 쓰지 않겠다.’

청와대를 두 번이나 압수수색하고, 장관과 비서관을 기소하면서 역린(逆鱗)을 건드렸을 때 이미 어느 정도 예상한 결과였다. 안동지청장 자리에 앉느냐, 마느냐. 그는 사흘을 고민했다. 그리고 결단을 내린 뒤 법무부에 사직 통보를 했다. 주섬주섬 짐을 챙겨 청사를 나가던 순간 전화기가 울렸다.

“여보세요?”

나야. 윤석열이야. 

막 검찰총장이 됐을 무렵의 윤 대통령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젖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