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전문가가 본 '쇠고기 해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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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루치 조지타운대 외교대학원장
“미, 촛불시위는 반 광우병 한국 국민 납득시켜야”
오바마가 대통령 당선돼도 더 나은 북·미합의 안 나올 것

“한국의 촛불시위가 반미 또는 미국 쇠고기 반대를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 국민은 광우병에 반대하고 있다고 본다. 나도 ‘반(反) 광우병’ 이다.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의 정치적 어려움을 이해해야 한다. 또 수출하는 미국산 쇠고기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우려가 없다는 것을 한국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

로버트 갈루치(62·사진) 조지타운대 외교대학원 원장은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에 대해 이같이 말하면서 “감정이 가라앉은 후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해결책을 찾아 양국의 특별한 동맹 관계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사태가 마무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994년 민주당의 빌 클린턴 정부 당시 미국 측 협상 대표로 제네바 북·미 협상을 이끌어 냈던 그는 북·미 협상에 대해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당선되면 더 나은 북·미 합의가 나올 수 있다고 북한이 오판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는 “북핵 신고가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미 공화당과 민주당에 모두 남아 있다”며 “어느 당이 차기 미국 정권을 잡아도 지금의 조지 W 부시 행정부처럼 시간에 쫓기지 않기 때문에 북·미 대화의 조건은 지금보다 훨씬 까다로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이유에 대해 “북한이 책임지고 해명해야 할 상당 부분이 핵 신고에서 빠졌다”며 “플루토늄만 놓고 볼 땐 부시 행정부의 기대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시리아 핵 확산 문제, 우라늄 농축 문제, 원심분리기를 어디서 도입했는지 등이 미흡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조그만 크기의 핵무기가 자살 폭탄 테러의 형태로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 미국엔 가장 끔찍한 악몽”이라며 “북한이 시리아에 핵 원자로 시설 노하우를 이전했다는 의혹을 확실히 해명해야 하고, 앞으로 다른 국가에 핵 관련 노하우를 확산·이전하지 않겠다는 확실한 보증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핵 신고 절차가 마무리된 후에도 어려운 절차가 많이 남아 있을 것”이라며 “북한이 인권 탄압과 전제정치 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완전한 북·미 관계 정상화가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가 북한 포용정책으로 돌아선 데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차기 미국 정부도 북한을 고립시키기보다는 포용과 대화 기조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면 이란과 북한 등 적국 지도자들과도 기꺼이 만날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선 개인 의견임을 거듭 강조한 후 “정상 간의 만남은 매우 치밀한 계산을 통해 얻을 게 있을 때에만 추진해야 한다”며 “오바마의 발언은 대표단을 통한 외교적 대화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자유무역협정(FTA)을 반대한다는 오바마의 입장에 대해선 “FTA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중 일부 조항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지영 기자

◇로버트 갈루치=워싱턴DC에 있는 조지타운대 에드먼드 월시 외교대학원 원장. 채찍과 당근을 병행한 협상을 강조하는 대표적인 대북 협상론자. 74년 국무부 군축담당관으로 시작해 20여 년간 직업 외교관으로 활동했다. 뉴욕 주립대 졸업, 브랜다이스대 석·박사(국제정치학).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보좌관
“한·미 공동위원회 구성 … 쇠고기·동맹관계 논의를”
‘대북 퍼주기’ 탈피 잘한 것 촛불 계기 정책 바꾸면 안 돼

“미국 정부는 한국인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쇠고기 검역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고, 한국 정부는 여야와 국민을 꾸준히 설득해야 한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선임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그린(47·사진)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에 대해 “미국산 쇠고기 파동을 가라앉히기 위해선 한·미 양국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 양국의 학자·기업인·시민단체·언론인 등이 참여하는 공동위원회를 구성해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문제뿐 아니라 한·미 동맹과 세계화 등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역동적인 나라고 한국의 여론은 급변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한국 정부가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국민을 설득하면 잃었던 지지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광우병 사태를 슬기롭게 극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한국은 정치 민주화와 경제 성장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나라”라며 “한국이 잘돼야 세계에 민주주의와 경제 성장을 확산하려는 미국의 목소리가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양국에 수백억 달러의 경제적 이익을 가져오고, 한·미 동맹을 더 굳건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반대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한·미 FTA를 지지하는 존 매케인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외교 참모로 활동하고 있다.

한·미 동맹에 대해선 “한국은 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기 위한 미국의 핵심(pivot) 동맹국”이라며 “최근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으로 흔들릴 정도로 약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의 대북 정책과 관련해선 “이명박 대통령이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퍼주기식’ 대북 정책에서 탈피해 북한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한 것은 잘한 일”이라며 “촛불시위를 계기로 현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를 바꾸려는 세력이 있는데 이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시 행정부의 북핵 협상에 대해서도 “당근만 있고 채찍이 없다”며 부정적이었다.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폐기하지 못하고, 시리아 핵 기술 이전에 대해 명확한 책임을 추궁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미국은 김정일(북한 국방위원장)의 핵무기 보유 의지를 꺾지도 못한 채 북한의 요구에 질질 끌려 다닌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현재와 같은 일방적 북핵 협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매케인은 최근 중앙일보에 독점 게재한 기고문(5월 29일자)에서 밝혔듯이 북한과 조건 없이 대화해 핵 포기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건 환상이라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강력한 한·미 동맹을 기초로 유엔의 경제 제재 등으로 압박해야 북핵 포기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재홍 기자

◇마이클 그린=조지타운대 외교대학원 교수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일본실장 겸 선임연구위원을 겸임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안보 담당 특보와 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역임했다.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SAIA)에서 석·박사 학위를 땄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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