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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심대평 카드 오래 못 기다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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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左>가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이회창 총재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와 여권의 시선이 여의도의 자유선진당 당사로 집중되고 있다. 청와대가 전격 제안한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 총리 기용 카드의 최종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7일 “청와대는 이미 ‘심대평 총리’카드를 제시했고, 현재 자유선진당의 답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며 “하지만 답변을 오래 기다릴 수는 없다.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과의 쇠고기 추가협상 결과,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인적 쇄신안 발표 등 쇠고기 파문을 진정시킬 각종 프로그램을 이번 주 안에 완료한다는 게 청와대의 스케줄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준비 중인 국정 수습책, 그중 핵심이 될 인적 쇄신안의 향배에 자유선진당과 이회창 총재, 심대평 대표가 핵심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양상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심 대표는 총리직을 맡을 뜻이 있는데 이회창 총재가 계속 반대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구상하는 인적 쇄신의 컨셉트는 결국 지역 안배”라며 “심 대표 기용이 안 될 땐 전북 출신의 강현욱 전 전북지사가 기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심 대표의 총리 기용에 큰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은 지역 안배의 효과 외에도 ‘보수층 결집’이란 소득을 한꺼번에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한나라당 내에서 위기 극복의 방안으로 제기되는 ‘보수대연합론’이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10%대까지 추락한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청와대는 ‘우군 관리 실패’를 꼽아 왔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친박근혜’ 세력이나 자유선진당 등 보수세력 내부의 결집력이 현저히 떨어졌고, 쇠고기 파문을 계기로 보수층까지 모두 돌아서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또 쇠고기 파문이 가라앉은 이후 국회를 중심으로 추진해야 할 각종 개혁 프로그램의 성공적인 작동을 위해서도 보수층의 결집이 필요하다는 게 ‘보수대연합론’의 논리다.

이 같은 점에서 충청을 대표하는 상징성이 있는 심 대표를 ‘맞춤 총리 후보’로 보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유력 후보로 떠오르는 강현욱 전 전북지사의 경우 호남(전북 군산) 출신이라는 점에서 지역 안배의 효과는 있다.

하지만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새만금 TF팀장으로 일하는 등 이미 ‘이명박 사람’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심대평 총리’에서 얻을 수 있는 외연 확대의 ‘+(플러스)알파’ 효과가 작다는 측면이 있다.

이처럼 여권 핵심부의 대체적인 기류는 한승수 총리 교체 쪽에 무게가 실려 있다. 한 총리와 함께 여권의 ‘빅2’를 형성하고 있는 류우익 대통령실장의 경우도 함께 교체되는 방향으로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청와대는 류 실장의 교체에 대비해 후임 대통령실장 후보로 윤진식 전 산자부 장관 등 4∼5명을 놓고 정밀 검증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르면 18일께 이 대통령이 두 사람의 거취와 관련된 최종적인 결론을 낼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42.195㎞의 마라톤 풀코스에 비유하면 (이 대통령의 인적 쇄신안이) 반환점은 돌았다고 보면 된다. 개봉박두”라고 말했다.

서승욱·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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