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적자의 저주’ 걸린 그때…짐싸서 해외 간 대표님 승부수

  • 카드 발행 일시2024.05.02

Today’s Interview
돈 벌기도 전에 해외로 떠난 창업자
당근 김용현 대표

‘진짜 돈 버는 것엔 별 관심이 없나? 돈 욕심이 없는 건가?’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 공동창업자인 김용현 대표와 인터뷰하는 내내 든 의문. 단순히 기업 가치 3조원 이상,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 1900만 명을 가진 유니콘 창업자가 명품시계 대신 중고가 5만원(당근 앱 기준)에 살 수 있는 전자시계를 차고 있어서는 아니었다. 거래 수수료를 받지 않는 당근은 창업 이후 내내 ‘돈은 벌 수 있나’란 시장의 우려를 꼬리표처럼 달고 다녔다. 이날도 김 대표는 돈 번 이야기보다, 돈 쓸 이야기(투자)에 더 많은 시간을 썼다. “수익 모델에도 관심이 많다. 돈을 벌어야 한다”면서도, 뒤에 붙는 말은 “그래야 글로벌 확장을 할 수 있으니까”였다. “당분간 국내에서 돈 벌어 글로벌에 투자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당근은 지속 가능성조차 의심받던 때(2019년 11월) 영국에 진출했다. 직원 수 50명이 채 안 됐었다. 적자를 면치 못하던 2022년엔 아예 김 대표가 짐 싸들고 캐나다로 떠났다. 당근 본사가 첫 흑자를 낸 건 지난해의 일. 이제 막 국내에서 돈을 벌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김 대표는 “글로벌 흑자 전환은 10년, 어쩌면 더 걸릴 수도 있다. 합리적 계산으론 답 안나오는 도전”이라고 했다. 태연하게. 하지만 “성공하면 지금 하는 광고 모델만으로도 매출 10배 이상을 할 수 있다. 삼성·현대가 처음 글로벌에 투자했을 때도 ‘미친짓’처럼 보였겠지만 오너 의지로 해냈다”고도 말했다. 오래 걸리겠지만, ‘어느 정도 길은 찾은 것 같다’는 자신감을 보인 것이다. 당근은 왜 지금, 글로벌에 목숨을 걸까. 삼성·현대를 보고 그리는 당근의 꿈, 현실성은 있을까.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김 대표와의 인터뷰는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구 당근 본사에서 화상으로 진행했다. 그는 1년에 한 번만 한국에 온다고 했다.

💬목차

1. 돈 벌기도 전에 글로벌?
2. 글로벌 당근, 현재 점수는?
3. 당근의 오늘과 내일

오혜정 디자이너

오혜정 디자이너

1. 돈 벌기도 전에 글로벌?

돈을 못 벌어 ‘플랫폼의 저주’란 말까지 듣던 당근은 지난해 첫 흑자를 내며 실력을 입증했다. 이쯤 되면 안정을 추구할 법한데 김용현 대표의 시선은 ‘새로운 도전’에 쏠려 있다. 글로벌 앱 ‘캐롯(Karrot)’의 성공. 해외사업을 위해 가족까지 모두 데리고 한국을 떠난 창업자는 2년 넘게 돌아오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야 ‘국민앱’ 소리를 듣지만, 드넓은 북미 땅에서 중고 직거래 서비스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왜 돌아오지 않을까? 직접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