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없어도 인류 멸종 안한다…단, 이 6개 없으면 문명 끝났다 [‘물질의 세계’ 저자 인터뷰①]

  • 카드 발행 일시2024.05.09

📈글로벌 머니가 만난 전문가

프롤로그

산업혁명이 프랑스나 독일이 아닌 섬나라 영국에서 일어난 이유를 종교보다 과학기술을 우선시한 영국인의 특징 때문이라는 해석이 한때 유행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엔 값싸고 손쉽게 구할 수 있었던 석탄 때문에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가능했다는 설명이 더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런 지적 흐름의 연장선인 듯, 2023년 『물질의 세계: 6가지 물질이 그려내는 인류 문명의 대서사시(Material World A Substantial Story of Our Past and Future )』란 책이 나왔습니다.

최근 애덤 포즌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소장이 기자와 인터뷰에서 “지은이 에드 콘웨이가 모래와 소금, 철, 석유, 구리, 리튬 등 여섯 가지 자원으로 경제 현상을 설명하는 게 너무 놀랍다”며 “『물질의 세계』가 21세기 현재 글로벌 경제 흐름을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글로벌 머니는 지은이인 에드 콘웨이 영국 스카이뉴스 경제 에디터를 ‘저자 직강’ 차원에서 화상으로 인터뷰했습니다. 인터뷰 내용이 풍부해 두 차례 걸쳐 소개합니다.

📝 목차
① 흔한 물질, 그러나 놀라운 비밀
② 6대 물질 속의 숨겨진 돈과 패권 

에드 콘웨이 영국 스카이뉴스 경제 에디터. 본인 제공

에드 콘웨이 영국 스카이뉴스 경제 에디터. 본인 제공

에드 콘웨이는 경제기자로 일하면서 2009년엔 『당신이 알아야 할 경제 아이디어 50(50 Economics Ideas You Really Need to Know)』을, 2014년엔 브레턴우즈 체제를 다룬 『정상회의: 2차 대전 최대 전투(The Summit: The Biggest Battle of the Second World War)』를 써 세상에 내놓았다. 하루하루 뉴스를 좇으면서도 스토리를 근거와 논리를 바탕으로 전개할 줄 아는 저널리스트인 셈이다.

상당히 이론과 역사적 사실에 밝은 기자 같다.
글쎄~! 나 자신을 어떻다고 직접 말하기는 쑥스럽지만, 나는 네트워킹보다는 데이터와 지식을 수집해 해석하는 데 능한 저널리스트라고 생각한다. 특종을 잘하는 기자가 아니란 얘기다(웃음).
『물질의 세계』가 요즘 한국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한국이 자원이 부족한 나라여서 자원을 둘러싼 경제와 정치, 국제 관계 등을 다룬 책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 듯하다. 
내 책이 한국에서 주목받고 있다는데, 몰랐다. 기쁘다. 한국은 거대한 제철소와 거대한 조선소 등으로 유명하다. 원료인 철광석 등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물질의 세계』에서 내가 강조하려 한 사실은 땅속에서 자원 등을 캐내는 일의 중요성이 제조업만큼 인정받지 못하지만, 캐내는 일 자체도 엄청난 일이라는 점이다. 한국의 삼성이 만드는 반도체가 너무나 훌륭하지만 반도체 원료 물질을 땅속에서 캐내는 과정도 인류의 놀라운 성과라는 얘기다.
책 지은이와 인터뷰할 때마다 하는 질문이라 지루하기는 하지만 꼭 물어야 하는 게 있는데, 책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반도체를 만들거나 배를 지을 때 쓰이는 원자재가 어디서 나오는 거지?’라는 궁금증을 풀고 싶었다. 이런 궁금증은 아주 중요하다. 내가 오랜 기간 경제기자로 일했지만, 그 궁금증을 놓고 (취재원과) 깊이 이야기해본 적이 없었다. 그 바람에 그런 궁금증을 품고 있는 내가 이방인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모래는 반도체의 출발점 

글을 쓰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첫 문장 또는 첫 장에 집중하는데, 『물질의 세계』 첫 소재가 여섯 가지 자원 가운데 가장 하찮아 보이는 모래다. 원유나 요즘 중시되는 리튬이 아닌 모래를 가장 먼저 다룬 이유가 있나.
일상생활에서 쉽게 볼 수 있으면서도 놀라운 변신이 이뤄지는 물질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었다. 그것이 바로 모래다. 책의 1부의 세 개 장에 거쳐 모래를 다뤘다. 유리와 콘크리트, 반도체 순으로 스토리를 펼쳤다.
중국 장수성 주장시 모래 광산.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장수성 주장시 모래 광산. 로이터=연합뉴스

모래에서 나온 반도체가 아닌 매우 흔한 유리를 먼저 다룬 것도 흥미롭다. 
나도 취재하고 글쓰기를 시작할 때 유리 스토리가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지 못했다. 그런데 유리에 대해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결과적으로 모래 이야기가 『물질의 세계』에서 가장 극적인 장 가운데 하나가 됐다. 유리를 만드는 일은 인류가 개발한 최초의 기술이라고 한다. 실리콘 함량이 높은 실리카(규사) 모래를 녹여 유리를 만드는 일 자체가 몹시 어렵다. 고온의 고로가 필요한데, 인류 역사 수천 년 가운데 오랜 기간 그런 고온의 고로를 만들 수 없어 유리를 생산하지 못했다. 이외에도 또 다른 과학적 원리를 알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