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 “어려운 때 나까지 신문 오르내려 미안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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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득 의원이 17일 일본으로 출국하기 전 김포공항 귀빈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 어려운 일이 한둘이 아닌데 나까지 신문에 오르내리면….”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이 17일 이같이 말했다. 그러곤 “부끄럽고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날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대통령의 형인 그는 요즘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같은 당 정두언 의원이 “일부 인사가 권력을 사유화했다”고 공격하면서다. 정치권에선 ‘일부 인사’를 이 의원과, 이 의원과 가까운 인사들이라고 여겼다.

이 의원 본인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주일여 뒤 이명박 대통령이 “일부 의원의 묻지마식 인신 공격 행위와 발언들이 걱정스럽다”고 질책하기 전까지 당내는 소란스러웠다. 이 의원은 한동안 귀가하지 않고 밖에 머물며 언론과의 접촉을 피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이 의원의 한 측근은 “시민들이 이 의원의 위치를 언론사에 알리곤 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부품업체 방문 등을 방일의 이유로 들었지만 정치권에선 “언론에 노출되지 않으려고”란 분석이 더 많다. 게다가 이 의원은 19일 오후 귀국한다. 현재의 예고대로라면 이 대통령이 인적 쇄신안을 발표할 즈음이다. 당내에선 “국내에 있을 경우 ‘인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 나올까 봐 자리를 피하는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그의 김포공항 출국장과 일본 하네다 공항 입국장엔 기자들이 몰렸다. 그는 정 의원 발언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국회의원들은 항상 옥신각신하는 게 아닌가.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사 개입 주장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있을 때 부탁을 한 건도 안 들어줬다. 거기서부터 친형제가 아니다는 말까지 나오게 된 것”이라는 표현을 썼다. 다음은 일문일답.

-당내 갈등이 수습되는 국면이다.

“나도 초선 때 수석부총재와 되게 싸웠다. 욕도 하고 달려들기도 했다. 그런 일은 있는 게 아닌가. (정두언 의원 쪽에서도) 대통령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하지 않았느냐. 다만 이번에 (문제 제기한) 방식은 좋지 않았다.”

-인사 개입론이 나오는데.

“동생(이 대통령)도 나도 엄격하게 공사를 구분하고 살아왔다. 선거 때는 적극 도왔지만 지금은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칩거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내가 무슨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닌데 왜 칩거하겠나. 나도 대응 안 하고 가만있고 그 사람들도 접겠다고 했으니 된 거 아닌가.”

-이명박 정부가 어려움에 처했다.

“대통령이 100일간 많은 것을 배웠다고 본다. 통치 초기엔 누구나 그렇다. YS(김영삼 전 대통령)도 DJ(김대중 전 대통령)도 그랬다. 국민이 원하는 걸 이제 알았으니 인적 쇄신도 그렇고 모두 잘할 것이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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