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얘기)하던 사람들이 ‘공영방송 사수’라고 하면서 무슨 이상한 말을 하고 있다.…쇠고기 문제는 하나의 구실이었다.…그들이 원하는 걸 들어주더라도 쇠고기만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고 짐작을 했다.…불장난을 오래 하다 보면 결국 불에 데게 된다. 너무 촛불장난도 오래 하는 것 같다.…일부 네티즌들의 조·중·동 광고 탄압은 범죄행위이고 집단난동이다” 등이 그가 평화방송에서 한 말이다. <관계기사 5면>관계기사>
불과 6일 전만 해도 이토록 비판적이지는 않았다. 11일 그의 책 『초한지』(楚漢志·전 10권) 완간 기자간담회에서 촛불집회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위대하면서 끔찍한 디지털 포퓰리즘의 승리”라고 답했었다. “결코 빈정대는 말이 아니다. 그것을 민의라고 말할 때 거부감을 갖고 있지 않다”며 조심스럽게 촛불집회의 정당성도 함께 인정했던 그다.
지난 엿새 사이 심경의 변화가 일어난 것일까. 그에게 전화를 걸어 논란의 배경을 들어봤다.
-촛불집회를 보는 시각이 왜 바뀌었나.
“11일 기자간담회 때만 해도 촛불시위의 자발성과 진정성에 감동을 받아 실체로 인정하려 했다. 하지만 15일 저녁 TV 특집방송과 뉴스를 보며 생각이 바뀌었다. 쇠고기 얘기하다 느닷없이 ‘공영방송 사수’가 왜 나오고, 정부가 시행도 않은 5대 사업 비판이 왜 나오나.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헌법 파괴 촛불장난으로 보게 된 것이다.”
-촛불집회의 한계가 있다는 뜻인가.
“자발성과 진정성을 벗어나 변질되고 있다. 사회적 충격과 정부 견제 역할을 충분히 했다. 더 이상 헌법 파괴 행위로 나아가는 것은 자제하는 게 좋을 것이다. 우리는 직접민주주의나 국민소환제를 채택한 일이 없다. 합법적 정부를 100일 만에 나가라는 것은 헌법 파괴 행위다.”
-정부의 미숙함을 지적해야 하지 않는가.
“정부의 치명적 실수가 국민 감정을 건드렸다. 그에 대한 일이라면 함께 해법을 구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그걸 떠나 이상한 정치집회를 벌여 나가는 것이다. 쇠고기 문제를 확대하는 세력, 국민들의 쇠고기 감정을 이용하는 정치화된 세력을 인정할 수 없다.”
-보수층의 의병까지 언급했다.
“하도 답답해서 한 소리다. 역사적으로 의병은 외적뿐 아니라 내란 때도 있었다. 홍경래난의 기선을 초기에 꺾은 것은 지방군과 의병의 연합군이었다.”
-방송에서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이 10%대라는 여론조사를 믿지 않는다. 사회적 조작도 개입돼 있다고 본다”고 했는데.
“근거가 있는 말은 아니다. 지지율이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겠지만 10%대라는 통계를 믿을 수 없다는 감정을 과장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2년6개월째 미국에 체류 중인 이씨는 『초한지』 완간을 기념해 9일 잠시 귀국했다. 2001년 진보·좌파 성향의 시민단체들을 홍위병에 비유해 비판했다가 ‘책 장례식’이란 고초까지 당했고, 그 고통을 견디다 못해 2005년 12월 미국으로 떠났다. 7월 15일 출국할 예정이던 그는 “계획은 그랬는데, 내가 뭘 해야 할지 판단해 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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