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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투병 부모에 “돌아가셨으면”…법의학자가 목격한 삶의 끝 <下>

  • 카드 발행 일시2024.05.17

지난 20년간 1500여 구가 넘는 시체를 부검해 온 유성호(52·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서울대에서 10년 넘게 ‘죽음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 죽음이 ‘일상’인 그에게도 여전히 낯설고 풀리지 않는 ‘숙제’ 같은 죽음이 있다고 한다. ‘자살’과 ‘조력사망’ 문제다.

법의학자 유성호(52)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가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법의학자 유성호(52)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가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유 교수는 극단적 선택을 한 이들을 부검대에서 수없이 많이 만났다. 유 교수는 그들의 유서에서 복잡다단한 감정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자살은 질병”이라며 “충분히 치료를 통해 극복 가능한 문제”라고 말했다. 자살 충동이 일면 무조건 가야 할 ‘의외의 곳’이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유 교수에 따르면, 법의학자는 일종의 “카나리아(canary)” 역할을 한다고 한다. 부검대에 오른 시신들을 통해 앞으로 심각해질 사회 문제를 법의학자가 미리 포착한다는 얘기다. 유 교수는 “(한국 사회에선) 특히 안락사, 조력사망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왜 여전히 도입이 요원해 보이는 조력 사망과 안락사가 본격 논의될 거라고 장담할까. 또한 유 교수는 숱한 죽음을 마주하며 “죽음에 빈부 격차가 있음을 느꼈다”고 했다. 그의 눈에 비친 ‘죽음의 빈부 격차’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목차

1. 자살 충동? 한강 말고 무조건 가야 할 ‘이곳’
2. “자살은 ‘질병’, 이렇게 해야 날 안 만난다”
3. “조력 사망, 법의학자에 수년 전부터 ‘알람’ 울렸다”
4. “죽음에도 빈부 격차”…‘더 킷 리스트’ 써야 하는 이유는

앞서 상편 〈시신 1500구 부검한 법의학자…그가 깨달은 ‘행복한 죽음’〉에서 유 교수는 부검대 위에서 마주한 삶과 죽음의 경계에 대한 솔직한 소회를 밝혔다. 부검대 앞에 선 자신을 “빛도 없이 등장하는 카메오” “지나가는 사람”이라고 칭한 유 교수는 고인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한 ‘객(客)’으로서 어떤 도움을 주고자 했는지, 인간에게 과연 ‘아름다운 죽음’이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고민 등을 털어놓았다.

법의학자 유성호, 죽음을 말하다

상편: 시신 1500구 부검한 법의학자…그가 깨달은 ‘행복한 죽음’
하편: 암투병 부모에 “돌아가셨으면”…법의학자가 목격한 삶의 끝 〈下〉

서울대 강의명이 〈죽음의 과학적 의미〉다. ‘과학적’이라고 한 이유는.

당시 급조한 과목이다. 처음엔 ‘죽음의 의학적 이해’라고 수업 제목을 써냈는데, 탈락했다. “왜 탈락이냐”고 물으니, “죽음을 애들한테 왜 가르치느냐” “왜 나쁜 생각을 하게끔 하느냐. 가르치지 말라”고 하길래, 분기탱천해서 “삶의 엔딩 챕터인 죽음을 안 배우면 삶을 어떻게 아느냐”고 응수했다. 이후에 ‘의학적 이해’라고 해서 싫어했나 싶어서 ‘과학적’으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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