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유니폼 입고 양손엔 성심당 빵…확 살아난 대전 옛 도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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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중구는 동구와 함께 대표적인 ‘원도심 지역’이다. 중구 대흥동과 선화동에 있던 대전시청·충남도청이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정치 1번지’로 꼽히던 곳이었다. 하지만 공공기관이 줄줄이 빠져나가고 인구가 줄면서 20년 넘게 공동화를 겪고 있다.

지난달 17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로컬100으로 지정된 성심당 대전역점을 찾아 임영진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지난달 17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로컬100으로 지정된 성심당 대전역점을 찾아 임영진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1

그런 중구가 요즘 들어 활기를 띠고 있다. 10~20대 청년층은 물론 가족 단위로 찾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골목이 북적거린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커다란 쇼핑봉투를 양손에 들거나 같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골목과 도로에 가득한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모두 대전을 대표하는 빵집 성심당과 대전 연고의 프로야구단 한화 이글스 때문에 생긴 진풍경이다.

한화 유니폼 입고 양손에는 성심당 봉투

‘대전=성심당’이라는 공식이 생길 정도로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은 성심당은 대전시 중구 은행동에 본점을 두고 있다. 서구와 중구에도 매장이 있지만 ‘본점 사수’를 고수하는 마니아들은 1~2시간 줄을 서는 기다림을 마다치 않는다. 덕분에 성심당 주변 상권도 덩달아 활기를 되찾고 있다.

서울과 부산 등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들은 “(성심당) 빵을 사기 위해 KTX를 타고 왔다”고 입을 모은다. 한 개에 2000원도 안 되는 튀김소보로를 맛보기 위해 3만~5만원이나 되는 교통비를 감수했다는 얘기다. 최근 친구들과 KTX를 타고 성심당을 찾았던 김지윤(28·서울 송파동)씨는 “작년 봄에 대전에 출장을 다녀온 사촌오빠를 통해 처음 튀김소보로를 맛보고 반했다”라며 “대전에 보고 즐길 게 많다”고 말했다.

대전시 중구 은행동에 있는 성심당 본점 건물. 대전 중구은 공공기관 이전과 인구 감소로 공동화 현상을 겪었지만 성심당과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인기로 상권이 활성화하고 있다. 권혁재 기자

대전시 중구 은행동에 있는 성심당 본점 건물. 대전 중구은 공공기관 이전과 인구 감소로 공동화 현상을 겪었지만 성심당과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인기로 상권이 활성화하고 있다. 권혁재 기자

최근 대전역에 입점한 성심당이 임대료 문제로 ‘방을 뺄 수도 있다’는 소문이 나돌자 고객 불만이 하늘을 찌를 정도다. 2012년 11월 대전역에 입점한 성심당은 2019년 역사 2층 맞이방으로 이전해 월 평균 매출액 26억 원의 4% 수준인 1억 원의 수수료를 매월 코레일유통에 지불하고 있다. 지난달 임대계약이 만료됐으나 6개월 연장해 오는 10월 말까지 매장을 운영한다.

한화 이글스의 홈구장 ‘한화생명이글스파크’는 중구 부사동에 있다. 성심당과 직선거리로 1㎞ 거리로 걸어서 15분 정도 걸린다. 한화 팬은 야구장 가는 길에 성심당에 들러 빵을 사 가는 게 일상화가 됐다고 한다.

한화 이글스, 올 시즌 홈경기 21경기 매진

야구판에선 한화 팬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3년 연속(2020~2022년) 꼴찌(10위)에다 5년간 9~10위를 벗어나지 못하는데도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17경기 연속 홈 경기 매진(1만2000명)이라는 신기록을 작성해서다. 한화는 올해 홈구장 개막 경기가 열린 3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16경기에다 지난해 마지막 홈경기까지 17경기 연속 매진사례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는 홈 28경기 가운데 21경기가 매진이다. '괴물 투수' 류현진 복귀로 프로야구에 관심이 없던 사람까지 야구장을 찾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 1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서 한화 선발 류현진이 공을 던지고 있다. 한화는 이날 올 시즌 20번째로 만원 관중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1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서 한화 선발 류현진이 공을 던지고 있다. 한화는 이날 올 시즌 20번째로 만원 관중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덕분에 한화생명이글스파크 주변 상권은 밤새 문전성시다. 홈 경기가 통상 3경기 연속을 열리는데 휴가를 내고 내려온 팬들로 경기장에서 멀지 않은 숙박업소는 방 구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야구 관람에 빼놓을 수 없는 메뉴 치킨과 족발도 경기가 있는 날에는 매출이 지난해보다 50%가량 올랐다고 한다.

한화 홈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주말에 대전을 찾는 권오선(52)씨는”빙그레 시절부터 팬인데 경기도로 이사를 한 뒤에도 여건만 허락하면 꼭 경기장을 찾는다”며 “처음에는 낯설어하던 아내도 지금은 한화 유니폼을 입고 따라올 정도로 열성 팬이 됐다”고 말했다.

중구 방문자 전년보다 6.2% 증가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 4월 대전 중구의 방문자 숫자는 356만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 증가했다. 관광 소비 합계도 전년 동기 대비 13.2%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숙박 목적지 검색도 전년보다 10.1%가 늘어났다.

방문객이 몰려들자 은행동상점가상인회와 성심당은 6월 말까지 ‘으능이랑 성심이랑’이라는 이름으로 상생매장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성심당에서 빵을 구매한 뒤 영수증을 상생 매장에 보여주면 10~20%를 할인받을 수 있다.

지난 4월 3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KBO리그 프로야구 한화이글스와 SSG 랜더스의 경기. 한화생명이글스파크 전광판에 16경기 연속 매진 소식이 안내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3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KBO리그 프로야구 한화이글스와 SSG 랜더스의 경기. 한화생명이글스파크 전광판에 16경기 연속 매진 소식이 안내되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 중구 관계자는 “원도심을 지키고 살리는데 성심당과 야구(한화 이글스)의 역할이 막중하다”며 “멀리서 찾는 관광객이 오래 머물고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트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시, 8월 9일부터 중구 일원에서 0시 축제 

한편 대전시는 8월 9일부터 17일까지 대전시 중구 은행동 일원에서 ‘2024 대전 0시 축제’를 개최한다. 축제가 열리는 곳은 성심당 주변으로 9일간 다양한 행사를 체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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