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제발 탈출하면 안 돼?” 토트넘은 63년 못 고친 병 있다

  • 카드 발행 일시2024.05.24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홋스퍼는 축구 팬들 사이에서 ‘미스터리 클럽’으로 통합니다.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면서도 우승 트로피와는 인연을 맺지 못하는 상황이 매 시즌 반복되기 때문이죠. 지난 2015년 토트넘에 합류한 손흥민이 계약을 연장할 때마다 국내 팬들이 박수를 보내면서도 일말의 아쉬움을 느끼는 건 더 강한 팀으로 옮겨 우승에 도전할 기회를 얻기 바라는 측은지심 때문일 겁니다.

축구 칼럼니스트 레드재민은 60년 넘게 우승컵에 입 맞추지 못하는 토트넘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토트넘 병’ 때문이라고 진단합니다. 아주 오랜 기간 구단 안팎에서 함께 하며 우승의 걸림돌 역할을 하는, 그러나 좀처럼 떨쳐내지 못하는 ‘토트넘 병’. 실체를 손흥민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간절히 바라는 모든 분들과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토트넘 홋스퍼는 2024년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축구 클럽이다. ‘손흥민의 팀’이라는 사실 하나로 설명은 충분하다. 런던 홈경기장(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는 매 경기 관중석에 태극기가 휘날린다. 내한 경기 티켓은 순식간에 매진된다. 박찬호의 LA 다저스, 박지성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이어 이젠 손흥민의 토트넘 시대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토트넘은 좀처럼 우승하지 못한다. 마지막 리그 우승 이력을 찾아내려면 무려 63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이번 시즌도 결국 빈손으로 끝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토트넘 팬들 사이에서 ‘무관’은 최대 금기어로 통한다. 토트넘은 왜 우승하지 못할까.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트로피 진열대에는 먼지만 가득
이른바 ‘빅 클럽’을 구성하는 4대 조건으로는 통상적으로 현재의 경기력, 과거의 영광, 매출 규모, 그리고 두꺼운 팬 베이스 등등이 꼽힌다. 이 조건대로라면 토트넘은 첫 번째와 두 번째를 충족하지 못한다. 창단 141년째인 토트넘이 이제까지 잉글랜드 1부리그에서 우승한 건 딱 두 번(1950~51시즌과 1960~61시즌)뿐이다. 이후 무려 63년 동안 리그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런던 라이벌 아스널은 1부리그에서만 13차례 우승했고, 첼시는 리그 우승 6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에 빛난다. 잉글랜드 현지 축구 팬들 사이에서 토트넘은 ‘트로피도 없으면서 빅 클럽이라며 혼자 떠드는 팀’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올 시즌도 토트넘은 ‘무관’ 굴욕을 씻지 못했다. 개막 초반 10경기에서 8승2무로 치고 나갈 때만 해도 분위기가 괜찮았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안제 포스테코글루(호주) 감독은 초반 3연속 프리미어리그 ‘이달의 감독’에 선정됐다. 영국 현지 언론은 손흥민과 제임스 매디슨의 조합을 칭찬하며 “드디어 토트넘에 우승 가능성이 열렸다”고 앞다퉈 보도했다.
그런데 시즌 중반이 되자 경기력이 출렁거리기 시작했다. 막바지에는 정규리그에서만 5연패를 당하며 4위권 수성 목표마저 깨졌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과 잉글랜드풋볼리그(EFL)컵에서도 맥없이 탈락했다. 초반에 반짝하다 뒤로 갈수록 부실해지는, 토트넘의 전형적인 시즌 행보 그대로였다.

오랫동안 우승이 없는 토트넘에서 우승 트로피 형태의 기념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EPA=연합뉴스

오랫동안 우승이 없는 토트넘에서 우승 트로피 형태의 기념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EPA=연합뉴스

◇알뜰하고 튼실한 건 좋긴 한데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 관계자들 사이에서 ‘알짜배기 클럽’으로 정평이 났다. 돈을 아주 아주 잘 번다. 1990년대 암흑기를 거친 토트넘은 2001년 이닉(ENIC) 그룹이 경영권을 인수한 뒤 재정 상태를 빠르게 개선할 수 있었다. 이닉 그룹이 파견한 대니얼 레비 회장(현재 2대 주주)은 살림을 알뜰하게 유지하면서도 선수단 전력을 서서히 상승시켰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아르헨티나) 감독과 해리 케인, 손흥민이 힘을 합친 시절(2014~2019년)에는 리그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팀으로 성장했다. 아울러 사상 처음으로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준우승)에도 성공했다. 1992년 프리미어리그가 출범한 이후 30년간 토트넘은 총 1878점의 승점을 벌어들였는데, 이는 내로라하는 강팀들 사이에서 다섯 번째에 해당하는 준수한 결과다.

2019년 현재 홈경기장으로 활용하는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이 개장한 이후 토트넘은 돈을 쓸어 담고 있다. 손흥민이 합류한 2015년부터 2023년까지 구단 매출 신장률은 180%에 달한다. 2022~2023시즌을 기준으로 토트넘 매출 규모는 전 세계 축구클럽을 통틀어 8위에 해당한다. 런던 라이벌 첼시와 아스널은 물론,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절대 1강으로 꼽히는 유벤투스보다도 돈을 많이 번다. 그런데 성공적 경영은 외려 팬들의 불만을 키우는 부작용을 낳았다. 돈을 많이 벌수록 팬들의 트로피 갈증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일부 팬들은 지속적으로 구단 오너인 조 루이스 이닉 그룹 회장과 레비 회장의 퇴진을 요구한다. 시간과 돈은 물론 감정까지 갈아 넣어가며 응원하는 팬들에게는 건실한 재정보다 우승 트로피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