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싶은 심대평, 막아서는 이회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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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요즘 자유선진당 심대평 대표의 이름 뒤엔 ‘국무총리’란 단어가 자주 붙는다. 15일 이명박 대통령과 이회창 총재 간 회동 직후부터다.

물론 심 대표는 “아무런 제의도 받은 적이 없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그러나 내심 총리 발탁을 기대하고 있다는 게 측근들의 관측이다. 실제로 그는 17일 기자들과 만나 “나라가 9회 말 2아웃 상황인데 감독(대통령)이 부르면 선발 투수감이라 하더라도 ‘원포인트 릴리프(구원 투수)’를 맡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심 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도 “(당의 의견에 앞서) 국가가 잘되도록 하는 것이 기본 책무”라며 총리직 수락 의사를 우회적으로 밝혔다. 이날 오전 주요 당직자회의에선 “나라를 위하는 데 당론이 다를 수는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심대평 국무총리’에 대한 당내 기류는 그의 기대와 반대로 흐르고 있다. 심 대표의 한 측근은 “국가를 위해 본인이 총리직을 맡을 수 있다는 뜻은 분명하지만 호락호락하지 않은 당내 분위기가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이 총재가 심 대표의 총리 발탁에 부정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그는 청와대 회동(15일) 전날인 14일 심 대표에게 “총리직 제안을 받았느냐”며 심 대표의 의사를 재차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날 주요 당직자회의에서도 “보수의 세가 모여야만 이 난국을 풀 수 있다고 보는 건 적절치 않다”며 ‘보수대연합’의 한 축으로 거론돼 온 심대평 총리 카드에 대해 사실상 부정적인 뜻을 내비쳤다.

당 소속 의원들의 반응도 시큰둥하다. 이 총재와 가까운 한 의원은 “다 기울어 가는 정권과 공동 책임질 일을 왜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과 손 잡았다가 망해 버린 자민련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의원도 “본인의 정치적 생명을 건다면 몰라도 김칫국부터 마셔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심 대표는 이런 당내 반응에 “보수 야당으로서 정권에 협조할 건 협조하겠다고 해놓고 이 문제(총리직)는 협조 못하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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