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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CoverStory] 공포를 즐기는 사람들 '호러홀릭' "귀신아 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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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러홀릭(horrorholic)’을 아시나요. 공포의 짜릿함에 빠진 사람들입니다. 갈수록 눅눅, 후덥지근해지는 여름. week&이 이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으스스한 흉가에서 본 아기 귀신이며, 중년 여인의 혼이 씐 남자 얘기를 듣다 보니 더위는 어느새 저만치 가 있더군요. 호러홀릭과 함께 하는 공포 체험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글=홍주연 기자·이영희 기자 <jdream@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아이들이 단체로 죽었다는 보육원, 처녀 귀신이 나타난다는 폐건물, 전쟁통에 수십 명이 학살당한 동굴….
 흉가 체험에 푹 빠진 신대길(20)씨가 최근 방문한 곳이다. 그는 요즘 한 달에 한 번씩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흉가에 간다. 듣기만 해도 소름 끼치는 장소들을 왜 일부러 찾아갈까. “무섭긴 하죠. 그런데 스릴있고 재밌잖아요. 머리도 쭈뼛쭈뼛 서고 소름도 돋고…. 완전 ‘체험, 공포 현장’이에요.”
 신씨는 자신을 ‘호러홀릭’이라고 칭한다. 말 그대로 ‘공포에 중독된 사람’이란 뜻. 이들 중 상당수는 영화·게임 등 가상의 공포에 만족하지 못하고 흉가·묘지 등에 직접 찾아다닌다.

 ‘공포체험(cafe.daum.net/ghostggg)’, ‘흉가체험(cafe.daum.net/hyunggabest)’ 등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는 이동욱(28·회사원)씨도 대표적인 호러홀릭이다. 그는 회원들의 흉가 체험을 조직하고 관리한다. 이씨에 따르면 동호회 회원 중 연인원으로 1000여 명 정도가 직접 흉가 체험에 나선다고 한다. 남녀 비율은 반반. 회원들은 게임 등을 좋아하는 20~30대가 대부분이다. 40대 회원들도 종종 참가한다. “처음엔 묘지에 갔는데 너무 깨끗해서 별로 안 무서웠어요. 동굴은 박쥐만 나오고…. 흉가가 제일 낫더라고요. 실제 귀신을 보는 경우도 꽤 있고요.” 회원들은 새로운 공포 현장을 직접 발굴하기도 한다. 백백교 사건이나 오대양 참사 현장 등도 회원들이 직접 조사해 찾아낸 장소다.

  호러홀릭들이 공포에 빠져든 이유는 다양하다. 회원수 5만 명의 인터넷 카페 ‘심령동호회(cafe.daum.net/gusin)’ 를 운영하는 윤경준(23·회사원)씨는 ‘보이지 않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공포 체험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처음엔 호기심에서 시작했죠. 흉가 탐사 뒤의 공포를 이겨냈다는 쾌감이 좋더라고요. 그래서 점점 빠져들게 됐어요.” 공포영화 매니어를 자청하는 남혜정(24·회사원)씨는 스트레스 해소를 이유로 들었다. 한 달에 공포영화 너댓 편을 섭렵하는 남씨는 “영화를 보고 나면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공포는 실제로 중독성이 있다. 한국과학기술원 생명과학과 김대수 교수는 “사람이 위험한 경험을 하고 나면 몸에서 엔도르핀이 분비되면서 쾌감을 느끼게 된다”며 “더 강한 자극을 줘야 신체가 반응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점점 더 강한 공포를 찾게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수많은 공포 중 왜 하필 귀신일까. 영화 ‘므이’의 이도윤 조감독은 이를 한국인들의 정서적 특징으로 설명한다. “한국에서는 살인마가 나오는 영화가 잘 안 먹혀요. 대신 귀신 이야기가 통합니다. 무의식 중에 귀신을 믿는 거죠. 그것도 사연이 없는 건 안 되고, 왜 귀신이 됐는지 그 배경이 있어야 해요.”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사람들은 합리적인 대상보다 통제할 수 없는 존재에 공포를 느낀다”며 “귀신에 대한 공포도 설명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한 무의식적 불안 현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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