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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2000명 철회 없인 복귀 없다”…담화문에 강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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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앞에서 한 입원환자가 서울 19개 수련병원 노동조합 대표자 합동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각 병원 대표자들은 이날 전공의 즉각 복귀와 의대 교수 사직 철회, 진료 정상화를 위한 정부와 사용자의 대책 수립, 사회적 대화 기구 설치 등을 요구했다. [뉴스1]

1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앞에서 한 입원환자가 서울 19개 수련병원 노동조합 대표자 합동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각 병원 대표자들은 이날 전공의 즉각 복귀와 의대 교수 사직 철회, 진료 정상화를 위한 정부와 사용자의 대책 수립, 사회적 대화 기구 설치 등을 요구했다. [뉴스1]

1일 윤석열 대통령의 의료개혁 대국민 담화문에 대해 의료계는 대체로 실망감과 허탈함을 토로했다. “대화하자”는 메시지가 있었지만 2000명 증원 방침에 대한 확고함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일부 의료계 인사들은 ‘애초에 기대한 게 없었다’거나 ‘협박을 구체화했다’며 강경한 발언을 이어갔다.

빅5 병원 필수과 A교수는 “애초 큰 기대도 안 했지만 지금까지 박민수 (복지부)차관 등 관계자들이 얘기한 내용을 그대로 정리해 발표한 것”이라며 “대국민 담화라기보다 총선 전 지지율 하락에 따른 지지자 달래기 정도로밖엔 안 보인다”고 비판했다. 수도권 소재 대형병원 B교수는 “이제 전공의 복귀, 의대생 유급 사태 수습이 어려워졌다”며 사태 악화를 우려했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기대했던 만큼 실망하게 된 담화문”이라고 짤막하게 논평했다.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을 주도한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의 방재승 위원장은 “이번 정부는 현 의료사태를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걸 확인한 담화문이었다”며 “다신 전공의들이 안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전공의들은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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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 발언으로 의료계 스피커 역할을 해 왔던 인사들은 비판 수위를 더 높였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페이스북에 대통령 담화를 두고 “협박을 구체화한 것”이라고 적었다.

노 전 회장은 대통령을 ‘당신’으로 지칭하기도 했다. 그는 “당신의 말씀대로 8800명 또는 그 이상의 의사들에 대해 면허정지를 시행해야 하고 그 때문에 의료가 마비된다면 당신이 말하는 정치가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임현택 차기 의협 회장도 “입장이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면서 무대응 원칙을 밝혔다.

의료계의 이런 무대응 또는 강경 메시지를 두고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단 지적도 나온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많은 국민이 불편과 피로를 느끼는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정책 후퇴나 철회를 요구하기보단 합리적으로 정부와 토론하고 나아가 국민까지 설득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의협 비대위)가 1일부터 주말·야간에 진료하지 않는 등 주 40시간 축소 근무를 시작했다. 이날부터 24시간 연속 근무한 뒤 다음 날 주간근무를 쉬는 식으로 대학병원 교수 등도 외래 진료 및 수술을 축소한다.

의대 교수에 이어 개원의들까지 같은 날 축소 근무에 들어가면서 환자들 걱정이 커졌다. 환자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 등에는 “몇 개월 기다려 4월에 진료받기로 했는데 9월로 진료가 연기됐다” “5월 진료 취소 문자를 받았는데 환자만 피해를 보고 있어 너무 화난다” “의정 두 고래 싸움에 국민 새우등만 터진다”는 글이 올라왔다.

한편 이날 오후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KBS TV에 출연해 “2000명 숫자가 절대적 수치란 입장은 아니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김성근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어떤 것이 대통령의 진짜 생각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교육부의 행정처리 업무가 중단된다면 진정성을 믿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논의에 참여하는 것이) 들러리가 될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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