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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권력 쥔 '나쁜 검사들'…그들이 현실처럼 보이는 이유 [Law談-오인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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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대상이나 집단에 대해 다수가 공통으로 가지는 비교적 고정된 견해와 사고를 ‘스테레오타입(stereotype)’이라고 한다. 일반인들에게 검찰은 어떤 스테레오타입으로 비칠까. 정치권이나 언론 등에서 종종 검찰청을 권력 기관이라고 부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검찰에 대한 외부의 스테레오타입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일 수 있다. 검찰청 외에 경찰청·국정원·국세청까지 합쳐 4대 권력 기관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헌법이나 정부조직법, 기타 관련 법령 어디에도 검찰청 등을 권력 기관으로 명기하고 있지는 않다. 공권력을 행사하는 기관에 대한 ‘세칭(世稱)’에 불과하다.

영화 '검사외전'에는 악랄한 부패 검사들이 등장한다. 사진 쇼박스

영화 '검사외전'에는 악랄한 부패 검사들이 등장한다. 사진 쇼박스

국어사전상 ‘권력’은 남을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권리와 힘을 말한다. 국민들을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권리와 힘을 가진 기관이라니. 21세기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복종과 지배’라는 전근대적인 용어가 동원되는 것 자체가 불편하다. 하지만 일반인들의 눈에는 아직도 검찰이 그런 기관으로 인식될지 모르겠다.

인권 관련 부서와 직책을 운용하고, 인권 친화적 수사를 강조하며, 민원 친절도를 수시로 점검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에게 검찰청은 여전히 피하고 싶은 공간인 듯하다. 일제 강점기와 권위주의 시절의 역사적 경험에 더해 과거의 부정적 업무 방식의 잔재가 관행적으로 남아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주요 사건 수사 과정에서 종종 빚어지는 강압 수사 논란도 사실 여부를 떠나서 그러한 인식에 한몫을 할 것이다.

인신 구속 등 강제 수사는 말할 나위도 없고 단순히 사건 관계자를 소환(召喚)하고 신문(訊問·사실을 캐물음)하는 것 자체가 본질적으로 인권 침해적 속성을 지닌다. 검찰청에 오라 가라 하거나 몇 시간씩 앉혀 놓고 범죄 성부를 추궁하는 행위가 당사자들에게 주는 부담을 생각해보라. 그러다 보니 검찰청에 소환되기 전 잠을 못 이루거나 청심환을 먹고 출석했다는 얘기를 듣고는 한다. 수사와 소추 과정에서 검사가 행사하는 권한 자체에 군림·통제·기속이라는 느낌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이다. 검찰의 법령상 기능과 역할에 반사적으로 따라붙는 불가피한 면이다. 그렇기에 검사의 직무상 권한은 철저하게 법령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그 범주 내에서 매우 신중하고 적정하게 행사돼야 하는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 속 캐릭터와 달리 대부분의 검사들은 강도높은 업무를 감내하며 단조로운 생활 패턴 속에 평범하게 살아간다. 문제는 법령상 권한을 개인의 권력으로 혼동하는 극소수 케이스다. 그런 어리석은 사람이 있겠냐 싶겠지만, 법에 따라 보장된 신분·직위가 주는 권위와 기관 안팎에서 받는 유‧무형의 예우 속에서 부지불식간에 그 경계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잊을 만하면 벌어지고는 하는 일부 검사의 직무상 범죄나 직무 외적 일탈은 그 연장선에서 분석할 여지가 있다.

서울 서초구 누에다리에서 바라본 대검찰청, 서초경찰서, 서울고등검찰청 및 서울중앙지검의 전경. 뉴스1

서울 서초구 누에다리에서 바라본 대검찰청, 서초경찰서, 서울고등검찰청 및 서울중앙지검의 전경. 뉴스1

권력욕은 인간의 본질적 욕망 중 하나이다. 심리학자 데이비드 L. 와이너는 『권력중독자(원제 : Power Freaks)』라는 저서에서 사람들의 권력‧지위에 대한 욕구를 “거의 포착하기 어려운 상태부터 극단적으로 높은 상태”까지 10단계로 구분했다. 낮은 단계의 ‘친절, 겸손, 성실, 소탈, 정중, 조화’ 등의 특징은 단계가 높아질수록 ‘오만, 무례, 우월, 지배, 도취, 자기 본위, 고집불통’으로 바뀌어 간다. 권력중독의 정도에 따라 사람이 어떻게 변화되는가를 나타낸 것이다.

법원의 사법적 통제와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경찰의 권한 확대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기소권과 강제 수사에 관한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 과거에 비해 검찰권이 현저히 약화되고 무력화됐다고 폄하하기도 하지만 검찰의 업무 자체가 사건 관련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크다.

그렇기에 검사들은 업무 수행 과정에서 ‘권력기관’으로서의 외형을 항상 경계하며 살아야 한다. 법령상 권한의 행사가 권력의 부당한 발현으로 비치거나 이를 넘어 중독으로 비난받지 않도록 말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 제2항 후단을 늘 상기해야 한다. 물론 이를 검찰에만 한정할 일은 아닐 터이다. 한국 사회의 많은 영역에서 주권자인 국민들과 주종관계가 전도된 듯한 외양의 권력자·권력층,·권력 집단이라는 말이 횡행하고 있으니 말이다.

로담(Law談) 칼럼 : 오인서의 輾轉反側(전전반측)

법률가들이 일상에서 겪는 경험과 각종 법조 이슈에 대한 소회를 담담한 필체로 소개하여 독자들의 법조 전반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제고하고자 합니다.

로담(Law談) 오인서의 전전반측. 오인서 법무법인 화인 형사부문 대표변호사. 수원고검장/대구고검장/서울북부검사장/대검찰청 공안부장.

로담(Law談) 오인서의 전전반측. 오인서 법무법인 화인 형사부문 대표변호사. 수원고검장/대구고검장/서울북부검사장/대검찰청 공안부장.

※오인서 법무법인 화인 형사부문 대표변호사. 수원고검장/대구고검장/서울북부검사장/대검찰청 공안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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