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아, 제발 터뜨리지 마오…‘미더덕 국물’의 충격 정체

  • 카드 발행 일시2024.04.17

상춘객(賞春客)

표준대국어사전은 이 단어를 “봄을 즐기러 나온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봄을 즐기러 나오면 꽃을 찾게 마련이지만, 꽃놀이가 봄놀이의 전부는 아니다. 봄이 무르익어야 비로소 맛이 드는 제철 음식이 있어서다. 눈이 즐거워야 봄이라지만, 입도 즐거워야 봄이다.

봄이 제철인 식재료는 산과 들과 바다에 지천으로 널렸다. 냉이·두릅·고사리 같은 봄나물도 좋고, 딸기처럼 새콤달콤한 과일도 좋다. 그러나 오늘 일타강사는 바다에 주목한다. 봄은 바다로부터 왔다가 바다로 가기 때문이다. 육지에 봄이 오면 만물이 소생하듯이, 봄 바다에도 겨우내 안 보이던 온갖 것들이 뛰쳐나온다.

💬 목차 : 일타강사가 차린 봄날의 밥상

도다리쑥국의 주인공은 도다리가 아니다 
주꾸미 알을 꼭 먹어야 할까?
강굴, 섬진강에 벚꽃 흩날리는 계절의 별미
반짝 TIP : 바지락·백합·키조개… 봄 조개 스페셜
해수부가 선정한 4월의 수산물
해물찜의 미더덕? 저런, 당신이 먹은 건 OOOO다

목차를 찬찬히 보시라. 도다리쑥국부터 미더덕까지 다 있다. 혹자는 저런 하찮은 걸 먹으러 남도 끝까지 가야 하느냐 따져 물을 수 있겠다. 그러나 일단 믿어보시라. 일타강사는 봄마다 저런 하찮은 것 먹으러 쫓아다니다 봄날을 보냈다.

어떤 식재료든 당일 배송이 가능한 시대 아니냐고 또 따지실 수 있겠다. 서운한 말씀이시다. 집에서 아무리 좋은 식재료를 받아 먹어도 산지에서 먹는 맛을 따라올 순 없다. 예술에만 ‘아우라’가 있는 게 아니다. 어부가 배에서 갓 잡은 바닷것을 먹으면서 “이 맛에 배 탄다”고 자랑하듯이, 여행기자는 제철 음식 찾아 먹으며 직업의 보람을 찾는다.

무엇보다 잘못 알려진 봄 별미가 너무 많다. 이번 강의에서 하나하나 바로잡을 터이니 외우시라. 이를테면 같은 도다리쑥국도 경상도(통영)와 전라도(여수), 충청도(서천)의 도다리쑥국이 죄 다르다. 맛을 기준으로 한다면, 대한민국은 결코 작은 나라가 아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도다리쑥국의 주인공은 도다리가 아니다

도다리쑥국은 봄날 남해안에서 많이 먹는 음식이다. 섬 쑥과 산란기 지난 도다리가 만나 환상적인 맛을 빚어낸다.사진은 경남 통영 해원횟집에서 맛본 도다리쑥국. 백종현 기자

도다리쑥국은 봄날 남해안에서 많이 먹는 음식이다. 섬 쑥과 산란기 지난 도다리가 만나 환상적인 맛을 빚어낸다.사진은 경남 통영 해원횟집에서 맛본 도다리쑥국. 백종현 기자

사철 먹거리 풍성한 남해안에서도 3, 4월 딱 두 달 주인공 행세를 하는 음식이 있다. 도다리쑥국이다. 맛여행 매니어는 봄이 무르익으면 제대로 끓인 도다리쑥국 한 그릇을 찾아 경남 통영이나 전남 여수까지 기꺼이 달려간다. 도다리는 어느 바다에나 흔한 생선이고 쑥은 아파트 정원에도 보이는 뻔한 풀인데, 그러니까 흔하고 뻔한 것들끼리 만났는데 이 난리들이다.

먼저 도다리에 관한 상식부터 정리하자. 우리가 도다리라고 통칭하는 생선은 사실 다양하다. 서해안에 서식하는 ‘돌가자미’, 양식산이 대부분인 ‘강도다리’, 남해안과 서해안에서 두루 잡히는 ‘문치가자미’를 다 합쳐 도다리라 부른다. 쑥국에 들어가는 도다리는 대부분 문치가자미다. 국립수산과학원은 문치가자미를 “가을에는 서해 쪽에 살다가 겨울이 되면 남해로 내려오며, 산란기인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가 금어기”라고 설명한다. 남해안 지역 식당이 2월부터 문치가자미를 넣은 도다리쑥국을 메뉴에 올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