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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에 韓검찰이 '중국 꼴' 났다…선진국, 檢수사권 보편적 [Law談-윤웅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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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얼마 전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법’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을 위해 공개변론을 열었다. 이는 검수완박 법률의 내용 자체가 위헌일 뿐 아니라 이 법률의 국회 제정 과정도 ‘위장 탈당’ 등 절차적인 면에서 위헌이라며 법무부가 국회의장을 대상으로 하여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것에 따른 것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검수완박' 관련 법안 권한쟁의심판 사건 공개변론에 참석해 있다. 뉴스1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검수완박' 관련 법안 권한쟁의심판 사건 공개변론에 참석해 있다. 뉴스1

앞서 문재인 정부는 ‘검경수사권 조정’이라는 명목 하에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를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로 한정하고 그 외의 범죄는 경찰이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검사의 수사권을 축소한 다음, 정권 말기에는 ‘수사·기소 분리’라는 미명 하에 검사의 수사권을 박탈하는 검수완박을 이뤄냈다.

공개 변론에서 법무부 측은 헌법에 검사의 영장 청구권 조항이 있음을 근거로 영장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수사권이 전제돼야 하는데, 이를 통해 우리 헌법은 검사에게 수사권을 부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회 측은 헌법에는 누가 수사권을 행사하는 지에 어떠한 규정도 없으므로 결국 국회에서 입법으로 검사의 수사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헌법은 검사에게 수사권을 인정하고 있는가? 우리 헌법은 제12조 제3항(신체의 자유에 관한 조항)에서 “체포·구속·압수·수색은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 제16조(주거의 자유에 관한 조항)에서 “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것 외에는 검사에게 수사권이 있음을 직접적으로 규정한 조항은 없다.

이에 위 조항들만으로 헌법이 검사에게 수사권을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아니면 헌법상 명백한 조항이 없어도 우리 헌법 정신이 검사에게 수사권을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이다. 헌법은 일응 수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등에 대한 결정 권한을 검사에게 부여함으로써 검사를 수사의 주재자로 규정해 놓은 것으로 보인다. 헌법이 검사에게 수사권을 인정하고 있다면, 국회의원들이 입법을 통해 법률로써 검사의 수사권을 박탈한 것은 위헌이 될 것이다.

수사는 범죄의 혐의 유무를 명백히 하여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려는 목적으로 범죄사실을 조사하고 범인의 신병과 증거를 확보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범죄의 혐의 유무는 사실관계의 확정과 법리의 적용을 통해 확인되는 것이므로, 수사는 법정 밖에서 이뤄진다는 것만 제외하면 재판과 동일한 절차이다. 따라서 재판을 사법관인 판사가 하는 것처럼 수사 역시 사법관과 동일한 자격을 가진 검사가 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런 연유로 검사제도의 시초를 연 프랑스에서는 판사를 ‘앉아있는 사법관(magistrat du siège)’, 검사를 ‘서있는 사법관(magistrat debout)’이라고 하는 것이다.

수사는 누구에게 죄가 있느냐를 따지는 국가의 기능으로서 행정권이 아닌 사법권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사법부의 업무라고 할 수 있다. 수사와 재판에 관한 근대적 형사사법 절차를 발전시켜온 서구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수사를 예심판사(수사판사)의 권한으로 부여하였고, 검사도 행정부가 아닌 사법부 소속 공무원으로 두기도 했다. 한국도 구한말인 1895년 당시 서구 사법제도를 도입하면서 제정된 ‘재판소구성법’, ‘검사직제’ 등의 법률을 통해 각급 재판소에 검사를 두도록 규정함으로써 검사를 법원에 소속시킨 적도 있다.

법무부-국회 '검수완박법' 쟁점별 입장

법무부-국회 '검수완박법' 쟁점별 입장

유럽 일부 국가는 지금도 수사는 예심판사가 진행하고 기소는 검사가 담당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 중 오스트리아는 예심판사가 수사권을 행사하는 제도를 유지해 오다가 기소권을 행사하는 검사가 수사의 마지막 단계인 기소 단계에서야 비로소 필요한 증거가 무엇인지 알게 되는 사법의 비효율성 때문에 1980년대부터 사법개혁에 대한 요구가 있었고 2008년 형사소송법을 개정하여 예심판사 제도를 폐지하고 검사가 수사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사법개혁을 단행했다.

오늘날 많은 국가들이 검사를 행정부인 법무부에 소속시키면서 수사권을 행사하게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하여 수사권의 속성이 사법작용이 아닌 행정작용으로 변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한국과 같이 검사를 법무부에 소속시킨 경우에도 검사에게는 준(準)사법기관의 성격을 부여해 일반 행정공무원과는 다르게 취급하고 있다. 한국에서 검사도 형식상으로는 행정부 소속으로서 인사 등 행정적 측면에서는 행정부의 질서에 따르나, 검사의 사법적 판단 즉 수사기능에 대하여는 행정수반인 대통령의 명령과 지시가 법무부 장관 단계에서 단절되도록 하는 법제도를 마련해 놓은 것도 수사권을 행사하는 검사의 준사법기관성을 나타낸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에서 검수완박을 통해 수사권을 대통령의 명령과 지시가 그대로 투영되는 행정공무원인 경찰에 부여한 것은 수사를 사법작용이 아닌 행정작용으로 인식하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경찰의 고유 업무인 치안유지라는 행정작용이 수사의 초기단계와 겹치다 보니, 마치 수사가 경찰의 원초적 권한 즉 본래부터 행정부의 기능인 듯한 착각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검수완박은 위와 같은 착시현상에 더해 검찰을 적대시하는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의도가 합쳐져서 일어난 사고이다.

서구 선진국들이 수사권을 예심판사나 검사의 권한 즉 사법기능으로 분류함으로써 수사에 대해 행정권력이나 정치권력의 간섭을 최대한 배제한 것과 달리, 경찰에게 수사권을 몰아주고 사법적 통제에서 벗어나게 함으로써 수사권을 행정권력의 하나로 행사하는 국가로는 중국이 대표적이다. 우리의 검수완박은 검사의 수사권을 박탈하고 이를 경찰에 몰아준 점에서 중국의 공안제도를 판박이 하듯이 베껴놓은 것이다.

선진국 그룹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부분이 형사소송법 등을 통해 검사의 수사권을 인정하고 있고, 그 중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벨기에, 헝가리, 멕시코, 칠레 등 일부 국가는 헌법에도 명시적으로 검사의 수사권을 인정하고 있다. 그 외 검사의 역할에 대한 국제적 규범인 ‘검사의 역할에 관한 UN 가이드라인’ 에도 검사는 공소제기 뿐 아니라 범죄의 수사, 수사의 적법성에 대한 감독 등을 규정하고 있어 검사의 수사권은 세계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제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달 27일 오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공개변론이 열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 검수완박 반대 및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응원하는 화환이 줄지어 놓여 있다. 뉴스1

지난달 27일 오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공개변론이 열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 검수완박 반대 및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응원하는 화환이 줄지어 놓여 있다. 뉴스1

우리 헌법에 검사의 수사권을 인정하는 직접적 조항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이 체포·구속·압수·수색 등 수사의 핵심기능을 검사에게 부여한 우리 헌법은 검사의 수사권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우리 헌법은 직접적 규정이 없는 경우에도 세계 보편적 가치를 포용하는 정신을 가지고 있다. 이에 검사의 수사권은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중시하는 국가들 대부분이 보편적 제도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우리 헌법에도 포섭된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사법작용의 일환인 수사권을 검사에게 부여하는 것은 우리 헌법이 천명하고 있는 삼권분립의 정신에 부합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 검찰에 과오가 있다는 것은 필자도 인정하는 바이나, 이 문제는 다른 방법으로 개혁돼야 할 것이지 세계 보편적 제도로서 헌법도 인정하고 있는 검사의 수사권을 일부 정치세력이 국회 다수당임을 이용하여 정치적 목적으로 박탈해서는 안 될 일이다. 국민의 자유와 인권보다는 일당독재와 일인 장기집권에 혈안이 되어 있는 중국의 후진적 제도와 닮은꼴이 되어버린 대한민국의 검찰제도는 헌법재판소가 현명한 판단으로 인권 선진국들의 보편적인 제도로 되돌려 놓아야 할 것이다.

로담(Law談) : 윤웅걸의 검사이야기

검찰의 제도와 관행, 검사의 일상과 경험 등을 알기 쉽게 소개함으로써 한국사회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검사와 검찰에 대한 이해를 돕고, 이를 통해 바람직한 형사 사법제도의 모습을 그려 보고자 합니다.

윤웅걸 변호사

윤웅걸 변호사

※윤웅걸 법무법인 평산 대표변호사. 전 서울지검 2차장검사/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제주지검장/전주지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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