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테라·루나는 증권인가"…어려운 이 질문, 답은 檢수사에 달렸다 [Law談-김영기]

중앙일보

입력

Law談

Law談’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얼마 전 기자가 어려운 질문을 던졌다. “테라·루나는 증권인가요?”

지난 5월 24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주요 암호화폐 시세가 나타나고 있는 모습. 가상자산 루나는 지난 5월 27일 오후 3시 이후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지원이 종료됐다. 뉴스1

지난 5월 24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주요 암호화폐 시세가 나타나고 있는 모습. 가상자산 루나는 지난 5월 27일 오후 3시 이후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지원이 종료됐다. 뉴스1

지난 4월 금융위원회가 뮤직카우 발행의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을 투자계약증권으로 판단한 데 이어 최근에는 암호화폐인 테라·루나의 투자계약증권성 여부가 관심을 받고 있다. 테라·루나의 증권성이 인정된다면 모집과 매출, 공시는 물론 불공정거래 등 자본시장법의 제한과 처벌 규정이 적용될 수 있어서 사업자와 투자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

테라·루나의 투자계약증권성 검토는 투자계약증권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채무, 지분, 수익증권과 투자계약증권의 본질은 ‘자금 조달’에 있다. 다만 채무, 지분, 수익증권으로 포섭하기 힘든 신종 비정형증권을 규율할 수 있도록 우리 자본시장법은 열린 개념의 투자계약증권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금융당국은 음악 저작권 조각투자 플랫폼인 뮤직카우의 상품을 증권으로 규정했다. 서울 마포구 뮤직카우 본사 모습.연합뉴스

금융당국은 음악 저작권 조각투자 플랫폼인 뮤직카우의 상품을 증권으로 규정했다. 서울 마포구 뮤직카우 본사 모습.연합뉴스

투자계약증권상 투자계약의 개념은 1946년 미국 연방 대법원의 ‘하위 판결(Howey case)’에서 유래한다. 하위 사는 미국 플로리다 감귤농장을 투자자들에게 분할해 매각하면서 감귤 농사를 위탁 경영해 그 손익을 분배하기로 했는데, 미국 연방 대법원은 논란 끝에 이러한 거래가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위법한 투자계약이라고 최종 판시했다.

하위 판결은 투자계약의 일반적 표지로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조달 + 공동사업 영위 + 공동사업으로 인한 손익의 분배’ 세 가지를 제시했다. 우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은 투자계약증권을 ‘특정 투자자가 그 투자자와 타인(다른 투자자 포함) 간의 공동사업에 금전 등을 투자하고 주로 타인이 수행한 공동사업의 결과에 따른 손익을 귀속 받는 계약상의 권리가 표시된 것’(제4조 제6항)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이는 위 하위 판결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알려진 대로 테라·루나는 알고리즘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을 표방한다. ‘1테라(UST) = 1달러’ 가치연동의 원리는 시소게임처럼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른 코인 소각(burn)과 발행(mint)이다. 1UST의 가격이 1달러보다 높은 경우 투자자들은 1달러 가치 상당의 루나를 구입해 1UST와 스와프(swap)함으로써 차익을 실현하고 그 과정에서 UST의 공급량이 증가해 UST의 가격이 하락하게 된다.

반대로 1UST의 가격이 1달러보다 낮으면 투자자들은 UST를 매입해 1달러 가치 상당의 루나와 스와프함으로써 차익을 실현하고 그 과정에서 UST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UST의 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테라·루나 백서(White paper)에 설명돼 있는 위 차익거래(arbitrage) 로직은 선물·현물시장의 그것과 유사해 새로운 것으로 보이지 않으며, 이론과 달리 가격유지에도 실패하였다.

‘1UST = 1달러’의 가치 연동을 위해서는 가급적 많은 투자자들이 테라·루나 시장에서 차익거래를 해줘야 하는데 이를 위해 위 백서는 테라·루나 생태계(alliances) 조성, 루나 채굴자(miner)에 대한 금전적 보상 등을 제안하고 있으며, 테라·루나가 시장에 과도하게 풀려 가격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앵커 프로토콜(Anchor protocol·루나를 담보로 UST 대출, UST 예치시 연 20%에 가까운 이자 지급)’ 가동도 약속하고 있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지난 8월 15일(현지시간) 암호화폐 전문 미디어업체 코이니지와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 코이니지 유튜브 캡처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지난 8월 15일(현지시간) 암호화폐 전문 미디어업체 코이니지와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 코이니지 유튜브 캡처

결국 테라·루나의 투자계약증권성 여부는 ① 이러한 테라 프로젝트 체계가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운용하고 그로 인한 손익을 발생시킬만한 실체 있는 공동사업인지 ② 투자자들에 대한 수익과 보상이 단순한 유인책을 넘어 테라 프로젝트 체계에서 발생한 공동사업의 결과인지에 달려 있으며, 이는 수사를 통해 규명이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된다.

테라·루나의 투자계약증권성은 디지털 자산의 증권성 판단과 직결된다. 기존 자본시장법이 디지털 자산 일반에 그대로 적용 가능한지는 또 다른 논란을 유발할 수 있다. 일본은 2019년 금융상품거래법을 개정해 디지털 자산에 대한 사기적 부정거래, 시세조종 등 행위를 처벌하도록 했다. 차제에 테라·루나의 증권성 논의가 뒤떨어진 우리 법률의 보완으로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로담(Law談) 칼럼 : 김영기의 자본시장 法이야기

주식인구 800만, 주린이 2000만 시대. 아는 것이 힘입니다. 알아두면 도움되는 자본 시장의 현안을 법과 제도의 관점에서 쉽게 풀어 공유하고자 합니다. 시장의 미래 발전 방향에 대한 제안도 모색합니다. 암호화폐 시장 이야기도 놓칠 수 없겠죠?

김영기 변호사가 중앙일보 로담(Law談)에서 디지털 칼럼 '김영기의 자본시장 法이야기'를 새로 연재한다. 본인 제공

김영기 변호사가 중앙일보 로담(Law談)에서 디지털 칼럼 '김영기의 자본시장 法이야기'를 새로 연재한다. 본인 제공

※김영기 법무법인 화우 파트너 변호사. 연세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자본시장법)/서울서부지검 부장검사/대검찰청 공안3과장/전주지검 남원지청장/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